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정상회담 이행 비용, 감당 어려운 부담 없을 것"
"차기정부 이행 여부는 차기정부 몫, 누구도 거부못할 것"
노무현 대통령은 11일 제2차 남북정상회담 이행 비용문제에 대해 "국민에게 감당하기 어려움 부담은 결코 없을 것이며 다음 정부에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녹지원에서 '2007 남북정상선언' 관련 출입기자 간담회를 갖고 비용문제, 차기정부에서의 이행문제, 개인적 소회를 비롯한 회담 뒷얘기들을 소상히 밝히면서 차기 정부에서의 이행 여부에 대해 "차기정부의 몫이다. 그런데 차기 정부의 선택도 결국은 국민의 의지를 거역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다만 속도, 폭, 깊이는 좀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그것은 역사 발전과 역사의 순리에 대한 인식과 태도에 따라서 조금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김 위원장이 이 문제에 대해 전혀 언급이 없었다. 합의에 관해서 누가 이행할 거냐에 대해서 전혀 언급이 없었다"고 밝혔다.
다음은 노 대통령의 모두발언과 일문일답 전문.
아리랑 공연을 보기로 했는데, 처음에 우리가 갈 땐 처음부터 사전 교섭할 때부터 저는 내용에 대해서 관심도 별로 없이 ‘내용이 무엇이든 그냥 보자’ 이런 생각이었습니다만 그러나 막상 실무협의를 하는 사람들은 제 생각과 관계없이 ‘내용을 좀 수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방향으로 이렇게 죽 갔습니다. 근데 그걸 내용 수정 하지 말라고 또 제가 손목을 잡는 것도 그것도 좀 이상해서 ‘뭐 굳이 그럴 필요 없는데….’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뭐 실무팀이 하는 대로 그냥 따라갔습니다.
막상 가 보니까 민감한 내용이 많이 줄었거나 달라졌다는 평가였습니다. 근데 마지막에 역시 하나가 민감한 것이 있다고, 인제 공연 보러 출발하기 조금 직전에 ‘이거 인제 어떡하냐’ 문제가 있었습니다. 마지막에 모두가 일어서서 기립해서 박수치는 순간인데, 우리만 달랑 앉아 가지고 있을 거냐, 그런 아마 고민이었던 모양입니다. 의논을 해 가지고 저한테 보고하기를, 서기는 서고 박수는 안 친다 그렇게 건의가 올라왔습니다.
그래서 ‘무슨 소리요? 그거 가서 전부 박수치는 걸로 해!’ 인제 물론 그때 부속실 직원이기 때문에 말을 낮췄습니다. ‘박수 다 치는 걸로 해. 뭐 그걸 가지고.’ 이렇게 인제 했는데, 그래도 수행했던 각료들이 가만 보기에는 아무래도 안 되겠던지 ‘서기는 서되 박수 안 치는 걸로 합시다’ 하고 다시 왔어요. 그러면 그러면서 ‘내 혼자만 치지’ 이렇게 인제 하고 ( 웃음 ) 다시 고치고 하는 것 없이 ‘나 혼자만 치면 되는 거지’ 그렇게 하고 나갔습니다. 나갔는데, 끝까지 다 잘 됐어요.
잘됐는데 나중에 마치고 돌아오면서 가면서 인제 이 사람(권 여사 지칭)이 ‘나는 어떻게 하냐?’ 그러는데, 그때 ‘부부는 일심동체니까 같이 칩시다’ 이래 하면 되는데, ‘나는 뭐 치지’ 했는데 난지 우린지 구분이 안 돼요. 그래서 나와 우리는 좀 다르다고 이렇게 생각해서 ‘당신은 치지 마시오’ 이렇게 했더니 (권 여사는) 안 쳤어요. 근데 현장에서 그 수만 개의 눈동자가 우리를 집중적으로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데 박수 안 치는 사람이 얼마나 민망했던지 아주 안절부절 못했던 모양입니다. 근데 특히 이 사람이 마음이 약하잖아요. 그래 갖고 들어오면서 아주 저한테 불평을 엄청 했습니다. ‘나는 인제 이 사람들(북녘 동포들)한테 인심 다 잃었다’고, 아주 민망해서 곤란했다는 그런 얘기를 했습니다. 근데 인제 둘이서 이 사람이 하는 얘기가 ‘나는 북쪽에 오면 매 맞게 생겼고, 당신은 남쪽에 내려가면 매 맞게 생겼으니까, 인제 우리는 북에 가도 욕먹고 남에 가도 욕먹게 됐다’고. 인제 그렇게 얘기를 했어요.
