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파티 끝나면 곧 계산서 날아들 것"
[송기균의 마켓뷰] 내년경제의 최대복병은 '더블딥'
재미있는 사실은 성장률이 경제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한다고 자랑하면서도 정작 출구전략은 시작하지 않겠다는 점이다. 출구전략이란 말 그대로 극도의 위기상황에서 임시방편으로 취했던 비정상적인 조치를 원상회복시키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목숨이 경각에 달린 환자에게 일시적으로 취했던 극약처방을 환자가 위기를 벗어나자마자 취소할 수는 없다는 거다. 극약처방을 취소하지 않으면 환자의 건강은 다시 위태로워질 것이 틀림없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이런 극약처방을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는 지속하겠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취했던 극약처방은 두 가지다. 엄청난 재정적자와 유동성 급증이 그것이다.
우리 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해악이 될 재정적자와 유동성 급증이라는 극약처방을 우리 정부가 내년에도 지속하겠다는 이유를 따져보면 중요한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2010년 우리 경제의 ‘더블딥’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KDI의 <2009-10년 경제전망>에 기초해 설명하면 이렇다.
올해 우리 경제는 0.2%의 플러스 성장이 예상된다. 수출과 기업의 설비투자가 급감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플러스 성장이 가능하였던 것은 가계소비의 급증과 정부의 재정적자 덕분이다.
먼저 재정적자를 보자. 올해 재정적자는 상반기에만 43조원이었다. 연간으로는 50조원을 훨씬 초과할 것이다. GDP의 5%가 넘는 엄청난 금액이다. 경제이론에 의하면 재정적자가 클수록 경제성장률이 높아진다. 단순하게 표현하면 GDP의 5%만큼 재정적자를 내면 경제성장률은 5%만큼 더 높아진다.
내년에도 GDP의 5% 정도의 재정적자가 예상된다. 쉽게 말해 재정적자가 없다면 우리 경제의 내년 성장률은 5%가 아니라 0% 수준이 될 거라는 이야기다.
올해 우리 경제의 플러스 성장에 재정적자보다 더 크게 기여한 것은 가계소비의 증가다.
경제이론에 의하면 가계소비를 결정하는 것은 가계소득이다. 개인들은 소득이 증가하면 소비를 늘리고 소득이 감소하면 소비를 줄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올해 가계의 소득이 증가하였는가? 이 질문에 대해서는 누구라도 고개를 저을 것이다. 올해 취업자수는 크게 감소하였다. 더욱이 직장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도 월급 혹은 수당이 깎여 소득이 감소한 경우가 많다.
그러면 가계소득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소비가 크게 증가한 이유는 무엇인가?
작년 12월 81까지 급락하였던 소비자심리지수가 올 3월 코스피지수가 급등한 직후인 4월부터 급등하기 시작하였다. 강남지역 아파트를 비롯한 부동산시장 역시 주식시장과 거의 동시에 폭등을 시작하였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자산효과(Wealth Effect)가 작동한 것이다.
코스피지수가 9월 이후 반락하고 아파트값 상승에 제동이 걸리자 곧바로 소비자심리지수가 10월의 117에서 11월 113으로 하락하였다. 자산가격 버블이 가계소비에 절대적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정리하면 이렇다. 올해 한국경제의 플러스 성장이 가능하였던 것은 엄청난 재정적자와 자산가격의 버블 덕분이었다.
다시 KDI의 <2010년 경제전망>으로 돌아가자.
내년 경제성장률 5.5%라는 KDI의 전망은 크게 세 가지를 전제로 하고 있다. 올해 급락하였던 기업의 설비투자가 내년에 급증하고, 가계소비가 올해와 같은 고성장을 지속하며, 정부는 엄청난 재정적자를 계속 낸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심각한 것이 자산가격의 버블이다. 그리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유동성이 시중에 계속 풀려야 한다.
만약 부풀대로 부푼 자산가격 버블이 내년 중 터진다면 가계소비는 수직하락할 것이고,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로 급락할 것이다. 소위 말하는 ‘더블딥’이 발생하는 것이다.
출구전략이란 재정적자를 축소하고, 급증한 유동성을 정상수준으로 환원시키는 것이다. 그 결과가 어떨지는 너무도 자명하다. 이것이 정부가 출구전략을 기피하는 이유다.
돈을 풀어서 즐기는 달콤한 ‘유동성 파티’를 내년에도 지속하겠다는 것이 정부 경제정책의 근간인 것이다. 정부가 버블을 키우면 키울수록 버블붕괴 후의 경제적 충격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것이 명약관화한데도 정부는 지극히 위험한 도박을 감행하고 있다.
빚내서 즐기는 ‘유동성 파티’가 무한정 지속될 수는 없다. 정부가 출구전략을 시작하면 곧바로 파티가 끝나고 계산서가 날아들 것이다.
설사 정부가 출구전략을 무한정 미루더라도 자산가격 버블붕괴를 촉발할 요인은 도처에 널려 있다. 높아질 대로 높아진 가계부채와 그에 따른 상환능력 약화, 중소기업의 현금흐름 악화에 따른 상환능력 악화, 미국경제의 더블딥 발생, 두바이나 그리스 사태와 같은 금융위기의 재발 등으로 버블붕괴가 시작될 수 있다. 무엇보다 지나치게 팽창한 버블이 자기무게를 이기지 못해 터져버리는 상황도 버블의 역사에서는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버블이 붕괴되면 우리 경제의 ‘더블딥’은 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대내외 경제상황을 고려하면 내년 중 버블붕괴의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다. 경제주체들은 이 위험성을 깊이 명심하고 미리 대비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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