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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 이어 '카페라떼'도 소비자안전은 뒷전

<기자의 눈> '타이레놀'에서 배워라

코카콜라 독극물 투입 사건이 벌어진지 일주일도 채 안돼 또다시 불량 음료 대량 리콜 사건이 발생했다. 13일 MBC 보도에 따르면 매일유업(주)의 인기 커피음료 ‘카페라떼’ 일부 제품에서 변질이 발생해 8만개를 리콜 조치한 사건이 드러났다. 그러나 사측은 소비자 몰래 해당 제품을 ‘리콜조치’했을 뿐만 아니라 아직까지 공식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

“리콜하면 책임 끝... 조용히 넘어가자”

최근 문제가 된 두 제품은 사측의 대응 방식에서도 닮은 꼴을 보이고 있다. 코카콜라 독극물 사건의 경우 사측인 한국코카콜라보틀링(주)이 사건 발생 10일 전부터 피의자로부터 지속적인 협박전화를 받았음에도 이를 무시했다.

결국 사고가 터지자 그제서야 부랴부랴 콜라 리콜에 들어갔다. 하지만 경찰조사결과 피의자가 전남 화순과 담양 이외도 나주와 전북 군산을 방문했던 사실이 드러나자, 사측은 뒤늦게 리콜 지역을 군산까지 확대하는 등 그야말로 사측의 '마지못한 대응'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더욱이 사측은 사건 초기 콜라 리콜에 들어갔을 때도, 영업사원을 통해 일부 매장의 제품에 한해서만 회수를 했을 뿐 광범위한 회수조처나 공개회수 등의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매일유업의 카페라떼 역시 코카콜라가 보여준 대응과 판박이다. 유효기간이 8월 16일에서 24일 사이의 카페라떼 마일드맛과 모카맛 두 제품을 위주로 소비자의 맛 변질 항의가 1백20여건에 이르자, 사측은 해당 유효기간의 카페라떼 8만개를 전국의 편의점에서 일제히 회수했다.

그러나 해당 제품 리콜을 실시하는 동안 사측은 리콜 사실을 전혀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았다. 카페라떼의 경우 우유가 함유된 축산품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관련법상 리콜 사실을 국민들에게 공지해야 할 필요가 있음에도 사측은 이를 지키지 않았다.

오히려 사측은 원료나 공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지난 11일 독극물 콜라 사건 발생시 이명우 한국코카콜라보틀링(주) 회장이 기자간담회에서 “늑장 대응으로 피해자가 발생했다는 지적은 인정하기 힘들다. 처음부터 독극물을 섞었다고 협박했으면 조치를 취했을 텐데 협박 내용이 돈을 주지 않으면 독극물을 섞겠다는 가정이었을 뿐이다”라고 항변한 내용과 매일유업의 태도는 오십보 백보인 셈이다.

타이레놀, 제품에 독극물 투입되자 2억5천만달러 손실감수, 미 전역 리콜

이들 두 회사의 행태에 비교되는 경우는 역시 ‘존슨앤드존슨’ 사례.

1982년 9월 미국 시카고. 존슨앤드존스 사에서 만드는 대표적 진통제 ‘타이레놀’에 누군가가 독극물을 투입, 이를 복용한 시민 7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측은 즉시 모든 사건경위를 언론에 공개하고 미국 전역에서 유통되는 타이레놀 3천1만병을 회수했다. 리콜에 따른 손실만해도 당시 돈으로 2억5천만 달러.

사측의 정직하고 발빠른 대응으로 이후 소비자들은 타이레놀을 더 신뢰하게 됐다. 특히 1백17년 전통의 존슨앤드존스 사를 일군 존슨 가(家)는 12억달러 상당의 부동산을 공익재단에 넘겨 세계보건기구(WHO)에 기여하겠다는 집안의 약속을 지키면서, 1960년대 이후 집안이 회사를 세습하지 않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해 지금까지 미국 내 모범 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이번 사건을 일으킨 코카콜라와 매일유업이 보여준 행태와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셈이다.

불량만두 사건때 중소업체 줄도산, 그러나 대기업 식품사고는 끄덕없어

이들 두 회사의 일방적 태도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정현화 한국생협연합회 강서생협 식품안전위원장은 “문제가 터졌을 때 회사측이 바로 이를 대중에 공개하고 사과를 해야하는 것이 마땅한데 이렇게 버티고 보자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그야말로 국민의 건강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두 회사의 태도를 나무랐다.

정 위원장은 코카콜라 독극물 사건에서 사측이 보여준 태도의 배경을 콜라시장의 독과점 체제에서 찾았다. 그는 “마치 사측이 ‘니들(소비자)이 내꺼(코카콜라) 아니면 먹을게 있냐’는 식으로 행동하는 것 같다”며 “이번 문제의 경우 사측이 저런 식으로 나오는 것은 독과점 체제를 형성하고 있는 콜라시장의 본질적인 면도 한몫했다”고 지적했다.

정 위원장은 “이번 'CJ 대량급식 사태‘에서 보듯 주로 대기업들이 일으키는 식품사고의 경우 시간은 대기업 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아무리 처음에 언론매체를 통해 문제가 불거져도 대기업들은 일단 사과 한 번 해놓고 비난 여론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린다”면서 “시간이 흐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넘어가기 일쑤”라고 말했다.

특히 ‘불량만두 파동’ 당시 중소기업 업체들이 줄 도산 사태를 맞은 것에 반해, 대기업들은 추후에 대량광고와 물량공세로 충분히 만회할 수 있는 자금이 있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정 위원장은 이같은 대기업의 처사를 ‘가진자의 횡포’에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생고기는 농림부 소관, 소시지는 복지부 소관, ‘체계없는 식품안전관리’

한편 식품안전 문제를 대기업의 양심에만 기대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지적도 있다.

김자현 한국여성민우회 소비자생활협동조합 상무는 “식품안전 문제는 전반적인 우리사회의 먹거리 안전의식 부재에 있다”며 “단순히 기업인의 양심에 이 문제를 맡겨두고 끝날 문제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 상무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식품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 사후대처 체계가 미비하다”면서 “그렇다보니 문제를 일으킨 회사들도 ‘재수없어 걸린 것 뿐’이라고 생각하며 시간벌기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그는 식품 안전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식품안전기본법 제정과 같이 국가차원의 제도적 관리.예방 제도를 마련하는 것에 있다고 강조했다. 생협을 위시한 소비자시민단체들이 주장하는 식품안전기본법의 골자는 ‘식품 안전문제를 정부책임 하에 통합관리하자는 것’이다.

지금처럼 어떤 식품은 보건복지부 산하 식약청에서, 또 어떤 식품은 농림부에서 맡는 분화된 관리 체계 속에서는, 식품안전사고 발생시 각 부처마다 서로 책임 떠 넘기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김 상무는 “가령 생고기는 농림부 소관이다. 그러나 이를 가공한 소시지는 보건복지부 산하 식약청 소관이다. 만약 소비자가 소시지를 먹고 탈이 나면, 이를 만든 사측에서는 생고기가 문제라 그러고, 반면 생고기 유통업자들은 소시지를 만든 사측 책임이라고 분쟁이 발생한다”며 “이 과정에서 정부는 주무 부처가 나눠져 있으니 사고 원인 규명에도 우왕좌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그는 “현재와 같이 분산된 관리체제 하에서는 식품 안전사고 예방은 물론이고 그 사후대처도 원만히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反)소비자적 행태를 보인 기업이 코카콜라와 카페라떼 두 곳에 그치기를 기다릴 뿐이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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