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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원영 뇌물수수 인정, 박상배 계속 부인

박 "김동운 만난 적도, 전화한 적도 없다"

검찰은 현대차 계열사 부실채권 탕감 금융권 로비를 주도한 김동훈 전 안건회계법인 대표 등에 대한 공판에서 지난달 23일 구속기소된 연원영 전 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이 김 씨로부터 5천만원을 수수한 사실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또 검찰은 김씨로부터 1억원의 뇌물을 받은 김유성 대한생명 전 감사와 5천만원을 받은 이정훈 캠코 전 유동화자산관리부장도 각각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가법)의 수재와 배임수재 혐의로 다음 주 중 기소해 김동훈씨 공판에 병합 심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상배 “김동훈 만난 적도 전화한 적도 없다” 혐의 전면 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김상철 부장판사)로 진행된 3일 속행공판에서, 검찰은 구속기소된 박 전 부총재와, 같은 혐의로 구속된 이성근 전 산은 투자본부장, 하재욱 전 산은 기업구조조정팀장, 그리고 불구속 기소된 김평기 (주)위아 사장 등을 신문했다.

검찰은 현대차그룹 계열사 부실 채권 탕감 명목으로 현대차로부터 41억 6천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은 김동훈(58. 구속) 전 안건회계법인 대표에 대해, 김씨가 이제까지의 공판과정에서 시인한 것처럼 채무탕감 로비를 위해 박상배 전 한국산업은행 부총재(61. 구속) 등 금융권에 35억원의 현금을 뿌린 사실을 놓고 관련 피의자들을 압박했다.

그러나 박 전 부총재를 비롯한 김씨가 돈을 건넸다고 주장하는 피의자들은 한결같이 “받은 적이 없다”고 진술, 양측간 팽팽한 진실게임 공방이 계속됐다.

검찰은 김동훈 전 안건회계법인 대표가 지난 2002년 2월 경 박 전 부총재에게, 현대차 계열사 (주)위아에 1천억원의 담보채권 중 무려 1백49억원의 채무를 탕감해주는 대가로 전달했다는 뇌물 14억5천만원에 대해 집중 추구했다.

그러나 박씨는 “김씨를 본 적도, 전화로 연락한 적도 없다”면서 “지난 4월 14일 긴급체포되고 난 뒤 김씨와 대질신문 과정에서야 비로소 김씨를 처음 봤다”고 관련 혐의 일체를 강력 부인했다.

또 박씨는 2002년 3월 (주)위아가 현대차계열사로 공식 편입하기 전, (주)위아의 주 채권자인 산은이 매각결정을 내린 사실과 관련해서도 “지극히 실무적인 사안 하나하나 대해 일일이 기억하기 힘들다”며 채권 매각과정 자체를 알지 못한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검찰은 “검찰이 압수한 산업은행 자산관리실(구 특수관리부, 부실채권 정리 담당부서) 컴퓨터에는 부실채권 매각과 관련한 현황보고서 목록이 있었고, (주)위아 건과 관련해 수시로 ‘부총재 보고’라는 보고서가 올라간 것으로 돼 있다”며 “피의자 박씨가 모를 리 없다”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박씨는 “보고 받았는지 정확히 기억이 안난다”고 발뺌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천억원대 채권매각을 부총재 허락없이 팀장이 할 수 있냐”며 거듭 박씨의 개입설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박씨는 “천억원대라도 얼마든 지 팀장이 매각을 추진할 수 있다”며 “다만 (매각) 결론을 내리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추진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답했다.

