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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안씨 유서, "검찰이 무리하게 만들어가"

검찰 당황, "강압적으로 추궁한 적 없다"

현대자동차 사옥 증측 인허가와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아오다 자살한 고 박석안(60) 전 서울시 주택국장의 유서가 발견돼 언론에 공개됐다. 검찰은 박 전국장의 유서 발표에 크게 당황해하고 있어, 앞으로 수사과정에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고인 "검찰이 종합작품을 무리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박석안의 고백'이란 제목의 유서에서 박 전 국장은 "처음 김재록의 로비사건에서 출발한 검찰이 종합작품을 만들기 위해 서울시의 책임을 무리하게 만들어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전 국장은 지난 14일 새벽 A4용지 3장 분량의 유서를 작성해 가족, 친지, 동료들에게 남겼다.

박 전국장은 "이 과정에서 수사관들은 금융거래 내역을 조사해 이미 본인이 현대자동차나 설계회사로부터 금품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수사관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충분히 인지하였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검찰이 나를 괴롭혀 항복을 받아낼 욕심으로 나와 돈 거래한 처남은 물론 처남과 돈 거래한 사람까지 계속 확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검찰에서는 본인을 물론 기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 과정에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와 힘들게 싸워야 하지만 변호사가 아무리 유능하고 사법부가 공정하다 해도 대검 중수부를 이길 수가 없다고 판단된다"고 말해 대검 중수부의 압박이 자살의 직접적 원인이 됐음을 밝혔다.

박 전국장은 "주변의 친지들에게 돌아갈 피해를 줄이고 평생을 자랑스럽게 지켜온 서울시청 동료, 후배들의 명예를 중히 여기며 아빠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가족의 명예를 지킬 수 있는 길을 가련다"고 밝혔다.

검찰 당황 "강압적으로 추궁한 적 없다"

고인의 유서가 공개되자 검찰은 크게 당황하는 분위기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이날 오후 "박 전 국장이 오늘 아침 변사체로 발견됐다. 조사 과정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본인과 유족에게 검찰 입장에서 애도의 뜻을 표한다"며 박 씨의 자살 전에 이뤄진 조사 경위를 공개했다.

채 기획관은 "금년 3월 26일 현대차 압수수색 과정에서 박 전 주택국장과 건축과장이 2005년 7월 현대차로부터 그랜저XG 한대씩을 할인 구입했다는 품의서가 발견돼 박 전 국장을 4월 말부터 총 5차례 소환 조사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박 전 국장은 4월 28일, 이달 3일과 10일 검찰에 출석해 2∼4시간씩 조사를 받으며 진술서를 작성했고 11일과 12일에는 처남과 함께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서울시는 작년 1월 `도시계획시설 조성계획 변경 결정'을 내리면서 3개월 뒤 현대차 양재동 사옥 증축을 허가했고, 박 전 국장은 인허가가 이뤄진 직후인 같은해 7월 그랜저XG를 7백30만원 할인된 2천9백34만원에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 기획관은 차량 할인구입이 사옥 증축 인허가와 관련이 있느냐는 질문에 "(구입)시점이 허가가 난 직후인가 그럴 거다"라고 말해 대가성 규명을 위한 수사가 진행됐음을 시인했다. 그는 또 "박 전 국장은 처남 통장에서 자금을 송금받았고, 건축과장은 본인통장에서 차량 구입비를 인출한 것으로 확인돼 구입 경위 및 자금 기초조사를 진행 중에 있었고 구입자금 등의 정확한 소명자료를 요청했었다"고 덧붙였다.

채 기획관은 "박 전 국장의 메모 중 `수사가 확대돼서 괴롭다'는 말은 처남으로까지 사건이 확대되는 데 부담을 느낀 것을 표현한 것으로 보이지만 소명자료를 요청했을 뿐 강압적으로 추궁한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하루 2∼4시간 조사를 하며 진술서만 작성하고 귀가를 시켰다"며 "금품 수수 사실이 없었다는 점에서 현대차의 로비 윗선을 추궁할 이유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수사 과정에서 폭언이나 폭행 등 가혹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해 "내부조사 중이지만 (가혹행위가) 있을 이유가 없는 사건이다. 변호인이 선임돼 있어서 변호인이 전부 다 알고 있을 것이다"고 강력 부인했다.

검찰은 그러나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김 전국장의 자살로 강압수사에 대한 비난여론이 일면서 현대차 로비 및 김재록게이트 수사에 일대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하며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뷰스앤뉴스


다음은 고인이 남긴 유서 전문.

박석안의 고백

1.박석안의 살아온길

-경상북도 어느 산골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학교에서 직장에서 모범적인 생활을 해왔고 지금까지 어느 누구에게도 나쁜 짓을 한 적은 없음.

-7급 공무원으로 출발해서 서울시의 꽃인 주택국장까지 역임해왔고 이제 정년을 마치고 여생을 평화롭게 자유스러운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 한껏 부풀어 있었음

2.현대차 사건관련

-처음 김재록의 로비 사건에서 출발한 검찰 수사가 마무리 되어가는 과정에서 건물 증축과 관련된 종합 작품을 만들기 위하여 서울시의 책임을 무리하게 만들어 가고 있음

-이 과정에서 수사관들은 금융거래 내역을 조사하여 이미 본인이 현대자동차나 설계회사로부터 금품을 받지 않았따는 사실은 수사관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충분히 인지하였을 것임.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을 괴롭혀서 항복을 받아낼 욕심으로 저와 돈 거래한 처남은 물론 처남과 돈거래한 사람까지 계속 확대하고 있음

-따라서 검찰에서는 본인은 물론 기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 과정에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와 힘들게 싸워야 하나 변호사가 아무리 유능하고 사법부가 공정하다 해도 중수부를 이길수가 없다고 판단됨.

-주변의 친지들에게 돌아갈 피해를 줄이고 평생을 자랑스럽게 지켜온 서울시청 동료,후배들의 명예를 중히 여기며 아빠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가족의 명예를 지킬 수 있는 길을 가렵니다.

-이 글을 가족과 친지,평생 동지들에게 전달해 주십시오. 2006.5.14. 새벽에
임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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