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올해만 재무채권 2조5천억불 발행...
[송기균의 '마켓 뷰'] '인플레'라는 부메랑
금융위기 발발 이후 미국과 영국은 금리를 급격하게 낮춤으로써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급격한 침체를 막고자 하였다. 그러나 제로금리에도 은행의 대출이 증가하지 않고, 가계부문의 소비와 기업부문의 투자가 계속 줄어들자 극단적인 방법(unconventional measure)을 도입하기로 하였는데 그 방법이 바로 양적완화다.
양적완화란 돈을 찍어서 시장에 푸는 것이다. 푸는 방법은 장기국채나 신용등급이 우량한 회사채 등을 매입한다. 그 결과 장기금리가 낮아져서 기업들이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여 투자를 촉진하려는 것이 양적완화의 목적이다.
양적완화 정책은 말 그대로 극단적인 방법이며 과거에 사용한 적이 없으므로 그 효과와 부작용이 검증되지 않은 방법이다. 당연히 중앙은행 내부와 외부 경제전문가들의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경제침체가 가속화하자 미국과 영국의 중앙은행이 거의 동시에 양적완화를 시행하였다. 지난 3월18일 미국 연방은행은 3천억불의 재무부증권을 향후 6개월 간 매입하겠다고 발표하여 시장을 깜짝 놀라게 하였다. 그 정도로 미국경제의 향후 전망이 어둡다는 반증이었으나, 시장은 뜨겁게 반응하였다. 10년 만기 미재무부증권의 수익률이 당일 3.0%에서 2.5%로 0.5%p나 급락하였다. 하루 하락폭으로는 20년 만의 최고치였다.
그러나 이런 양적완화의 효과는 채 2주일을 넘기지 못하였다. 재무부증권의 수익률이 다시 반등하여 양적완화 발표 이전의 수준으로 올랐다. 양적완화가 당초 의도대로 장기 채권의 수익률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오지 못할 것으로 시장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미국 정부의 천문학적인 규모의 구제금융과 경기부양책의 부작용이다. 이들 정책에 소요되는 엄청난 금액을 재무부증권의 발행으로 조달해야 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재무부증권의 공급이 늘어나고, 수익률은 올라갈 것으로 시장이 판단한 것이다.
올 한 해에만 차환발행액을 제외한 재무부증권의 순증발행액이 2조5천억불이다. 그에 비해 양적완화로 연방은행이 되사는 재무부증권은 3천억불로 1/8에 못 미친다.
또 다른 요인은 인플레이션 우려다. 시중에 돈이 풀리므로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 뻔하다. 경기침체가 극심하여 당장은 인플레 압력이 없지만 시간이 지나서 경기가 회복기미를 보이기 시작하면 인플레이션은 급격히 상승할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대두되면 중앙은행은 금리를 인상할 것이므로 채권투자가들은 손실을 입게 된다. 채권의 만기가 길수록 이런 손실위험은 더 커지게 된다.
영국의 경우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심각하므로 양적완화의 효과는 더 의문시되고 있다. 영란은행이 지난 3월5일 7백50만 파운드의 양적완화를 발표하자 10년 만기 영국국채(gilts) 수익률이 2.91%까지 급락하였으나 한 달 만에 0.5%p 급등하여 이전 수준을 상회하였다.
영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2월 3.2%로 선진7개국(G7)의 평균을 6배나 상회하였다. 그 결과 영란은행 총재인 머빈 킹은 의회 발언에서 인플레이션 우려로 인해 양적완화가 제약을 받을 것임을 표명하였다.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극단적인 통화정책이 인플레이션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조짐이 보이고 있다. 미국과 영국의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강도가 현저하게 약해질 것이 점쳐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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