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외로운' KTX 파업, 800일 돌파
<현장> "단순히 상징적인 싸움으로만 기억될 순 없어"
"8백일을 싸워오면서 해 볼것은 다 해봤다. 솔직히 더 이상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싸움을 그저 비정규직 노동자, 여성노동자의 투쟁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로만 남겨 놓을 수 없다. 다시 시작하겠다."
KTX 여승무원 노동자들의 파업 투쟁 800일차를 맞은 9일 오미선 승무지부장은 어느새 2년을 훌쩍 넘긴 긴 싸움에 오는 어려움을 이렇게 토로했다.
KTX 여승무원, 파업 8백일 맞아 '투쟁 선포' 기자회견
오 지부장은 "8백일이면 남자를 만나 결혼해서 아이도 가질 수 있는 시간이라고 우리끼리 말하곤 한다"며 "긴 시간 열심히 싸웠고 많은 분들이 연대했지만 현 시점에서 우리의 투쟁이 고립된 섬처럼 우리만의 투쟁이 된 것은 아닌가 생각하면 답답하다"고도 말했다. 비정규직, 파견노동자, 여성노동자 투쟁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이들이지만 실마리가 풀리지 않는 긴 싸움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이날 오전 여승무원들을 비롯해 민주노총, 철도노조,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연대단체 회원 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역 광장에서 'KTX 승무원 투쟁 800일, 새마을호 승무원 투쟁 500일'을 맞이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정리해고와 강제연행, 고소고발, 손해배상 청구, 가처분 신청 등 온갖 탄압이 있었다"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당한 외침은 생활고와 탄압의 이중고 속에서 차츰 잊혀져 갔다"고 긴 싸움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들은 "해고된 지 3년을 넘기고 있는 이들을 외면하는 한 이 정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차별하고 탄압하는 자본가들과 부자들의 정권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며 철도공사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탄압하는 대표사업장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할 것"이라며 정부와 코레일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철 사장 퇴임 후 타결직전 노사교섭 4개월간 중단
여승무원들이 코레일(철도공사)의 외주위탁, 불법파견 철회, 해고자 원직복직을 촉구하며 파업을 들어간 것은 지난 2006년 3월 1일. 하지만 3백80명이었던 파업 참가자는 현재 50명으로 줄어들었고 비정규직 투쟁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이들의 자리는 이랜드,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로 다시 메워졌다.
해결의 실마리는 지난 해 9월 노사가 공익협의체 구성에 합의하고 이후 해고 노동자들을 KTX의 역무계약직으로 고용하는 것으로 최종 합의 직전까지 가면서 풀려가는 듯 했다. 그러나 임기 내내 여승무원들의 복귀에 강경한 대응책으로 일관했던 이철 코레일 사장이 물러난 1월 21일 이후 노사교섭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사측은 3일 뒤 열린 이사회에서 '전향적인 논의'를 약속했지만 아무런 결론도 내려지지 않았다.
박광석 부사장이 직무대행으로 나섰지만 '직무대행이 결정한 수준의 사안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타결 직전까지 갔던 노사교섭은 모두 중단된 채 4개월이 지나갔다. 여승무원 지부는 현재 신임 사장이 오기를 기다리며 코레일의 여승무직 직접고용이라는 기존의 요구안을 다시 가다듬고 있다.
노사교섭은 중단됐지만 코레일이 여승무원들의 실질적인 사용자이며 여승무원들의 노동 형태는 위장도급, 불법파견이라는 법원의 전향적인 판단은 잇달아 나왔다.
서울중앙지법이 지난 해 12월 '여승무원의 실질적 사용자 지위는 코레일에 있다'고 판시한데 이어 지난 4월 8일 서울고등법원은 '여승무원들의 직무형태는 자회사로 인한 위장도급'이라며 코레일의 불법파견을 적시했다. 노동부가 두 차례에 걸쳐 조사해 이상이 없다고 밝힌 직무형태를 법원이 모두 뒤짚은 판결이다.
법원 '위장도급' 판결에서 꿈쩍않는 노동부와 코레일
그러나 현실적으로 법원의 위장도급 판결이 나왔다고 해서 여승무원들이 복직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는 전무한 상태여서 법원의 판결도 사측을 움직이지는 못하고 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KTX 여승무원들은 파업투쟁 800일을 맞아 전열을 재정비하고 새로운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오미선 지부장은 "솔직히 우리가 무엇을 더 해야 할지, 코레일은 어떻게 해야 우리를 인정할 지 답답할 때가 많다"면서도 "8백일을 왔지만 다시 우리를 추스리고 긴 호흡을 갖고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KTX 여승무원지부는 이날 오후 8시 서울역 광장에서 800일 투쟁 기념 촛불문화제를 열 예정이다. 이어 21~22일 이틀간 철도웨딩홀에서 장기투쟁에 지친 노동자들을 만나는 연대의 밤 행사를 개최하면서 그동안 침체됐던 투쟁의 고삐를 다시 쥘 준비를 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노회찬 진보신당 상임공동대표는 "그동안 지나간 일들만 생각하면 가슴이 울고 있다. 이미 법원, 감사원, 인권위까지 철도공사가 직고용해야 한다고 판단했지만 노무현 정권에 이어 이명박 정권에 들어서도 이들은 여전히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앞장 서 막은 억압의 상징으로 남았다"며 "8백일이 지났지만 깃발을 내려서는 안된다. 단순히 역사에 기록될 상징적 투쟁이 아니라 실질적인 복귀를 위한 싸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KTX 여승무원 노동자들의 파업 투쟁 800일차를 맞은 9일 오미선 승무지부장은 어느새 2년을 훌쩍 넘긴 긴 싸움에 오는 어려움을 이렇게 토로했다.
