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수 중앙대 법인 이사장이 박범훈 총장에게 이명박 선대위에서 물러날 것을 공개리에 요구했다. 그동안 선대위 퇴진 요구는 일부 교수와 학생들의 요구일뿐이라고 강변해온 박 총장과 한나라당에게는 치명적 타격이 아닐 수 없는 공개 퇴진 촉구다.
김 이사장은 9일 대학 홈페이지에 게시한 `중앙 가족에게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중앙대가 최근 돌연한 `정치논란'에 휘말려 교내의 구성원은 물론 동문 및 언론으로부터도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비판을 받고 있다"며 "바로 지난 10월 8일 박범훈 총장이 특정 정당 대선 후보의 문화예술정책위원장직을 수락함에 따라 생긴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이어 "우리 중앙대학교의 소중한 명예가 정치논란에 휩쓸려 면학과 연구 지도에 전념하여야 할 학내의 순수한 분위기가 어수선한 분란의 소용돌이에 빠지고 말았다는 점에서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박범훈 총장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이번 사태를 중앙대의 명운이 걸린 중대문제로 인식하지 않을 수 없다"며 "박 총장이 교내의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를 겸허히 수용해 대학의 운영과 발전에 차질이 없도록 문화예술정책위원장직을 사임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또 "총장은 대학의 수장으로서 도덕적 권위와 명예의 상징적 존재이자 학문의 전당인 대학을 순수하게 지켜나가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는 자리"라며 "그러므로 총장은 특정 정당 대통령선거후보 문화예술정책위원장직을 즉시 사임하고, 더 이상 논란의 소용돌이 속에 표류하지 않도록 할 것이며, 동시에 책임지고 학내 분위기를 원상으로 회복시켜 주길 바란다"며 거듭 즉각 퇴진을 촉구했다.
김 이사장은 재일교포 출신의 중앙대 오너. 그가 공개리에 박 총장의 처신을 질타하며 이명박 선대위에서 물러날 것을 촉구한 것은 박 총장에게 선대위 일을 계속하려면 총장직에서 물러나라는 양자택일의 최후 통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박 총장은 그러나 교수평의회와 총학생회, 동문들의 선대위 퇴진 요구를 강력 거부해왔다. 한나라당도 "소수 동문과 학생들의 주장일 뿐"이라며 박 총장을 적극 감싸왔다.
박 총장과 이명박 후보가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 지켜볼 일이다. 이 후보에겐 엎친 데 겹친 격으로 사사건건 일이 꼬아가는 형국이다.
이명박 후보로부터 문화예술정책위원장 임명장을 받고 있는 박범훈 중앙대 총장. 중앙대 이사장이 직접 캠프 사퇴를 촉구하기에 나섰다. ⓒ연합뉴스
다음은 김 이사장이 홈페이지 전면에 띄운 글 전문.
친애하는 중앙대학교 교직원, 재학생, 그리고 동문 여러분!
명문사학이라는 전통과 자부심에 빛나는 우리 중앙대학교가 최근 돌연한 ‘정치논란’에 휘말리고 교내의 구성원은 물론 동문 및 언론으로부터도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바로 지난 10월 8일 박범훈 총장이 특정 정당 대선 후보의 문화예술정책위원장직을 수락함에 따라 생긴 일입니다.
우리 중앙대학교의 소중한 명예가 정치논란에 휩쓸려 면학과 연구 지도에 전념하여야 할 학내의 순수한 분위기가 어수선한 분란의 소용돌이에 빠지고 말았다는 점에서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학교법인의 책임을 맡고 있는 저로서는, 이번 사태가 중앙대학교의 명운이 걸린 중대문제로 인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박범훈 총장이 교내의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를 겸허히 수용하여 대학의 운영과 발전에 더 이상 차질이 없도록 문화예술정책위원장직을 사임하여 주길 바라며, 대학구성원들은 더 이상 이 문제와 관련하여 연구 및 면학분위기를 해치는 행동을 삼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더불어 본인은 법인 운영과 관련하여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사항을 말씀드립니다.
1. 총장은 대학의 수장이자 얼굴로서 도덕적 권위와 명예의 상징적 존재이다. 학문의 전당인 대학을 순수하고 성실하게 지켜나가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는 자리이다. 그러므로 총장은 특정 정당 대통령선거후보 문화예술정책위원장직을 즉시 사임하고, 더 이상 논란의 소용돌이 속에 표류하지 않도록 할 것이며, 동시에 책임지고 학내 분위기를 원상으로 회복시켜 주길 바란다.
2. 본인은 학교법인의 책임자로서 이번 사태에 책임을 통감하며, 앞으로 법인뿐만 아니라 대학 발전에 장애가 생기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가일층 혼신의 노력을 경주할 것을 다짐한다.
3. 모든 구성원들은 본 대학의 새로운 위상을 정립하여 사학 명문으로 진일보 할 수 있도록 더욱 적극적이고 협동하는 태도로 대학 발전의 미래 전망을 제시하고 변화된 계획에 맞추어 노력을 경주해 줄 것을 당부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