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가 강점기에 우리 민족의 정기를 말살할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바꾸었거나, 동두천시, 마장동, 쌍촌동, 통곡리, 하품리, 상판리 등 어감이 좋지 않은 행정구역의 명칭을 바로잡는 작업이 추진된다.

일제 민족말살 위해 없앤 임금 왕(王)자도 회복

행정자치부는 지난 3월부터 5개월간 전국적으로 읍.면.동.리 단위까지 행정구역 명칭의 유래에 대한 일제조사를 벌인 결과 정비대상 명칭 1백4개를 선정, 올해 말까지 개정작업을 벌이기로 했다고 9일 밝혔다.

주요 정비대상은 왕산면(旺山面), 왕전리(旺田里)와 같이 일제가 민족정기를 말살하기 위해 임금 왕(王) 대신 성할 왕(旺)으로 바꾸었거나, 지역의 특성이나 역사성을 담지 않은 채 방위만 표시한 남면(南面), 동면(東面), 중리(中里) 등과 같은 행정구역이다.

어감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주민들이 행정구역 명칭 변경을 요청한 마장동, 쌍촌동, 하일동, 통곡리, 상판리, 황곡리, 하품리, 조막리 등도 이번 정비 대상에 포함됐다.

서울 성동구 마장동의 경우 도축장의 이미지 때문에, 서울 강동구 하일동(下一洞)은 가장 뒤떨어진다는 이미지가 연상돼 주민들이 명칭 변경을 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두천시는 어감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기지촌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져 있어 주민들이 다른 이름으로 바꾸기를 바라고 있는 경우였다.

서울 관악구의 봉천동과 신림동은 과거의 판자촌, 달동네 이미지가 떠오른다는 이유로 주민들이 새로운 이름으로 변경하길 희망하고 있다.

또 경북 칠곡군 왜관읍 왜관리도 일본인 거주지역이라는 어감 때문에 새로운 행정명칭으로 변경하기 되기를 주민들이 원하고 있다.

지역의 역사성을 표현하고 유명 관광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외속리면을 속리산면으로, 갈두리를 땅끝리 등으로 변경하는 작업도 추진된다.

이와 함께 서울 성동구 왕십리1동과 왕십리2동의 경우 동사무소 관할구역인 행정동과 주소지 명칭인 법정동(상왕십리.하왕십리동)이 달라 혼란스럽다는 이유로 왕십리동으로 행정명칭을 변경하길 원하고 있다.

정비대상 명칭 1백4개 중 기초자치단체로는 동두천시가 유일하게 선정됐고 나머지는 읍.면.동 41개, 리 62개 등이다.

지자체별로는 전남도가 19개로 가장 많았고 강원 18개, 충북 16개, 서울 15개, 경북 12개 등 순으로 나타났다.

행자부 관계자는 "동두천시 등 자치단체 명칭은 해당 기초의회와 상급 광역의회의 의견청취를 거쳐 법률 제정을 통해 바꿀 수 있고 읍.면.동과 리의 명칭은 지자체의 조례로 제.개정을 통해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