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의 구제금융 제안"에 환율 폭등
300억달러 스왑 효과 보름만에 소멸, "한국 바라보는 시선 냉랭"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0.80원 오른 1,400.00원으로 거래를 시작해 1,400원선에 재진입한 뒤, 급등을 거듭해 오전 9시17분 현재 지난 주말보다 달러당 25.80원 급등한 1,42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5거래일간 상승폭은 98.70원으로 100원에 육박하고 있다.
환율이 1,400원대로 재진입한 것은 지난달 29일 이후 처음. 300억달러 달러스왑 발표로 급락했던 환율이 보름여만에 다시 원대복귀한 셈이다.
이날 환율 폭등은 전날 끝난 G20 긴급정상회담에서 원론적 합의만 도출됐을뿐 구체적 대책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한 실망감에다가, G20 회의때 IMF가 한국에 단기 구제금융을 이용하라는 제안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데 따른 위기감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G20 회의후 16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IMF 총재가 한국 같은 나라가 IMF 돈을 갖다 써줘야 IMF 이미지를 바꿀 수 있다, IMF의 유동성을 사용해 줬으면 좋겠다는 그런 얘기까지 있었다"며 "IMF 돈을 갖다 쓰면 나라가 형편없는 것으로 오해 받기 때문에 거절했다"고 말했다. IMF 구제금융 없이 당면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표출한 것.
외환시장에서는 그러나 IMF측이 한국에 비록 조건없는 단기자금이긴 하나 IMF자금 사용을 권유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 한국 외환상황이 좋지 않다는 국제사회의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하며, 환율이 급등하는 후폭풍을 낳고 있는 형국이다.
여기에다가 최근 JP모건과 하나금융간 갈등에서 극명히 볼 수 있듯, 외국계가 IMF사태때 당시와 비슷하게 한국이 발표하는 '숫자'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고 있는 점도 외환불안의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외국계 관계자는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대단히 냉랭하다"며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계속 싸늘할 지 여부는 현재 은행과 정부가 행하고 있는 건설사, 저축은행 등 부실기업에 대한 정리가 어떤 방향으로 갈 지가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정부가 미온적으로 부실건설사 및 저축은행 문제를 처리할 경우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은 더욱 급랭하면서 위기가 심화될 것이란 전망인 셈이다.
외환당국은 이달말에 헤지펀드 등 서방금융사들이 올해 결산처리를 하는만큼 이달말까지 한국에서의 '셀 코리아'가 계속된 뒤 일단 관망기에 들어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한국을 바라보는 외국계 시선에 냉기가 계속되는 한 환율 등 금융시장 불안은 계속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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