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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영산강에서 전봉준을 만났다"

[김영환의 4대강 르포 시] 영산강을 둘러보고

김영환 민주당 의원 겸 시인이 지난 26일 4대강 답사 마지막 여정으로 영산강을 다녀온 후 르포시를 보내왔다. 김 의원은 지난 2월 28일 2박3일간의 낙동강 답사를 시작으로 4대강을 연속으로 둘러보며, 4대강의 생태가 4대강 공사 강행으로 파괴되고 있는 현장을 시로 고발해 왔다. <편집자주>

영산강에서 전봉준을 만나다

영산강에 내리는 비

1981년 영산강 하굿둑이 생기고 나서
마음놓고 흐르지도 못하는 강
2010년 4월, 영산강에는 꽃이 피지 않습니다.

천년을 두고 바다가 되고자 했던 극락강,
지난날의 꿈도 추억도 사라진 황룡강,
두 강이 몸을 합쳐 만든 비운의 강

사행천(蛇行川)으로 굽이쳐 흐르며
제 몸을 마구 흔들던 신명의 강

마한의 강, 백제의 강, 견훤의 강,
동학의 강, 5?18 광주의 강으로 흐르다
하구언으로 가로막힌 통절(痛切)의 강

영산홍 가득 핀 흑산도로 흘러가던 강물이
끝끝내 영산호에 구금되고 시커멓게 썩어들어 갑니다.

강물을 막아 황포돛대를 띄우겠다는 돌관자(突貫者)들,
그들의 피 묻은 갈퀴손이 영산강을 사정없이 내려찍고
해를 넘기지 않고 끝장내겠다는 현수막이
한창 속도전을 펼치는 공사장에 나부낍니다.

지금은 기어이 흐르는 강을 막아야겠다는 돌관자들과
강은 흘러야 한다는 생명연합군이
전선에서 대치 중입니다.

용소(龍沼)에서 발원하여 극락강이 되었다지요?
백양산에서 흘러내려 황룡강이 되었다지요?

담양호로, 광주호로, 장성호로, 나주호로 잘려나가고
영산강 하굿둑으로 영영 막혀 버린 소리 없는 강

이 헐떡이는 강에 승촌보를 세우려 콘크리트 쏟아 붓고
죽산보를 세우려 철제 파일 박아 넣습니다.

가물막이에 갇힌 물고기 수천 마리가 숨을 헐떡이며
강가에 제 몸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준설을 위한 오탁방지막이 철조망처럼 강을 비끄러매었습니다.

2010년 4월의 봄, 남도에 이상기온으로
개나리도 철쭉도 피지 않았습니다.


비가 오는 와중에도 진공흡입식 준설선과 포크레인의 갈퀴손이 준설을 하느라 분주하다.ⓒ김영환


담양습지에 천진난만한 고라니 한 마리

아비가 세상 떠난 것도 모르고 뛰어 노는 아이들처럼
4대강 사업으로 쪼그라들 습지의 운명을 눈치 채지 못하고
담양습지에서 고라니 한 마리가 천진난만입니다.

대숲은 몸을 묶고 결사항전의 태세입니다.

황조롱이, 매, 삵, 다묵장어, 맹꽁이가
버드나무 군락 어딘가에 숨을 죽이고 있습니다.

자연은 곡선입니다.
강은 굽이쳐 흘러야 합니다.
사행천 영산강은 말합니다.

여울을 없애고, 소(沼)를 없애고
강바닥을 평탄하게 만들면 생태계의 교란이 발생합니다.

강을 직강(直江)하고 하굿둑에 빳빳하게 펴면서
생태계의 죽음의 사열이 시작되었습니다.

모든 것을 포크레인 갈퀴손의 위력으로 제압하려는
돌관자들의 행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제발 이 자연습지를 그냥 두어라
대나무 숲을 내버려 두어라

하천습지 최초의 습지보호지역인 담양습지 ⓒ김영환


담양습지의 갈대가 울부짖고 있습니다.

맹꽁이가 어디에선가 제 몸을 비틀며
맹꽁 맹꽁 진군의 나팔 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영산강에서 전봉준을 만나다

116년 전 황토현을 지나 황룡강을 건너던
동학농민군들의 함성이 들려옵니다.

우금치마루, 우묵배미에 쓰러져간 농민군들의
외마디 비명소리가 들려옵니다.

