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천의 강'에서 신화가 사라지려 한다"
[김영환의 4대강 르포 시] 누가 금강을 토막 내는가
금강, 비단물결 곁으로 법정이 돌아왔다
돌관자들의 피묻은 갈퀴손이 비단강(錦江)에
철제 파일을 박고 있을 때
법정이 탄다. 라디오 정오 뉴스 송광사에서 탄다.
“제 시간과 공간을 놓아두고 싶다”던
그의 육신이 타 허공에 풀썩 날린다.
법정은 지금 이승을 떠나 어디에 있을까?
방우리 습지 칠흑어둠 속 반딧불이가 되었을까?
모국어를 사랑하기에 이 땅에 환생하여 살고 싶다고 했다.
그의 골분을 백사장에 뿌리고 나서
비단강의 토막살인이 시작 되었다.
더 이상 금강을 능욕하지 마라
더 이상 강을 목 조르지 마라
“이 땅의 무수한 생명체를 위협하고 파괴하는 재앙인
대운하를 어떤 희생을 치르고라도 막아야 한다”
법정은 말해오지 않았던가!
금강 비단물결 곁으로 두 눈 부릅뜬 법정이 돌아온다.
남에서 북으로 흐르는 역천(逆天)의 강
남에서 북으로 흐르는 역천(逆天)의 강
그 강을 저항의 강이라고도 불렀다.
훨훨 강태등골 물뿌랭이 마을 따라 흐르다
누에 닮은 잠두마을, 황새목을 가로 지른다.
금강의 발원지(發源地), 뜬봉샘에 차(茶를) 달여 마시며
돌아간 이들의 이름을 불러본다.
“서로 사랑하십시오”라고 기도하던 김수환 추기경,
“삶과 죽음이 다 자연의 한 조각이 아니던가” 말하고 떠난 노무현 대통령,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전진한다”고 적어 두었던 김대중 대통령
도란도란 옹기종기 모여 있다.
갑천과 미호천이 만나는 합강리
큰기러기 떼에게 물어보라
금강의 비단물결 곁에 서야 삶과 죽음을 넘어설 수가 있다.
기껏해야 황포돛대 뱃놀이를 위해
금강보, 금남보, 부여보로 금강을 토막 내는가
인(P)의 용량이 늘고 질소(N)의 총량이 늘고
클로로필이 넘쳐나게 될 것이다.
담호수 포기의 시화호가 되고
홍수에 무너진 연천 댐이 되고
녹조 퍼진 낙동강 하구언이 되고 말 것이다.
江은 모국어가 모여 만든 외로운 길
무소유가 된다는 것,
그것은 비단 강가에 제 몸을 누이는 일이다.
우리의 강과 산에서 모국어가 하루하루 숨을 쉰다.
강은 수만 년을 두고 모국어가 모여 만든 외로운 길이다.
돌관자들이여! 금강 비단 물결을 찢어발기는 갈퀴손이여!
강의 빠가사리에게 물어 보라
강변의 호박돌에게도 물어 보라
이 공사는, 이름 없는 들꽃들의 허가사항이다
江을 파는 일은 歷史를 파묻는 일이다
금강이 파헤쳐지고 나면
지금도 흙속에 누운 마한의 역사와 구석기 유물을 어디서 만날 수 있으랴
부여보가 들어서고 나면
백제 멸망의 슬픈 전설은 어디서 만날 수 있으랴!
중국에서 관직까지 받고 평생 호사를 누리던 배신의 장수 ‘예식’의
비석이 발견됨으로써 의자왕의 명예가 회복될 수 있었다
의자왕은 끝내 동맥을 끊고 굴욕을 삼켜 명예를 지켰다.
금강이 없다면 의자왕도, 낙화암도 다시 살려낼 수 없다.
아직도 선연한 백제의 역사,
못다 쓴 역사를 복원하기 위하여
돌관자들이여! 흐르는 금강을 흐르게 하라.
계백의 못다이룬 꿈을 만나기 위해
서울로 가는 전봉준을 만나기 위해
오늘도 우리는 금강을 찾는다.
곰나루의 아름다운 모래톱은 지켜져야 한다.
법을 뛰어 넘어 절차를 송두리째 무시한 채
돌관자의 속도전과 강행군이 진행되고 있다.
곰나루는 한 나무꾼이 여자로 변신한 암곰에게 잡혀가
부부의 인연을 맺었다 한다.
그리고 두 명의 자식까지 두었다.
나무꾼이 도망가 버리자 그것을 비관한 암곰이
자식과 함께 금강에 빠져 죽었다.
그 슬픈 전설을 안고 금강은 흐른다.
그 곰을 위로하는 곰사당이 곰나루에 있다.
금강보가 건설되면 곰나루 모래톱이 사라져 버린다.
금강에서 우리들의 전설과 신화가 사라져 버린다.
금강에 보를 설치하고 황포돛대를 띄우는 일보다
소중하다. 우리들의 이야기들.
4대강 사업은 청계천의 형(兄)이자
한반도대운하의 아우이다.
자연과 생태를 무자비하게 유린하는
교만의 폭풍우(暴風雨)이다.
돌관자의 갈퀴손이여
제발 금강 비단물결을 흐르게 하라.
도움말
1)비단강(錦江)
금강은 예로부터 그 물결이 비단처럼 아름답다고 하여 비단 금(錦)자를 써 ‘비단강’이라고도 불렀다.
2)역천(逆天)의 강
금강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북쪽으로 역류하는 강이다. 전라북도 장수군 신무산 ‘뜬봉샘’에서 발원해 충청을 가로지른 후 서해안으로 흘러나간다. 서울을 향해 활을 그리듯 흘러 한때는 ‘반역의 강’ 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3)뜬봉샘
금강의 발원지인 뜬봉샘에서 시작한 물길은 강태등골(1.5km)을 내려와 물뿌랭이마을을 지나 수분천이라는 이름을 얻어 5.5km쯤 흐르다가 작은 지류들을 합세해 금강본류를 형성한다. 금강은 뜬봉샘에서 금강하구까지 직선거리는 80여km에 지나지 않지만, 충북?대전?충남을 가로질러 약 400km를 흐른 뒤 서해로 빠져나간다.
4)백제 멸망의 슬픈 전설
사비성(부여)에서 웅진성(공주)으로 옮기면서까지 저항을 계속하던 의자왕은 수하 장수의 배신 때문에 포로가 되어 당나라로 끌려갔다. 그러나 역사는 사치와 패덕으로 인한 망국의 왕으로 기록하였다. 의자왕의 저항이 새롭게 알려지게 된 계기는 백제 멸망 후 1350년이 흐른 지난 2008년 중국에서 발견된 하나의 비석이었다. 이 비석의 주인은 배신의 대가로 중국에서 관직까지 받고 평생을 호사스럽게 살다간 배신의 장수 ‘예식’이었다. 배신자의 비석이 의자왕의 명예회복의 근거가 되었다. 역사의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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