검찰은 자산관리공사(캠코)의 2대 주주(정부 40%, 산은 26%)인 산은의 지위상, 산은 부총재가 캠코 내 경영관리위원회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한다는 점에 착안, “캠코 당연직 위원이었던 박씨가 (주)위아의 1천억원대 부실채권에 대한 환매를 부탁하면 ‘거기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캠코 직원의 진술을 확보했다”며 “피의자 박씨가 채무탕감을 위해 캠코로 넘어왔던 (주)위아 채권을 다시 산은으로 환매하는 데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씨는 “산은과 캠코는 과거처럼 주종관계가 아니다”라며 “또 당연직 위원이긴 했으나 비상근으로 내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없었다”고 관련혐의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박씨는 공판과정에서 “산은에서 32년간 내 인생을 바쳤다”면서 “행원으로 입사해 내부승진으로는 최고 자리인 부총재까지 올라간 내가 이번 사건으로 모든 것이 무너진 것이 너무 분하고 억울하다. 뇌물을 받을 정도로 산은 부총재 자리가 썩어있는 자리가 아니다”고 울먹이기도 했다.

김동훈 서울고 동기 이성근 “고교 졸업 38년만에 처음 만나”

한편 김동훈 전 대표와 서울고 동기 동창으로 2002년 (주)위아의 부실채권 탕감 과정에서 산은 투자본부장을 맡고 있었던 이성근 전 산은캐피탈 사장도 관련혐의 일체를 부인했다.

이씨는 “현대차 계열사 일부에 외부감사를 맡고있던 김동훈 전 안건회계법인 대표가 지난 2001년 3월 18일, (주)위아의 부실채권 문제와 관련해 나를 찾아와 그 때 고등학교 졸업 후 무려 38년만에 김씨를 다시 만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서울고 동기였긴 했으나 평소에 잘 알지도 못하는 사이여서 (채권 매각에 관한) 업무절차를 담당자를 소개시켜 달라는 김씨의 부탁에 따라 하재욱 전 산은 기업구조조정팀장을 소개시켜 준 것 뿐”이라고 진술했다.

이씨는 “더욱이 (주) 위아 부실채권 매각이 이루어졌던 2002년 3월 당시에는 내가 부실채권 정리 부서인 자산관리실 팀장을 떠난 이후이기 때문에 김씨의 주장은 터무니 없다”고 적극적인 반론을 제기했다.

그러나 검찰은 김씨가 (주)위아 부실채권 탕감을 위해 서울고 동기인 이씨에 먼저 접근, 이씨가 윗선인 박 전 부총재를 김씨에 소개시켜 주었고, 실무라인인 하 전 산은 기업구조조정팀장을 소개시켜 주어, 김씨와 이들 ‘산은 3인방’이 채권 탕감에 적극적으로 주도했다는 기소내용을 거듭 주장했다.

검찰은 이 대가로 김씨가 이씨에게 1억원을, 하씨에게는 7천만원을 준 혐의를 기소장에 넣었다.

김동훈 “고교 동기 이성근, 대학동기 연원영에 미안함 느껴”

돈을 건넸다고 주장하는 김씨는 이 날 속행공판에서도 거듭 뇌물을 건넨 사실을 인정하며 박상배 전 산은부총재와 산은 관계자 이씨와 하씨를 지목했다. 김씨는 현대차의 부실채권 매각과정에서 채권탕감 부탁을 받고 산은을 비롯한 주 채권은행과 금융권에 로비자금을 뿌렸다는 진술을 거듭 확인했다.

김씨는 “1백13억원의 채무 탕감에 성공하자 현대차가 2001년 7월경부터는 (주)위아 채무 탕감건도 맡아달라고 부탁받았다”며 “주 채권 은행인 산은, 그 중에서도 캠코의 당연직 위원을 맡고있는 박상배 산은 부총재를 설득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해 인맥을 동원하다보니 서울고 동기였던 이성근 본부장에게 먼저 접근해야겠다는 생각이 놨다”고 진술했다.

한편 김씨는 “서울고 동기인 이성근과 서울대 상대 동기인 연원영 전 캠코 사장에게 이번 일로 본의아닌 물의를 끼쳐 미안함을 느낀다”고 김씨의 변호인이 전했다.

김씨는 (주)위아 부채탕감을 위해 산은에만 25억원의 로비자금을, 나머지 채권은행에 12억원을, 5억원은 자신의 로비활동자금으로 썼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현대차로부터 로비 대가로 2001년 7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총 14차례에 걸쳐 41억6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 4월 13일 구속됐다.

다음 공판은 24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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