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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민 유족 "누가 우릴 이렇게 만들었나"

<현장> '용산 참사' 추모대회, 경찰과 곳곳 충돌도

"30년간 장사를 해 온 곳에서 재개발 통지를 받기 전까지, 용역들이 가게를 비우라며 가게 앞에 쓰레기를 쌓아놓기 전까지, 아버지가 용산구청 앞에서 생떼를 부린다며 문전박대 받기 전까지, 우리는 나름 따뜻한 가정이었다. 사회와 재벌들이 우리를, 내 동생을, 내 아버지를 운동권으로 만들었다"(고 이상림씨 딸 이현선씨)

유가족의 '사부곡'에 참가자들 눈시울 붉혀"

경찰의 원천봉쇄를 뚫고 청계천 광통교 부근 한국예금보험공사 앞 인도에서 '용산 참사' 2차 범국민추모대회가 열린 31일, 열흘 넘게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는 유가족들의 절규는 참가자들을 숙연케 했다.

고 이상림씨(72)의 딸이자 구속된 용산 철거민대책위 위원장 이충연씨(37)의 누나인 이현선씨(40)가 읽어내려간 눈물의 '사부곡'은 단상 앞에서 취재를 벌이던 몇 몇 기자들마저 눈시울을 훔치게 만들었다. 이씨는 담담하게 고인이 된 아버지를 회상했다.

"철거민이 되지 않았다면 우리는 아마 평생을 살아도 이런 집회에 나오지도, 이렇게 마이크를 잡지도 않았을 평범한 가정이었다. 아버지는 용산 4지구에서 30년 넘게 음식점을 경영한 평범한 분이셨고 일흔을 넘기자 음식점을 호프로 리모델링해 3남매 중 막내 부부에게 운영을 맡겼다. 아버지는 비록 장사를 막내에게 맡겼지만 30년간 손 때 묻은 가게를 무척이나 아껴 하루 일과를 새벽 일찍 가게 앞 거리 청소를 하며 시작하신 분이다"

이씨의 목소리는 평범한 가정이 '철거민'이라는 딱지를 붙이게된 사연을 이야기하며 격앙되기 시작했다.

"평범하게 살아오던 우리 아버지를 누가 거리로 내몰았나. 운동권? 그런 거 잘 모른다. 이런 우리를 누가 운동권으로 만들었나. 재개발이 시작되기 전까지 누가 우리 아버지가 수천도의 화염에서 돌아가시고 막내 동생이 무릎과 팔이 찢겨져서 감옥에 갇힐 줄 알았겠나"

이씨는 전날 SBS '대통령과의 원탁대화'에 출연한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서도 울분을 터뜨렸다.

"요즘 TV를 보면 유가족들은 두통약을 서너알씩 집어먹게 된다. 어제 이명박 대통령을 방송에서 보고난 후 유가족들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대통령은 법치를 들먹이며 동문서답을 하더라. 말이 좋아 법이지, 도대체 누구에게 그런 법을 지키라는 거냐. 30년간 일궈온 가게에서 쫓겨나게 하는 법, 수천억원을 버는 재벌들을 위한 법, 용역깡패들이 가게 담벼락에 시뻘겋게 목매단 그림을 그려도 내버려두는 법, 유족 몰래 시신을 난도질 하는 법, 이런 법도 법이라고 지키며 살아야 하나"

원고를 읽어내려가던 이씨는 "아버지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한 번도 하지 못했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기어이 눈물을 터뜨렸다. 절절한 '사부곡'이었다.

"항상 두 아이에게는 사랑한다는 말을 해줬다. 그런데 부모님에겐 한번도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아버지 품에 안겨서 한번이라도 하고 싶다. 아버지를 한번만 우리에게 되돌려 보내서 '아버지 사랑한다'라는 한 마디만 하게 해달라"

경찰 원천봉쇄, 추모대회 곳곳 충돌

이날 범국민추모대회는 시작부터 경찰의 원천봉쇄에 막혀 곳곳에서 충돌을 벌여야했다. 경찰은 오후 2시께부터 청계광장으로 통하는 모든 진입로에 30여대가 넘는 전경 버스를 배치, 차벽을 형성했고 청계광장으로 이어지는 청계천 산책로도 봉쇄했다.

앞서 오후 2시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빈민대회에서도 경찰은 영정을 든 유가족들의 가두 행진을 봉쇄하고 방송 차량만을 내보내 유가족을 포함한 2천여명의 참가자들은 지하철을 이용해 청계광장 주변으로 이동해야 했다. 경찰이 이날 동원한 경력은 100개 중대 1만여명으로 지난 해 촛불집회 이후 최대 규모였다.

추모대회는 경찰과의 실랑이로 예정시간보다 늦어진 오후 4시 50분께 이한열 열사의 모친 배은심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회장,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노회찬 진보신당 공동대표 등의 추도사와 추모공연을 거쳐 이현선씨의 발언까지 총 1시간 40여분 가량 이어져 오후 6시 30분께 마무리됐다.