백암산 청류암에 머물다가
순창에서 나주로 끌려가던 형형한 눈빛의 녹두장군이
비자나무, 굴거리 나무숲에서 곧 뛰쳐나올 것 같습니다

순창에서 나주로 압송되는 녹두장군 전봉준 ⓒ김영환


“사람이 곧 하늘입니다.” 동학농민군들의 함성이
“하늘이 곧 생명입니다.” 천주교 신부님들과 목사님들의 기도가
“생명이 곧 강물입니다.” 스님들의 독경 소리가
들려옵니다.

지금 4대강은
생명 존중의 세력과 생명 파괴 세력이 대치 중입니다.


영산호에 가서 썩은 물을 마셔 보라

비바람 몰아치는 영산강 하구언에서
등이 굽은 물고기가 떠올랐다는
음산한 소식이 전해져 왔습니다

이제는 농업용수로도 사용할 수 없게 된
오니(汚泥)를 가슴에 안고 살아가는 영산호

흐르지 않는 강은 썩을 수밖에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믿지 못 하겠거든
영산호에 가 보십시오.
영산호의 썩은 물을 마셔 보십시오.

왜 이 하구언에 철새가 사라지고
기수(汽水) 지역에 그 많던 어족이 사라졌는지

흐르는 물을 막아 수질을 개선한다고 강변하는 돌관자들이여
강을 갈가리 찢어 호수를 만드는 갈퀴손이여

영산강 하구언, 영산호 썩은 물에 피 묻은 갈퀴손을 씻으라.

2010년 4월, 영산강에는 지금 비가 내립니다.



*도움말

-‘돌관자(突貫者)’는 ‘돌파(突破)’와 ‘관철(貫徹)’을 신념으로 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돌관(突貫)정신’은 어떤 장애물이 가로막아도 목표점을 향해 흔들리지 않고 돌진해 원하는 바를 이루어내는 것을 말한다.

-전남 담양군 대전면에 있으며, 면적은 980,575㎡ 이다. 멸종위기종인 매와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 보호 야생 동물인 삵·다묵장어·맹꽁이 등이 서식하고 있다. 강 상류에 형성된 유일한 하천습지이며, 최초로 ‘습지 보호 지역’으로 지정되었다.
김영환 민주당 의원 겸 시인

댓글이 26 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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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앤뉴스 팬

    영산강 바라기님 대단하십니다. 우와..........짝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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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산강 바라기

    지금도 영산강 하굿둑 배수갑문을 열면 곧바로 신안군 압해도 등 도서 지역의 바닷물 염도가 희석되어 김 양식 등 어업에 심각한 악영향을 초래하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이 문제를 깊이 헤아려 어민들의 생존권이 바닥에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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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산강 바라기

    이것도 이미 신문 기사에 나와 있는 것이지만, 이 같은 정부 발표와 계획에 대해 신안군 주민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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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산강 바라기

    맨 먼저 건설될 1공구 사업의 하나인 저층수 배제시설 공사는 하굿둑 2,760m에 2,200㎜ 배수관 2개를 매설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물을 강제로 퍼낼 수 있는 초강력 펌프를 설치하는 것이 수질 오염을 해결할 핵심 사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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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산강 바라기

    영산강 살리기 사업 중에서 간과할 수 없는 위험 요소는 영산강 저층수 배제시설 문제로 인한 신안군 앞바다의 수질 오염 피해가 예상된다는 점입니다. 한국일보 2010년 4월 22일자 기사에는 "한국농어촌공사가 이 사업에 투입할 예산은 총 2,221억원이다."고 나타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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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산강 바라기

    전남도에서는 뱃길 복원 문제의 타당성 조사를 위해 전문용역기관에 의뢰해 2008년 8월 보고서를 건네받았습니다. 조사 결과, 뱃길 복원의 경제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무엇보다 적은 물동량이 가장 큰 원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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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산강 바라기

    하지만 전남도는 이때 영산강 뱃길 복원을 정부에 강력히 요청했고, 이명박 정부는 못 이기는 척 영산강에 한해 뱃길 복원을 승인하는 형식을 밟아 그동안 유령처럼 숨어 지내던 ‘뱃길 복원 사업’의 망령이 수면 위로 또다시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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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산강 바라기

    이명박 정부는 2008년 12월경 ‘한반도 대운하 사업’에 대한 국민들의 만만치 않은 저항을 의식한 듯 ‘4대강 정비사업’ 추진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물론, 4대강에 운하를 건설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달아둔 채, 하천 살리기 사업이 주요 목적이라는 점을 유난히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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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산강 바라기

    전남도에서는 그 뒤 ‘영산강 뱃길 복원’이란 말 대신 ‘영산강 프로젝트’란 말로 대체하여 영산강 개발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그 속에는 뱃길 복원의 속뜻이 여전히 살아 있는 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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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산강 바라기

