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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통부, 미국에 "구호품 받아달라" 애걸복걸?

<뉴욕 한국일보> "뒤틀린 한미관계 상징"

지난해 8월 미국의 카트리나 피해때 우리 정부가 미국에 보내려 한 구호품을 미국정부가 거절했고, 이에 외교통상부가 "노무현 대통령, 이해찬 국무총리를 비롯한 고위층으로부터 외교부가 강한 압력을 받고 있다"고 통사정해 미국정부가 일부 물품만 받아들였다는 내용의 미 국무부 외교문서가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뉴욕 한국일보>가 10일(현지시간) 비밀해제된 미 국무부 외교문서를 입수해 공개함으로써 밝혀졌다.

당시 미국은 한국뿐 아니라 지원을 약속한 다른 나라들로부터도 구호물품 대신 현금 지원을 받기를 원했고, 이에 3천만달러 지원을 약속했던 우리나라도 적십자사 등 여러 채널을 통해 2천8백만달러의 현금을 지원했다. 나머지는 30톤의 구호품을 전달했다고 정부는 밝혔었다. 그러나 미 국무부 외교문서에는 15톤만 받았다고 적고 있고, 이에 대해 외교통상부는 30톤을 건넸다는 수령증을 받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다음은 <뉴욕 한국일보> 보도내용 전문.

지난 1월16일 오전 서울 외교부청사에서 이상호 카트리나성금관리위원장으로부터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 동포들을 지원한 우리정부에 대한 감사패를 전달받고 있는 반기문 외통부장관. ⓒ연합뉴스


지난해 8월 동남부를 태풍 카트리나로부터 강타당한 뒤 미국 정부는 다른 나라로부터 보내온 긴급 구호품은 바로 받아들인 데 반해 한국이 당초 보내려 했던 100톤 가량의 긴급 구호품은 한동안 수령을 거부하다 한국 외교통상부가 사정하자 15톤만 받아들인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또한 미국은 ‘카트리나에 대한 한국 정부 조치의 정치적 배경’이라는 보고서까지 작성, 한국 정부가 현금, 물품, 서비스 등 모두 3,000만달러에 이르는 거액의 구호품을 지원하려는 의도가 무엇인지도 분석했으나 9일 현재 보고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작금의 한미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같은 사실은 주한미국대사관을 비롯한 재외공관들과 국무부 워싱턴 본부가 주고받은 전보 등 뉴욕한국일보가 입수한 국무부 비밀해제 외교문서에서 밝혀졌다.

이 문서에 따르면 한국은 당시 이태식 주미한국대사 내정자를 단장으로 한 긴급구조단과 100톤에 달하는 구호품을 실은 비행기를 보내겠다고 제안했다가 긴급구조단은 바로 거부당하고 구호품 자체도 거부당할 조짐을 보이자 구호품만이라도 받아 달라고 호소했다.

한국 외교통상부는 “이제 와서 구호품 발송을 취소할 수 없다. 만일 우리가 이 물품을 보내지 않으면 우리 몇몇 행정부가 물품을 떠맡게 된다”, “노무현 대통령, 이해찬 국무총리를 비롯한 고위층으로부터 외교부가 강한 압력을 받고 있다”, “한국이 매우 곤혹스럽게 되고 고위층은 심각하게 체면을 잃게 된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당초 제안했던 구호품은 100톤에서 대폭 축소된 15톤(방수포와 기저귀 10톤, 청소용품 5톤)만 수송 허가를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외교통상부는 지난해 9월14일 “미국의 ‘카트리나’ 피해 지원을 위한 구호물품으로 방수포(117개), 기저귀(1,650박스), 청소용품(고무장갑 5,520켤레, 고무장화 1,344켤레, 쓰레기봉투 63박스, 방진마스크 330박스) 등 총 30톤 분량의 긴급 구호품을 마련했다. 정부는 이 구호품을 9월15일 10시30분 한국 인천-미국 달라스간 정기 화물기편(대한항공 KE237)으로 미국에 수송할 예정이다”라고 발표했다.

이 비행기는 예정대로 9월15일(미국시간) 달라스 포트워스 국제공항에 도착했고 블라디미르 샘베이브 미국 명예대사가 장철균 외교통상부 재외국민 영사담당 대사로부터 대한항공 터미널에서 구호품을 전달받았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미국에 공수한 긴급 구호품은 30톤 분량이라고 발표했으나 미국 정부의 기록은 그 절반인 15톤이라고만 밝히고 있어 나머지 15톤은 물론이고 한국 정부가 애당초 인천공항 창고에 저장해놓았다고 했던 구호품이 100톤이었을 경우 나머지 70~85톤의 구호품은 어떻게 처리됐는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임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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