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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 불신'에 신음하는 프로축구 그라운드

선수-지도자 잇따라 '봐주기 판정' 주장, 심판 폄훼 '위험수위'

한동안 잠잠했던 프로축구판의 판정시비와 심판 자질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며 모처럼만에 중흥의 기회를 맞은 프로축구 그라운드를 난장으로 만들고 있다.

경기중 판정에 불만을 품은 감독이 경기를 수십분씩 지연 시키는가하면 경기후 선수와 심판이 서로 '욕설을 했네 안했네' 하면서 진실게임을 펼치고, 경기중 심판과 몸싸움을 벌인 감독은 5경기 출장 정지에 500만원 제재금을 부과받았지만 "왜 심판만 보호받아야 하느냐"며 반발한다. 최근 국내 프로축구판에서 벌어진 사건들이다.

올시즌 개막 전 페어플레이를 펼치겠노라고 이구동성으로 약속했던 프로축구 14개 구단 감독들의 약속이 시즌이 반환점을 돌면서 어느새 자취도 없이 사라져버린 상황이다.

열거된 사건들에서도 보여지듯 최근 프로축구에서 벌어진 일들은 선수와 선수, 감독과 감독간에 벌어진 일이 아닌 감독과 심판, 선수와 심판간에 벌어진 일들이다. 모두 심판이 논란의 중심에 있다.

감독과 선수들은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그 날 경기에서 벌어진 특정한 판정에 대해 불만을 토로할 수 있다. 여기까지는 세계 어느리그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며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들이 인터뷰에서 그날 논란이 된 심판 판정에 대해 '의도가 있다'거나 'K리그 심판의 질이 너무 떨어진다'고 하는 표현은 좀처럼 다른 리그에서 듣기 어려운 표현의 언급이다. 이는 곧 입장을 바꿔서 경기 후 심판이 기자들에게 '어느팀이 어느 팀에게 일부러 져준거 같다.'거나, 'K리그 선수들의 경기력은 일본 J리그 선수들에 비해 형편없어 심판 볼 맛이 안난다'고 언급한 것이나 다를 게 전혀 없다.

올시즌 K리그에서 가장 변화된 점 가운데 하나는 심판들의 판정경향과 경기 운영방식이다. 불필요한 파울 선언이 줄어들었고, 지연된 경기시간을 추가시간에 고스란히 반영, 실제 경기시간이 늘어났다. 그 결과 골도 많이 터지고 관중도 늘어났다. 그러는 가운데 종종 오심도 발생했고 판정시비가 벌어진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프로축구 선수와 지도자들이 보여준 심판에 대한 태도는 심판에게 부여된 고유의 권한과 권위에 대한 정면도전 내지 부정으로 비쳐질 수 있는 위험한 언행들이었고, 허용된 선을 넘어선 '위험수위'였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축구 선진국 리그의 선수들이나 감독들은 경기중 또는 경기 직후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기도 하지만 심판의 권위 자체에 대한 부정으로 비쳐질 만한 언행은 보이지는 않으며, 그것이 오랜 기간 축구의 전통과 리그의 권위를 지켜왔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와 관련, 지난 5월 대한축구협회의 엘리트 심판 교육에 참석한 이안 블랜처드 영국축구협회(FA) 심판위원장이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한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플레처드 위원장은 먼저 "양국(한국과 영국)의 최고 심판들을 비교하면 차이점은 없다"고 전제한 뒤 판정시비 문제에 대한 질문에 "잉글랜드에서도 프리미어리그 뿐만 아니라 하부리그에서도 심판에 좋지않은 언행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2-3년 전부터 서로 존중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오심을 줄이기 위한 신기술(스마트볼 등) 도입에 대한 질문에 "심판들은 한 경기에 96%의 옳은 판정과 4%의 오심을 내린다. 실수를 줄이기 위한 장비의 도입은 좋지만 열정, 관중, 선수가 함께하는 축구의 3박자에 어긋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결국 경기중 벌어질 수 있는 일정한 수준의 오심은 축구의 일부로서 인정해야 할 뿐 아니라 그런 판정을 내리는 당사자인 심판에 대해서도 그라운드에서 함께 호흡하는 한 구성원으로서 인정하고 존중해줘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인 셈이다.
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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