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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길-이재오, 미사일 위기에 나란히 '딴짓'

3개 상임위 의원들, 해외출장-건강검진-경선 이유로 불출석해 눈총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정부의 '늑장대응'이 국회에서 여야로부터 호된 짙타를 받았다. 그러나 일부 국회의원들의 행태도 마찬가지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는 지적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다음날인 6일 국회 정보위원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국방위원회 등 안보관련 상임위가 긴급소집됐다. 문제는 해당 상임위의 일부 의원들이 휴가, 당내 경선, 건강검진을 이유로 불참하거나 상임위에 사유조차 밝히지 않은 채 출석하지 않았다는 것.

김한길 원내대표, 미사일 발사에도 '휴가 중'

불참 의원들 가운데 가장 눈에 띈 의원은 열린우리당 원내사령탑이자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인 김한길 원내대표. 김 원내대표는 미사일 발사 이틀째인 6일 오후까지 2박 3일 동안 휴가를 떠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측근은 "6일 저녁에 복귀했다. 휴가나 외유가 아니고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서였다"며 "그동안 상황 보고는 계속 받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과연 측근의 말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죽을 병'에 걸리지 않은 한 '건강 검진'이 비상시국에서 이틀간이나 당과 국회를 비울 사유가 되는 지는 의문이다.

여당의 원내대표가 미사일 발사로 나라가 온통 난리인 상황에서 이틀 동안이나 국회나 당에 모습을 비치지 않았다는 사실은 열린우리당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게 당 안팎의 따가운 눈총이다.

장영달 의원이 6일 당 홈페이지에 김근태 당의장에게 '당기강 강력 확립'을 주문하며, 의원들에게도 "중차대한 시기에 우리당 소속 국회의원은 지도부의 허가없는 해외출장을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질타한 것도 김 원내대표 등의 행보와 무관치 않다는 게 당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재오 전 원내대표, 당대표 경선 이유로 불참

며칠 전까지만 해도 김한길 원내대표의 파트너였던 한나라당 이재오 전 원내대표의 행태로 눈총을 받고 있다.

지난달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 정보위 소속의 이재오 의원도 이날 상임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유는 당대표 경선 선거운동이 바빠서였다.

최근 강력한 라이벌인 강재섭 후보의 지지율이 급등하면서 초비상이 걸린 상황을 보면 이해가는 일이기는 하나, 연일 노무현정부의 '안보 불감증'을 질타해온 한나라당의 차기 당권을 꿈꾸는 후보로서 적합한 행동인가를 놓고 당 안팎에서 비판의 소리가 높다.

특히 함께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권영세 의원은 같은 날 정보위에 출석, 좋은 대조를 이루면서 이재오 의원에 대한 당내 비판의 소리가 한층 높다.

이재오 의원측은 "원내대표일 때는 당연직으로 정보위 소속이었으나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 이상 정보위 소속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국회 사무처는 "신임 원내대표가 선출될 때까지는 이 의원이 정보위원이 맞다"고 유권해석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도 불구하고 '휴가'와 '경선'을 이유로 나란히 국회 상임위에 불참해 눈총을 받고 있는 김한길-이재오. 둘다 원내대표이던 지난 6월초 두사람이 협상에 앞서 환하게 웃고 있다.ⓒ연합뉴스


김진표-박희태 등도 불참

국회 국방위원회 회의에는 3명이 출석하지 않았다. 공성진 의원은 정보위와 상임위가 겹쳐 불가피하게 불참할 수밖에 없었으나, 최근 교육부총리 교체가 확정된 김진표 의원이 김병준 내정자에게의 '업무 인수인계'를 이유로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이정일 의원은 중국 하얼빈시 초청으로 해외 출장 중이었다.

국회 통외통위 회의에는 5인의 의원이 불참했다.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은 복수 상임위인 정보위와 일정이 겹쳐 불가피했으나, 정몽준 의원은 독일 월드컵 참석, 이화영 의원은 유럽의회 방문 일정으로 불참했다. 한나라당의 김덕룡, 박희태 의원도 불참했다.

김덕룡 의원 측은 "(공천헌금 파문후) 아직까지 정치활동을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고, 박희태 의원측은 "개인 신변사의 이유로 밝힐 수는 없지만 집안일이 갑자기 생겨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상임위의 한 관계자는 "불참은 일상화된 일이 이럴 때만 눈에 띄고 있는 것"이라고 시니컬하게 한마디 했다.
심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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