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 주인이라메? 이게 뭐꼬?"
<현장> 불황-수도권규제완화 악재 겹치며 대구 민심 싸늘
“노무현 때나 이명박이나 똑 같네”, "대구업체 50% 망할 것"
지난 3일 <문화일보> 창간기념 여론조사 결과,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대선이후 처음으로 30%이하인 27.5%를 기록했다. 특히 텃밭이라 할 수 있는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지난 9월 조사와 비교해 무려 17.5%포인트가 빠졌다. 믿었던 한나라당에 대한 배신감이 적지 않게 반영된 셈이다.
실제로 만나본 대구시민들은 한나라당과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이 대단했다.
3년째 택시기사를 하고 있다는 김모씨(51)는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인가하고 리먼브라더스 하고 머 이런 금융위기 때문에 우리나라까지도 경기가 안 좋다고 하는데 뉴스 보니까 우리만 많이 힘든 거 같다”라며 “그런데 정부는 뾰족한 대책이 없는 갑네”라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대구의 남대문’이라 불리는 서문시장에서 만난 박씨(여36·자영업)는 “요즘 경기요? 말도 말라. 지난 10월, 정확히 추석이후부터는 매출이 완전히 반 토막이 났다”라며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면 뭔가 크게 달라질 꺼라 믿었는데 노무현 때하고 똑같다고 사람들이 그러네”라고 한탄했다.
건어물을 파는 박씨(여62)는 “아마 대구가 전국에서 가장 힘들 것”이라며 “여기 주위 분들 모이면 ‘IMF 때보다 더 힘들다’라고 얘기한다. 오히려 IMF때는 장사도 잘됐고. 나도 지난 대선과 총선 때 이명박과 한나라당을 찍었는데 사람들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구 서구동단에서 만난 모 금속제품 업체 대표 최씨(남55)는 “내년 구정 때까지 공단 입주 업체 중 50%는 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씨는 “우리야 조선과 제철에 모두 납품하니까 그나마 다행이지, 제철에만 납품하는 업체들은 가망이 없다”며 “이미 지난 10월이 절벽이라고 봐야할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중소 금속업체 대표인 백씨(남47)는 “아무리 이 위기가 미국 금융위기 때문이라고 해도 미리 짐작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 우리는 언젠가는 올 것이 왔다고 본다”라며 “정부에서 중소기업 도와주겠다고 말만 하고 솔직히 한 게 없다”고 정부를 비난했다.
건설업에 종사하는 구씨(남37)는 “건설경기도 매우 침체돼 지금 대구에서만 수만 채의 미분양 아파트가 넘쳐나고 있다”라며 “분양받아놓은 사람들도 부동산 경기가 안 좋아 집이 팔리지 않아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이게 다 정부의 비수도권 차별화 정책 때문 아니냐”라고 정부의 수도권규제완화 정책을 맹비난했다.
“강재섭이가 대구가 정권 주인이라메? 이게 뭐꼬?”
이처럼 대구에서는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 방침에 격노하는 분위기였다.
김씨(남 54·중소기업 대표)는 “가뜩이나 대구에는 국가 공단 하나 없고, 대기업 하나 없다. 김영삼 정권 시절 삼성자동차가 들어올 뻔했지만 그마저도 부산에 빼앗기지 않았나”라며 “구미와 창원에서 던져주는 하청수요가 겨우 대구를 지탱하는데, 수도권에 규제를 완화한다니 참 말이 안나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영업을 하고 있는 박씨(여 44)도 “정부가 수도권 규제 완화한다는데 대구 출신 정치인들은 완전 깜깜 무소식”이라며 “강재섭이가 선거 내내 대구가 정권의 주인이라 떠들더니 이게 뭐꼬? 대구는 민란이 일어날 판”이라고 4월 총선 당시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의 ‘대구-경북(TK) 핍박론’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김씨(여50·자영업)는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옮겨오고 있다고 하는데 대구는 무척이나 어려운 상화에서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은 우리에게는 설상가상”이라며 “지방에 대한 배려도 없이 이렇게 막무가내로 밀어붙인다면 인구 200만 대구는 그냥 죽어야 할 판”이라고 정부를 맹비난했다.
“이명박이 잘못이라고? 민주당은 뭐 잘하는 거 있나?”
그러나 아직까지 이명박 정권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는 이들도 부분적으로 있었다.
서문시장에서 만난 노점상 이(48남) 씨는 “지금 좀 힘들다케도 아직 이명박이가 대통령된기 1년이라도 지났나”라며 “내가 들으본께 작년 노무현 때부터 이 지경이 될 것을 알아놓고도 기냥 냅뒀다메?”라고 이명박 정부를 감쌌다.
자영업자 박씨(남47)는 더 나아가 “솔직히 이번 금융위기는 이명박이나 한나라당도 잘못이 있지만, 정부가 일을 못하게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민주당의 잘못이 더 크다고 본다”며 “인사도 제대로 못하게 하고, 일 좀 하려고 하면 무조건 반대만 하는 정당이 무슨 전국정당을 하겠다고 대구를 오냐”고 대안부재 민주당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날렸다.
이 날 정세균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대구-구미를 전격 방문, 정부의 수도권규제완화 반대 등 민심 행보에 나섰으나, 한나라당 텃밭을 공략하기는 역부족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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