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성 국세청장의 급작스런 사임 배경을 놓고 정치권에서 뜬구름식 설전이 벌어졌다. 그러나 논란의 근거를 밝혀야 할 청와대는 구체적 해명없이 이 청장의 사표만 수리했다.

한나라당 이계진 대변인은 28일 국회 브리핑에서 일부 신문 보도에 근거해 "이 청장의 사퇴가 지방선거 참패때문이라면 도저히 납득하기 힘들다"며 "대통령과 여당이 정책을 잘못 펴서 선거에 지고, 그 책임을 무고한 공직자가 진다는 것은 더욱 지탄받을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의혹제기에 열린우리당은 발끈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상임위 출석을 위해 참석한 기관장에게 당 지도부가 사퇴를 종용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주무 상임위원회인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서도 이 청장의 사퇴를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사임 배경이 석연치 않다"며 "주무 상임위로서 사임 사유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정치공세"라고 일축했다.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은 28일 재경위원회 회의에서 "어제(27일) 재경위에 출석해 정상적으로 업무를 봤는데 돌연 사퇴하면서 납득할 수 없는 해명을 했다"며 "일각에선 열린우리당 김근태 당의장과 동석한 자리에서 지방선거 참패를 따졌다는 말도 나오기 때문에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민노당의 심상정 의원도 "갑자기 사임할 만한 명백한 이유가 납득이 안 된다"며 "외국자본 과세문제나 종부세 문제 등과 연계됐을 가능성이 많다는 지적이 있으니 사임 사유를 확인할 필요는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이목희 의원은 "론스타 과세 문제는 우리 정부의 방침이고, 부동산 세제와 관련, 여당의 방침이 바뀐게 없는데 누구에게 책임을 묻겠나"라고 반문하며 "공직자가 자리에서 나갈 수도 있고 그만둘 수도 있는데 이를 빌미로 정치공세를 하는 것은 안 된다"고 반박했다. 같은 당 박영선 의원도 "방금 이계안 의원과 통화했는데 언론에 보도된 김근태 의장 관련 발언은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며 "그런 부분에 대한 정치공세적 발언은 자제해 달라"고 말했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은 이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해명없이 사의를 표명한 이주성 국세청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정태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노 대통령이 오늘 오전 이주성 국세청장의 사표를 수리했고, 후임 인선 절차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정 대변인은 논란이 일고 있는 사퇴 배경과 관련, "갑작스런 사퇴로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지만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아는 바가 없고, 건강문제와 후배들을 위한 용퇴로 알고 있다"고 구체적 답을 피했다.

후임 인선과 관련, 정 대변인은 "일반적인 인사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만큼 언제쯤 인선이 이뤄질 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