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금리'를 놓고 오전, 오후 다른 뉘앙스의 발표를 해 인수위가 심각한 '금리 딜레마'에 빠져 있음을 드러냈다.

강만수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는 9일 오전 한국은행 업무보고 브리핑에서 "향후 부동산값 안정을 위해 유동성 관리에 주력하겠다"며 "유동성 관리란 일차적으로 통화정책을 의미한다"며 전날에 이어 유동성 관리를 통해 부동산투기를 잡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강 간사는 "부동산 투기는 세계 어디서나 과잉유동성으로 생기며, 과잉유동성은 통화정책으로 해소해야 한다"며 "세금은 이익을 환수하는 장치일뿐 투기를 막는 수단이 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강 간사는 특히 "주택담보인정비율(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의 대출규제는 2차적인 유동성 관리수단"이라고 말해, 유동성 관리가 '금리'를 의미함을 강력 시사했다.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그러나 이날 오후 한국은행 업무보고 브리핑에서 "인수위는 과잉 유동성이 자산버블을 초래할 우려는 없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며 "일부 언론에서 인수위가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통화정책을 동원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이 대변인은 "투기를 감시하고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이미 건교부가 모니터링 시스템을 가동하겠다고 했고, 투기지역 지정 등 여러 정책수단이 있다"며 "통화조절은 그 중 한 가지일 뿐인데 (언론보도는) 투기를 잡기 위한 방안에 통화정책이 전부인 것처럼 왜곡될 수 있다"고 부연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인수위는 현재 가장 중요한 과제는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만들기인데 한국은행도 거시경제 안정화를 위해 필요한 역할을 해 달라고 했다"며 "물가안정과 초과 유동성 관리는 중요한 과제이고 특히 물가안정은 이명박 당선인이 최우선 과제로 인식하는 사안"이라고 말해, 인플레 억제를 위한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기도 했다.

인수위가 이처럼 금리에 대해 엇갈린 발언을 한 것은 전날 '강만수 발언'이 시장에 알려지면서 국고채 금리가 급등하는 등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이는 인수위가 경기부양을 하자니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렸으면 좋겠고, 물가 폭등과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선 금리를 올려야 하는 심각한 '금리 딜레마'에 빠졌음을 보여주는 증거로 해석돼, 향후 이명박 경제팀의 선택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