    이명박 대통령의 ‘한반도 대운하 사업’ 구상은 2008년 전 국민의 거센 저항에 부딪혀 ‘한반도 대운하 포기 선언’으로 이어졌습니다. 영산강 운하 사업 역시 바닥으로 스며들었습니다. 이때부터 ‘한반도 대운하 사업’과 ‘영산강 운하 사업’ 구상은 일란성 쌍둥이가 된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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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산강 바라기

    “제가 도지사에 당선되면 영산강 뱃길을 복원하겠습니다.”
    당시 박준영 후보는 이 같은 장밋빛 공약을 내세워 당선되었지만, 당선 이후에는 정작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시 수면 아래로 내려간 뱃길 복원 문제는 2007년 말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한반도 대운하 사업’과 연계한 ‘영산강 운하’ 공약을 내걸자 다시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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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산강 바라기

    이 조사를 토대로 하여 작성된 「영산강 옛 모습 찾기 타당성 조사 보고서」에는 “영산강 뱃길 복원은 경제성이 없다.”고 분명히 명시한 바 있었다. 그 뒤 한동안 잠잠하던 이 문제가 2004년 전남도지사 보궐선거 때 느닷없이 불거져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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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산강 바라기

    나주와 영산포에 거주하는 일부 주민들이 ‘영산강 뱃길 복원 추진위원회’와 ‘영산강 뱃길 살리기 협의회’를 만들어 뱃길 복원에 대한 논의를 꾸준히 해오자, 2000년에 전라남도에서 이와 관련된 조사 용역을 실시한 적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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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산강 바라기

    영산강은 한강, 금강, 낙동강에 비해 유로가 짧은 편이지만 20여 년 전에는 수상 교통로서의 역할을 할 만큼 커다란 하천에 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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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산강 바라기

    죽산보와 승촌보가 건설되면 여의도 면적의 3배에 달하는 농경지 침수가 예상된다며 대한하천학회의 교수와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습니다. 영산강 살리기는 처음부터 과녁이 잘못 맞춰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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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산강 바라기

    환경 지킴이들은 한결같이 말합니다. 담양습지를 훼손하고 동섬을 없애면서, 심각한 영산호의 수질 오염을 개선하는 것보다는 자전거 길을 만드는 것은 정신나간 짓이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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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산강 바라기

    영산강 수질오염 대책을 위해 내놓은 4대강 수질 대책에 따른 비용 중에서 가장 적은 액수입니다. 핵심을 벗어난 사업 내용, 턱없이 적은 비용에 비추어 봤을 때 영산강 사업은 4대강 사업을 구실로 적당히 끼어들어간 들러리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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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산강 바라기

    영산강 사업에 들어가는 예산은 총 2조 7천 4백억 원입니다. 그 중 영산강 수질 오염 개선을 위해 내놓는 예산은 483억 원입니다. 총 예산의 1.8%에 지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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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산강 바라기

    영산강을 살리려면 승촌보와 죽산보를 만들어 물을 또다시 가둘 게 아니라 영산강 수질오염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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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산강 바라기

    목포로 흘러들어가야 할 물을 가둔 뒤 영산강은 갈 곳을 잃고 멈칫거리며 부영양화가 가속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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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산강 바라기

    1978년 현대건설 사장이던 이명박 CEO가 진두지휘하여 영산강 하굿둑을 만들기 시작하여 1981년 완공된 되부터 영산강은 흐름이 막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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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산강 바라기

    영산강은 전국 4대강 중에서도 가장 오염이 심한 강입니다.

  • 1 0
    나무

    어른에게 할 말 못 할말 무작정 뱉는게 아니라 한번쯤 생각하고 내뱉는 지성인이 되길 바랍니다. 우리나라도 참 -_-

  • 1 1
    진짜 민주당

    친민주당! 이넘아.. 그 입 다물라! 김영환 의원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그리고, 4대강 문제에 집중해서 직접 발로 뛰고
    좋은 시 까지 쓴 글에 그 따위 댓글이 뭐냐..
    친민주당이라면서 당명과 함께 하는 사람한테 할 말이냐..
    미친넘.. 다시는 그 입 함부로 놀리지 마라..

  • 0 10
    친민주당

    이넘 ...어디서 감히
    한나라당 껄떡거리고 다니면서 한나라 공천 받으려 했던 그런 넘이?
    민주당에서 개나 소나 다 욕하더라
    세상에 별 미친넘 다 있으니까?

  • 1 12
    ㅋㅋㅋ

    전봉준이 오니똥물 그냥 놔두고 마시자 주장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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