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지도자는 '세상'이 만든다
[이연홍의 정치보기] <10> 여권의 '외부인사 영입론'
그러나 들리는 얘기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별의 별 얘기가 다 돈다. 물론 소문의 수준이다. 그렇다고 전혀 근거 없는 얘기들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이쯤에서 정리가 필요할 듯하다. 그렇지 않으면 어디로 갈지 몰라서다. 큰 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
한 예가 박원순 변호사 영입설이다. 물론 발설지가 여권은 아니다. 야권이다. 뉴라이트 제성호 교수가 문제제기를 했다. 그를 잠재적 대권주자라 했다. 여권의 히든 카드란 주장이었다. 참여연대 출신인 박 변호사는 지금 아름다운 재단 상임이사다.
박 변호사 얘기는 작년부터 있었다. 최고위층 입에서 거명됐다는 얘기도 있었다. 대권 후보중 한 사람으로 말이다. 그 때만해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분위기 였다.
그런가하면 최근엔 다른 사람 이름도 나돈다. 정운찬 서울대 총장을 얘기하는 이도 있다. 그 정도는 돼야 한나라당 후보를 이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도 그는 영입대상으로 거명된다. 주로 소장파들 쪽에서다.
비단 두 사람만이 아니다. 한 두 사람이 더 있다. 그러나 일일이 열거할 필요는 없는 듯하다. 모두가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무시해도 그만이다. 그러나 무시해선 안 되는 이유가 있다. 정치가 그렇게 흘러가선 안 되기 때문이다. 특정인 누구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 장래가 달린 문제라서다.
왜 그런 식의 시나리오가 난무할까. 5.31 지방선거 결과 때문이다. 여권이 참패했다. 그러니 장래가 불투명하다. 대선도 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있다. 그렇다고 마땅한 대안도 없다. 안에는 사람이 없다. 지지도가 너무 낮다. 그래서 밖에서 찾는 거다. 인기 있는 사람을 말이다. 이런 저런 소문이 날 수밖에 없다.
총선과 대선은 다르다. 총선은 오늘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 강하다. 그래서 당과 정권이 핵심 고려요소다. 다수당을 만들어주느냐 마느냐다. 정권을 견제하느냐 마느냐다. 오늘을 심판하기 위해서다. 대통령 중심제라 그렇다. 지방선거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대선은 다르다. 미래에 대한 결정이다. 가능성에 대한 심판이다. 오늘이 핵심 고려요소가 아니다. 오늘은 참고요소일 뿐이다. 지금 대통령이 또 나오는 게 아니라서다.
그렇다면 어떤 전략을 짜야 할까. 인기 높은 정당이라 치자. 그렇다면 안에서 사람을 고를 거다. 당의 인기를 덧씌워 주는 거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입장에서 보자. 당의 인기는 바닥이다. 대통령의 인기도 그렇다. 어떤 사람을 내세워야 할까.
우선은 밖에서 찾아야 한다. 개인적 인기가 높은 사람을 말이다. 그러면서 당과 상관이 없어야 한다. 그래야 개인 인기를 까먹지 않는다. 그렇지 않으면 그 밥에 그 나물이란 소리를 듣는다.
더불어 개혁적 성향이어야 한다. 당도 개혁 대상으로 삼을 만큼 말이다. 당에 대한 국민적 불만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거다. 개인의 인기로 전환시키는 거다. 당을 밟고 가는 것으로 그걸 구체화한다. 시민단체 경험이 있다면 시너지 효과를 낼 거다.
거기에 몇 가지 흥행적 요소가 가미되면 더 좋을 게다. 경선을 통해서다. 유력후보를 이기는 거 다. 예상을 깨고 말이다. 그 대상이 고건 씨라면 금상 첨화다. 노무현이 이인제를 이기듯 말이다. 결국 이미지로 승부를 보는 거다.
그렇게만 된다면 걱정이 없을 게다. 열린우리당이라도 정권 재창출이 가능할지 모른다. 국민이 다시 한 번 믿어줄지 모른다.
그러나 그래서 되겠는가. 물론 그래선 안 된다는 법은 없다. 그러나 그것이 정도(正道)는 아니다. 국가 지도자를 뽑는 선거라서다.
지도자는 만드는 게 아니다. 만들어지는 거다. 몇 사람이 만드는 게 아니다. 세상이 만드는 거다. 그래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 때문에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한다. 수단이 강조된다.
그래서 정권을 잡는 데 십 수 년이 걸린다. 쿠데타가 아닌 이상 말이다. 수 십 년이 걸리기도 한다. 검증받고 또 검증 받으며 말이다. 쓰러지고 일어나고를 반복하며 말이다. 바로 그게 지도자 수업이다. 그러면서 많은 걸 터득한다. 그래서 한사람의 지도자가 탄생되는 거다. 그것이 정치다.
그걸 생략해선 안 된다. 국민의 불행이다.
정치를 장사하듯 해선 안 된다. 소비자의 관심을 끌려는 건 동일하다. 그러나 장사는 이윤이 목표다. 정치는 이윤이 목표일 순 없다.
그렇다고 외부 영입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그걸 시비 붙을 생각은 없다. 다만 부분으로 들어가야 된다는 거다. 통째로 먹게 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기득권을 주장하란 얘기도 아니다. 그럴 만한 자격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서로가 서로를 검증하란 얘기다. 그래서 최상의 품질을 내놓으란 주장이다. 눈속임을 하지 말고 말이다. 그것이 올바른 정치다. 국민에 대한 서비스다.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 영입대상으로 회자되는 사람들을 향해서다. 그 사람들은 아직 이렇다 저렇다를 말하기 곤란할 게다. 공식으로 얘기된 적이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기회가 있으면 입장을 밝혀야 한다. 이미 그들을 둘러싼 소문이 무성하다.
그렇다면 말해야 한다. 기회가 없다고 할 계제가 아니다. 일부러라도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정치를 할 거라면 지금 들어가야 옳다. 그리고 당당히 검증 받아야 한다. 정치 수업도 받아야 한다. 안 할 거라면 안 할 것임을 미리 밝혀둬야 한다. 적당히 상황을 즐기려 해선 곤란하다. 님도 보고 뽕도 따는 식은 안 된다.
국민은 그걸 요구해야 한다. 당사자는 물론 정치권 전체를 향해서 말이다.그럴 권리와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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