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폭등'에 서민-자영업자만 죽어나
[송기균의 '마켓 뷰'] '경기 양극화' 더욱 심화
3월31일자 국내 언론의 보도 내용이다. 한두 개의 지표가 반등기미를 보인 것이 마치 경기침체의 바닥을 의미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것이 볼썽사납긴 하지만 어쨌든 경기선행지수가 반등한 것만은 사실이다.
기업들의 체감경기를 말해주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3월에 57로 조사되어 전달에 비해 무려 14나 올랐다.
같은 날 <뷰스앤뉴스>의 기사는 완전히 다른 경제상황을 보여준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설문조사 결과를 설명하는 내용이다.
"소상공인 대다수가 극심한 경영난과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경기전망에 대해서도 75.4%가 전년보다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소상공인이란 달리 표현하면 자영업자를 말한다. 이들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굳이 설문조사를 하지 않더라도 가까운 음식점에 한번 들르기만 하면 금방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
한쪽에서는 경기가 바닥을 치고 좋아진다고 하는데 다른 한쪽은 한겨울의 찬바람이 씽씽 몰아치는 격심한 차이는 왜 생긴 것일까?
그 차이를 설명해 줄 수 있는 변수는 환율이다.
환율이 오르면 수출이 늘기도 하지만 수출기업의 이익은 더 크게 증가한다. 환율이 작년 초 900원대에서 1500원까지 폭등하였으니까 수출 대기업들은 큰 재미를 보았다. 주식시장 시가총액에서 수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50%가 넘는데, 그들 대다수가 올 1분기에 놀랄 정도의 실적호전(earning surprise)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가 진작부터 있었다. 그 기대가 증시에 선반영되어 주가는 올해 들어 8.2%나 상승하였다. 경기선행지수의 상승반전은 수출부문 호조와 주가지수 상승에 기댄 바가 큰 것으로 판단된다.
환율상승의 가장 큰 부작용은 물가다. 그리고 그 물가상승의 가장 큰 피해자는 서민과 자영업자들이다.
금년 2월까지 소비자물가지수는 4.1%나 올라 G7(선진7개국) 평균의 7배에 달했는데 그게 다 환율상승 때문이다.
"장보기가 두렵다. 500ml 우유가 1300원대, 매운 고추 한 근에 8천원이다. 몇 달 전에는 오이 3개가 천원 정도였는데 이젠 2개가 2천원이다. 빵은 그나마 값은 그대로지만 크기가 터무니없이 작아졌다. 3개를 합쳐야 전에 두 개 크기밖에 되지 않겠다. 카트에 쌓지도 못하고 바닥에 깔리게 샀는데도 계산을 하니 10만원이 훌쩍 넘는다."
3월25일자 <한겨레신문>의 ‘세상읽기’에서 장보기에 나선 서민의 심정을 절절히 표현한 글이다. 서민이라면 누구나 하루에도 몇 번씩 절감하는 현실이다.
경기가 침체되면 소비가 주니까 물가는 떨어져야 하는데 장보기가 두려울 정도로 치솟는 이유는 환율 폭등 말고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기름값과 원자재 가격도 세계경기 침체로 곤두박질치고 있는데...
경기침체로 소득이 주는데 물가는 오르니까 서민들은 씀씀이를 대폭 줄일 수 밖에 없고 그래서 자영업자들은 장사가 안 되어 죽을 맛인 것이다.
물가가 오르면서 재료비까지 올라 비용은 상승하는데 매출은 급감하니까 자영업자들이 벼랑끝에 몰렸다는 말이 조금도 과장이 아니다. 그리고 환율이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으면 이런 절박한 상황은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주식시장도 환율상승을 마냥 즐길 수만은 없다. 물가가 비싸지면 가계는 소비를 더 줄이게 되므로 내수부문의 매출과 수익은 감소한다. 또한 환율상승이 불가피하게 물가상승을 동반하므로 향후 통화정책에서 추가적인 금리인하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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