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한국.중국 등 주변국 및 국제사회의 비판이 커지고 있는 야스쿠니(靖國)신사에 대해 “몇 번 참배하든 개인의 자유”라고 일축, 9월 퇴임전에 또다시 야스쿠니 참배에 나설 것으로 보여 파문이 커질 전망이다.

참배 이유 정상회담 거부한 한국.중국 노골적 비판

28일 <마이니치(每日)신문> <교도(共同)통신> 등 일본언론에 따르면 미국에 앞서 캐나다를 방문중인 고이즈미 총리는 28일 오타와에서 가진 수행기자 간담회에서 "몇 번을 참배하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개인의 자유"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일본과 미국 언론은 그의 발언이 9월 퇴임전 참배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 최근 미국에서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에 따른 동북아 지역 불화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르자 방미 기간 중 이 문제가 거론되거나 미국측이 언급을 할 수 없도록 한 입막음용으로 해석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날 "아시아 외교는 야스쿠니만이 아니다"라며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면 정상회담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옳은가. 중국의 주장에 따르라고 하는 것이 옳은가"라고 강변하며 자신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이유로 정상회담을 중단한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비판세력을 겨냥했다.

그는 또 “오는 9월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야스쿠니신사 참배 문제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쟁점으로 하고 싶은 사람들도 있지만 참배를 쟁점으로 해서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라고 밝혔다.

미국 방문을 앞두고 있는 그가 기자간담회를 빌어 야스쿠니문제에 대한 기존 입장을 강한 어조로 되풀이 한 것은 조지 부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비롯, 미국 방문 중 이 문제가 공개적으로 제기되는 것을 막아 보려는 계산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9월에 실시될 자민당 총재선거와 관련, "지연이나 연줄에 따른 파벌이 무너져간다. 파벌이 모여(후보를) 지원하려고 해도 (이제는 과거처럼) 정리되는 방식으로 갈 수 없게 됐다. 총재가 되려고 하는 사람에게 차츰 사람이 모여나갈 것이다. 지금까지의 파벌과는 다른 모임이 생겨 기존 파벌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말해 총재선거후 파벌재편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 9월 선출될 후임 총리로 자신이 밀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晉三) 관방장관과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이는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관방장관의 출마에 대해서는 "본인의 자유이다. 나오고 싶은 사람은 나오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사설 무라카미 펀드와 주식에 대한 투자 문제로 야당의 퇴진압력이 잇따르는 등 비판을 받고 있는 후쿠이 도시히코(福井俊彦) 일본은행 총재의 진퇴문제에 대해 기자단이 “직책을 완전하게 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던 총리의 생각에 변함은 없는지”라고 질문하자 "사임할 필요가 없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분명히 했다.

한편 미국 정부 고위관계자는 고이즈미 총리와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29일 워싱턴 정상회담에서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문제가 거론될 가능성에 대해 "정상회담은, 국내의 문제에 대해 무엇이 가능한지 또는 무엇을 해서는 안되는지 등의 이야기를 하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일축했다고 이들 일본 언론들은 28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