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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수석이 인사청탁, 민정수석실은 비리조사"

'유진룡 폭로' 일파만파, 사실일 경우 홍보-민정수석실 처벌 불가피

취임 6개월만인 지난 8일 전격경질된 유진룡 전 문화관광부차관(50)이 재임기간중 이백만 청와대 홍보수석, 양정철 홍보기획비서관 등으로부터 숱한 낙하산 인사 청탁을 받아 이를 거절하자 민정수석실 조사까지 받는 등 핍박을 받다가 마침내 경질된 것이라고 주장, 일파만파의 파문이 일고 있다.

유진룡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다"

유 전차관은 경질 다음날인 지난 9일 문화부 직원들에게 남긴 이메일 이임사를 통해 "30년 가까운 공직생활을 마치고 나가는 저 자신의 마음은 지금 한편으로 많이 후련하다. 그동안 나의 마음고생이 심했기에 그렇다"며 "하고 싶은 말들은 많지만, 조용히 떠나는 것이 모두에게 도움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참고 가려 한다"고 말해 자신의 경질이 외압에 의한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농담이지만, 오래 전 심심풀이로 읽었던 대중 무협소설의 제목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제목이 '소오강호(笑傲江湖)'였던가 싶다"며 "참, 재미있는 세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소오강호'는 권력투쟁에 물든 동물적 세태를 풍자한 김용의 대표작으로 유명하다.

"이백만-양정철이 '급'도 안되는 사람들 숱하게 인사청탁"

의미심장한 이임사를 남긴 유 전차관은 10일 언론과의 잇따른 인터뷰에서 '외압'의 구체적 내용을 밝혔다.

그는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이백만 홍보수석비서관과 양정철 홍보기획비서관이 문제가 된 아리랑TV 등의 자리에 너무 ‘급’이 안 되는 사람들의 인사 청탁을 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처음에는 이 수석이 부탁을 했으나 (계속) 말하기가 그랬던지 양 비서관이 여러 번 나에게 이야기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에 “이 수석을 따로 만나 ‘이건 정말 안 되는 일이다. 이런 짓을 더는 하지 말든가, 나를 자르든가 하라’고 말했다”며 “그랬더니 나를 잘랐다”고 말했다.

그는 인사 압력의 사례로 알려진 아리랑TV와 한국영상자료원장 인선과 관련해선 “그런 얘기들은 일부에 해당한다. 그런 일들이 여럿 있었고 그게 쌓여서 이렇게 된 것”이라고 말해, 이 두가지 외에도 청와대의 낙하산인사 청탁이 여럿 있었음을 밝혔다.

그는 청와대측이 자신의 경질사유와 관련해 “유 전 차관은 신문법에 의해 출범한 기구인 신문발전위원회, 지역언론발전위원회, 신문유통원 관련 직무를 회피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내가 직무회피를 했다면 인사(청와대 인사 압력)와 관련해서 한 적은 있다”고 일축했다.

"민정수석실로부터 비리 조사까지 받았다"

유 전차관은 같은 날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선 인사청탁을 거부하다가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비리 조사까지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선 인사청탁 건수와 관련, "아리랑TV 부사장, 한국영상자료원장 건은 인사 청탁의 일부였을 뿐이었다”며 “더 있었다. 몇 건이었는지 세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인사청탁을 한 기관과 관련해선 “열린우리당에서는 없었다. 요즘 열린우리당은 힘 못 쓰지 않나. 청와대에서 있었다"며 "나는 (청와대에서 청탁하는 사람의 태도가) ‘호가호위(狐假虎威)’라고 생각했다. 해서 나는 그 사람들한테 ‘그러지 마라. 그런 식의 인사는 좋은 것이 아니다’라는 식으로 이야기했다. 인사 문제로 인해 그만두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나도 그들한테 ‘그러면 그만두겠다’고 했다. 한데 막상 인사권자가 이런 식으로 인사를 했으니 나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는 것 아닌가”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문제의 민정수석실 조사내역을 폭로했다. 그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고위 공무원들 비리를 조사하는 조사관들에게 조사를 받았다. 왜 이런 인사청탁을 들어주지 않느냐는 식의 질문들이었다. 조사관들도 조사하면서 멋쩍어했다. 별일 없을 것이란 얘기도 했다. 그런데 나중에 나를 비위사실로 엮어 경질하려 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래서 그 사람들한테 분명히 이야기했다. 만약 그런 식으로 나를 엮으려 한다면 나도 정면으로 대응하겠다고 했다. 말 안 들으면 국장들 몇 사람까지 자르겠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나는 나 하나 자르면 족하지 않느냐, 그 친구들까지 자른다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했다. 이미 경질될 것을 예상했다”고 폭로했다.

한편 이날 <중앙일보>는 익명을 요구한 문화부의 한 간부의 말을 빌어 "낙하산 인사 압박을 받던 아리랑TV 부사장직을 아예 없앤 이후 청와대 홍보수석실 관계자가 유 전 차관에게 전화를 걸어 '배를 째 달라는 말씀이시죠. 예, 째 드리지요'라고 위협했다는 말이 부 내에 돌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사실일 경우 참여정권 도덕성 치명타, 홍보-민정수석실 처벌 불가피

유 전차관의 폭로가 사실일 경우 이는 노무현 정부의 도덕성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사건으로, 일파만파의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급'이 안되는 인사들을 무더기 낙하산 인사하려다가 저항에 직면하자 민정수석실을 동원해 비리를 조사하는가 하면, 유 차관뿐 아니라 문광부 국장들까지 자르겠다는 협박을 했고, 결국 대통령 인사권을 동원해 경질했다는 주장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이는 참여정권의 도덕성에 결정적 하자가 드러나는 것인 동시에 홍보수석실-민정수석실 관계자들의 '직권 남용'에 대한 법적 처벌까지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는 또한 김병준-문재인 파동 과정에 청와대가 주장한 '코드인사' 정당성의 허구가 드러낸 사건인 동시에, 골프파문으로 물러난 김만수 전 비서관을 전기안전공사 감사로 임명한 데 이어 증권선물거래소 감사로 또다른 낙하산 인사를 강행하려 해 파문이 일고 있는 정권 말기의 잇따른 낙하산 인사의 허구성도 동시에 드러낸 사건으로 규정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나라당 등 야당은 이미 오는 21일부터 시작되는 임시국회에서 유 전차관 경질 의혹을 집중 추궁한다는 입장이어서, 유 전차관 문제는 향후 뜨거운 정치쟁점이 될 전망이다.

유 전 차관은 행시 22회로 정통 문화부 관료 출신이다. 문화부 국제교류과장.문화산업과장.기획관리실장.정책홍보관리실장을 두루 거쳐 올 2월 차관에 올랐다. 당시 청와대는 그의 발탁 이유와 관련, "진보적이고 개혁성향이 있는 인물"이라고 발탁 이유를 밝혔었다.
박태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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