배은심 회장은 "유가족들의 모습을 보니, 1987년에 내 모습이 저렇게 처참하지 않았나 싶다"며 "우리는 죽은 이들을 아무런 대가 없이 묻을 수 없다. 더 이상 이 정권을 용납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노회찬 대표는 "경찰 특공대는 테러범을 잡기 위해 창설된 부대인데 오히려 국민들에게 테러를 하고 있다"며 "이명박 정권은 철거민을 폭도로 몰고 배후로 전철연을 지목하는데, 과거 전두환 정권 시절 광주 시민이 폭도고 배후에 고정간첩이 있다고 한 것과 똑같다. 머지 않아 이명박도 전두환처럼 대한민국 법정에서 유죄를 선고 받을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8천여 참가자, 명동성당까지 가두행진

추모대회가 진행되던 동안 '386'이라고 적힌 깃발을 든 1백여명의 참가자들이 보신각 방향으로 가두행진을 시도하고, 일부는 경찰 버스에 불을 지르거나 투석전을 위해 보도블럭을 깨기도 했다. 이에 한때 경찰이 살수차를 동원하기도 했지만 큰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후 4시께는 SBS의 촬영 보조기사 1명이 한 참가자에게 얼굴을 가격당해 입술이 찢어져 응급지혈을 받기도 했다.

대책위는 본 행사를 마친 후 오후 6시 35분께 명동성당을 향해 가두행진을 시작했다. 8천여명(경찰 추산 2천여명)의 시민들은 영정을 든 유가족들을 선두로 해 을지로 1가의 전차선을 이용해 행진에 나섰다. 경찰은 을지로 2가 사거리에서 10여분간 이들의 행진을 막다가 명동성당으로 향하는 길을 텄다.

그러나 명동성당으로 향한 인원은 유족들을 포함해 5백여명에 불과했고 나머지 참가자들은 오후 7시께부터 명동 롯데백화점 앞 8차선을 점거하고 "살인경찰 물러가라", "구속자를 석방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가두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경찰은 이들을 향해 3차 해산 경고 방송을 하고 앞뒤로 살수차와 조명차를 배치하며 인도에 올라갈 것을 요구했지만 참가자들은 몸싸움을 벌이며 대치를 이어갔다. 경찰과 참가자들의 대치는 2시간여를 끌다가 오후 8시 50분께 경찰의 해산 작전이 시작되면서 종료됐다. 경찰은 남아있던 1천여명의 시민들을 인도로 몰아부쳐 20여분만에 차량을 소통시켰고 이에 항의하는 시민 5명을 연행했다. 이 과정에 한명은 크게 다쳐 119 응급차로 병원에 호송되기도 했다.

경찰에게 밀려 인도로 밀려난 참가자들은 대부분 자진해산했지만 2백여명의 시민들은 계속해서 구호를 외치며 밤 늦게까지 대치를 이어갔다.

1일 대규모 집회 예고

명동성당에서는 오후 7시 30분께 대책위 주관으로 정리 집회를 갖고 1일 열리는 이명박 정권 규탄 범국민대회 참여를 다짐하며 10여분만에 자진 해산했다.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측은 "오늘에 이어 내일은 22년만에 야4당과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해 정권 규탄 대회를 연다"며 "오늘을 계기로 이명박 정권 퇴진을 위한 불씨를 다시 지피자"고 호소했다.

대책위는 매주 토요일마다 청계광장에서 범국민추모대회를 이어가며 1일에는 오후 3시 청계광장에서 야4당과 민생민주국민회의, 시민사회단체여대회의, 미디어행동 등 시민사회단체가 공동 주최하는 '폭력살인진압 규탄 및 MB악법 저지를 위한 국민대회'가 열린다.

야4당은 이날 집회에 수도권 당원을 총동원하는 등 4천여명 이상의 당원이 참석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어 1만여명을 상회하는 대규모 집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말에 이어 2일에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오후 7시부터 청계광장에서 용산 참사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대규모 시국미사를 이어간다.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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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이 3 개 있습니다.

  • 8 14
    정신차리지

    어이없군
    좌파 우파가 언제쩍 얘기냐 멍청이들아 언제까지 50년대살래 의식도 없고 철학도없으니까 그딴소리나하지
    그래딴나라 2010년들어갈때 정치권이고 니네고50년대살아라
    용산참사의 문제는 경찰잘못도 세입자문제도 아니야 그렇게 위에서 지도를 내리고 정책을 내리고 세입자의 목소리를 듣지못하도록 주도한 용산구청장이지
    그렇게 빠르게 재개발을 추진하면서 세입자의 재산권 보호하지못하고 무시한 구청장
    그사람이 문제라고 멍청이들아

  • 13 5
    라라

    밑에 좌빨 운운하는 놈아
    그렇게 어휘가 부족해서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겠냐?
    니들은 좌빨 장군님 기관총 핵폭탄 이 거 딱 4개 밖에는 쓸 말이 없지?
    찌질한 놈들

  • 19 11
    111

    군인이 민간인 집회를 사찰하다. 들켰다.........
    올해는 군인들을 동원하여 총질하는 대량학살..느껴진다.
    작년에 조갑제가 군대를 동원 해라 발언.
    용산참사가 촛불로 이어지는것을 가장 두려워하는놈들은 누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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