한나라 초선들, '쇄신 결의문' 하나 못내고 '파장'
<현장> 여권 자중지란 "쇄신? 웃기고 있네"
한나라당 초선 의원들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당 소속 초선 89명 중 58명이 모였으나 모임 초반부터 언론 공개 여부를 놓고 실랑이를 벌였다.
구상찬 의원 사회로 시작된 토론회는 권택기, 홍정욱 의원의 발제가 있은 뒤 언론에 계속 공개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정해걸 의원이 "왜 선거에서 졌는지는 어제 오늘 이미 할 만큼 다 얘기했다"며 비공개로 진행할 것을 요구했고, 이에 조전혁 의원이 "이게 무슨 국가기밀도 아니고 공개 못할 게 뭐냐"고 반발했다. 그러자 조원진 의원이 "우리가 뭘 잘했다고 공개해?"라고 맞받아 설전끝에 결국 공개 발언을 신청한 의원들의 주장만 듣고 비공개로 전환하자는 절충안으로 봉합한 뒤 회의를 이어나갔다.
이후 5시간의 토론회 끝에 나온 결론은 '별무소득'. 당초 초선들은 회의후 결의문을 발표한다는 방침이었다.
구상찬 의원은 그러나 모임후 브리핑에서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은 결의문을 채택하려고 토론을 하다가 결의문에 나타난 (문구나 요구사항에 대한) 강도의 차이로 결의문을 채택하지 않고, 좀 더 토론하기로 결정했다"고 결의문 채택 불발을 전했다.
정태근, 김성식, 권영진 의원 등 민본21 소속 의원들은 막판에 미리 준비해온 결의안을 채택하려 했으나 일부 의원들이 "이런 결의문이 있으면 토론시작 전부터 의원들에게 보여주어야지, 토론 말미에 사인하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강력 반발했다.
일부 의원은 해당 결의문에서 청와대 비판 문구를 문제삼으며 "이렇게까지 꼭 거친 표현을 쓸 필요가 있느냐"고 반발했고, 또다른 의원은 "토론회 초반에 있다가 이미 자리를 뜬 사람은 아직 결의문 초안도 못봤는데 어떻게 초선 전체의 이름으로 결의문을 낼 수 있느냐"고 말했다. 일부 의원은 "왜 자꾸 청와대 탓만 하느냐"며 "당이 먼저 변하면서 여권 전체의 쇄신을 이끌어내야한다"고 결의문에 청와대 인적쇄신을 넣는 것 자체를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발 끝에 결의안 채택은 무산됐고, 김무성 원내대표에게 제출할 '초선 비대위원' 선정도 실패해 김 원내대표에게 일임하기로 했다.
모임에 참석한 한 의원은 "처음부터 민본21이 특정 의도를 가지고 기획한 드라마에 불과했다"며 "민본21의 충정과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목소리 큰 사람들이 앞에 서고 나머지 조용한 초선들은 따라오라는 식의 이런 방식은 역설적으로 청와대식"이라고 힐난했다. 또다른 의원은 "이러고도 쇄신? 웃기고 있다"며 "민본21이 비대위원 자리나, 차기 전대에서 최고위원 한 자리 얻고싶다는 소리나 안들으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냉소적 반응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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