KTX 여승무원, 파업 8백일 맞아 '투쟁 선포' 기자회견
오 지부장은 "8백일이면 남자를 만나 결혼해서 아이도 가질 수 있는 시간이라고 우리끼리 말하곤 한다"며 "긴 시간 열심히 싸웠고 많은 분들이 연대했지만 현 시점에서 우리의 투쟁이 고립된 섬처럼 우리만의 투쟁이 된 것은 아닌가 생각하면 답답하다"고도 말했다. 비정규직, 파견노동자, 여성노동자 투쟁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이들이지만 실마리가 풀리지 않는 긴 싸움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이날 오전 여승무원들을 비롯해 민주노총, 철도노조,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연대단체 회원 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역 광장에서 'KTX 승무원 투쟁 800일, 새마을호 승무원 투쟁 500일'을 맞이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정리해고와 강제연행, 고소고발, 손해배상 청구, 가처분 신청 등 온갖 탄압이 있었다"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당한 외침은 생활고와 탄압의 이중고 속에서 차츰 잊혀져 갔다"고 긴 싸움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들은 "해고된 지 3년을 넘기고 있는 이들을 외면하는 한 이 정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차별하고 탄압하는 자본가들과 부자들의 정권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며 철도공사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탄압하는 대표사업장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할 것"이라며 정부와 코레일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철 사장 퇴임 후 타결직전 노사교섭 4개월간 중단
여승무원들이 코레일(철도공사)의 외주위탁, 불법파견 철회, 해고자 원직복직을 촉구하며 파업을 들어간 것은 지난 2006년 3월 1일. 하지만 3백80명이었던 파업 참가자는 현재 50명으로 줄어들었고 비정규직 투쟁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이들의 자리는 이랜드,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로 다시 메워졌다.
해결의 실마리는 지난 해 9월 노사가 공익협의체 구성에 합의하고 이후 해고 노동자들을 KTX의 역무계약직으로 고용하는 것으로 최종 합의 직전까지 가면서 풀려가는 듯 했다. 그러나 임기 내내 여승무원들의 복귀에 강경한 대응책으로 일관했던 이철 코레일 사장이 물러난 1월 21일 이후 노사교섭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사측은 3일 뒤 열린 이사회에서 '전향적인 논의'를 약속했지만 아무런 결론도 내려지지 않았다.
박광석 부사장이 직무대행으로 나섰지만 '직무대행이 결정한 수준의 사안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타결 직전까지 갔던 노사교섭은 모두 중단된 채 4개월이 지나갔다. 여승무원 지부는 현재 신임 사장이 오기를 기다리며 코레일의 여승무직 직접고용이라는 기존의 요구안을 다시 가다듬고 있다.
노사교섭은 중단됐지만 코레일이 여승무원들의 실질적인 사용자이며 여승무원들의 노동 형태는 위장도급, 불법파견이라는 법원의 전향적인 판단은 잇달아 나왔다.
서울중앙지법이 지난 해 12월 '여승무원의 실질적 사용자 지위는 코레일에 있다'고 판시한데 이어 지난 4월 8일 서울고등법원은 '여승무원들의 직무형태는 자회사로 인한 위장도급'이라며 코레일의 불법파견을 적시했다. 노동부가 두 차례에 걸쳐 조사해 이상이 없다고 밝힌 직무형태를 법원이 모두 뒤짚은 판결이다.
법원 '위장도급' 판결에서 꿈쩍않는 노동부와 코레일
그러나 현실적으로 법원의 위장도급 판결이 나왔다고 해서 여승무원들이 복직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는 전무한 상태여서 법원의 판결도 사측을 움직이지는 못하고 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KTX 여승무원들은 파업투쟁 800일을 맞아 전열을 재정비하고 새로운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오미선 지부장은 "솔직히 우리가 무엇을 더 해야 할지, 코레일은 어떻게 해야 우리를 인정할 지 답답할 때가 많다"면서도 "8백일을 왔지만 다시 우리를 추스리고 긴 호흡을 갖고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KTX 여승무원지부는 이날 오후 8시 서울역 광장에서 800일 투쟁 기념 촛불문화제를 열 예정이다. 이어 21~22일 이틀간 철도웨딩홀에서 장기투쟁에 지친 노동자들을 만나는 연대의 밤 행사를 개최하면서 그동안 침체됐던 투쟁의 고삐를 다시 쥘 준비를 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노회찬 진보신당 상임공동대표는 "그동안 지나간 일들만 생각하면 가슴이 울고 있다. 이미 법원, 감사원, 인권위까지 철도공사가 직고용해야 한다고 판단했지만 노무현 정권에 이어 이명박 정권에 들어서도 이들은 여전히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앞장 서 막은 억압의 상징으로 남았다"며 "8백일이 지났지만 깃발을 내려서는 안된다. 단순히 역사에 기록될 상징적 투쟁이 아니라 실질적인 복귀를 위한 싸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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