제 대답은, 나도 고민을 많이 했는데, 북쪽의 인심을 얻어야 되냐 남쪽의 인심을 얻어야 되냐, 우리 여론의 인심을 얻어야 되냐 북쪽의 호감을 사야 되냐, 내가 여기 온 걸음이 얼마나 어려운 걸음인데, 와서 마지막까지 그래도 하나라도 더 본전 찾고 가자면 북쪽의 호감을 선택하는 것이 맞다, 그래서 제가 박수를 쳤습니다. 그거 뭐 뒷얘기라면 뒷얘기였고, 그것만 소개해 드리고 질문말씀, 질문 주시는 데에 대한 답변을 제가 하도록, 그렇게 하겠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을 어떻게 보았는지, 김정일 위원장이 회담 과정에서 비핵화 의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는데 어떤 내용인가
"상당히 놀라웠던 것이 김정일 위원장이 자기 국정 상황을 소상하게 꿰뚫고 있었다. 나도 어지간히 국정 상황 파악에 대해서는 구석구석 알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는데, 내가 생각해도 저 정도이면 아주 기억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일일 것 같은데 아주 소상한, 국정 구석구석에 대해서 소상하게 꿰뚫고 있었다.
그 다음에 자기들의 체제에 대한 분명한 소신을 가지고 있었다. 분명한 소신을 가지고 있었고, 거기에 대해서 확고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된다 안 된다, 좋다 나쁘다 이런 것의 의사표현이 아주 분명했다. 그것이 아주 인상적이고, 과연 진짜 권력자답다 이런 생각이 좀 들기도 했다.
북한 전체의 인상을 묻으신 것 같은데, 전체적으로 여러분들도 보셨겠지마는, 직접 보시기도 하고 사진을 통해 보시기도 하셨겠지만, 우리가 소위 제3세계 여러 나라들 이렇게 가서 국민소득 수준, 예를 들면 5백불 내지 1천불 사이에 있는 국가들에서 보는 모습하고 소위 평양의 모습은 많이 다르다. 특히 지식이라든지 기술, 또는 국민적인 어떤 열정, 하고자 하는 자세 이런 것이라든지, 그런 것이 부지런한 자세, 의욕 등을 총체적으로 포함한 국민적 역량의 수준은 상당한 수준이 아닌가, 저는 그렇게 보이고, 소위 발전전략만 잘 채택하면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아주 빠른 속도의 발전이 가능한 나라 아닌가, 저는 그런 생각을 느꼈다.
다만 그러면서도 한편 김정일 위원장 이외의 다른 여러 지도층들의 경직성이 너무 좀 답답하게 느껴지는 그런 점이 있었다. 아주 경직성이 답답하게 그렇게 느껴졌다.
김정일 위원장과의 대화중에 6자회담 얘기가, 우선 6자회담 진전에 대해서 서로 긍정적인 덕담이 오고 갔다. ‘10월 3일의 6자회담이 잘 진전돼서 아주 기쁘다’ 이런 덕담에서 시작해서 핵 얘기가 나왔는데, ‘우리는 핵무기를 가질 의사가 없다. 유훈이다. 우리는 뭐 이 의지는 확고하다.’ 이렇게 얘기를 시작하고, ‘우리는 6자회담에 아주 성실히 임할 것이다. 미국의 태도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번에는 미국도 성의가 보이는 것 같다. 우리는 6자회담을 꼭 성공시킬 것이다.’ 그러면서 바로 김계관 부상을 불러 가지고 그렇게 보고를 하게 했다. 미리 김계관 부상이 아마 대기하고 있었던 것 같다. 김계관 부상이 생색을 하나 좀 냈다. ‘두 분 정상회담 잘 하시라고 우리가 많은 양보를 했다.’ 이렇게 생색을 한번 내고 그렇게 됐기 때문에 뭐 이건 명확하다.
근데 이제 실무자들이 문구를 다듬는 과정에서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재확인한다는 표현을 넣을 거냐 말거냐, 이렇게 조금 논란이 있었던 모양인데, 9.19 선언에 다 있는 거 아니냐…, 그러니까 이제 북쪽은 전체적으로 북핵 문제에 우리 한국이 끼는 데 대해서 전체적으로 심정적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내가 느낀 것은 그렇다. 그러니까 김정일 위원장은 그렇게 시원하게 말했지마는 실무하는 사람들은 남북 간 한반도 비핵화 선언이라든지, 지난번 남북 관계에 관한 기본합의라든지, 이런 것을 자꾸 꺼내는 데 대해서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문장에 9.19 공동성명이 있는 것을 그냥 이렇게 인용해서 ‘그거 있는 거 아니냐’ 이렇게 해서 9.19, 2.13, 이렇게 나간 것이다. 문장이 짧다고, 문장이 짧다고 내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점에 대해서 ‘비핵화에 관한 합의가 없었다’ 이렇게 얘기하는 것은 문장에 담긴 내용을 좀 충분히 안 본 견해이거나, 또 뭐 너무 탈 잡을 것이 너무 적어서 ( 웃음 ) 그거라도 한번 얘기해 본 거 아니냐,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
-3자 또는 4자 정상회담에 대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직접 만난 자리에서 이 부분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어떤 논의가 있었는가.
"종전 선언에 관한 문제는, 부시 대통령과 얘기를 했고 또 후 주석과도 만나서 여기에 대해서 서로 합의를 했다, 이렇게 설명을 했다. 했더니, ‘그 종전 선언, 나도 관심 있소.’ 이렇게, ‘관심이 있습니다.’ 이렇게 얘기를 했고, ‘그거 한번 추진해 봅시다.’ 해서, 얘기는 간단하게 그렇게 끝나버렸다. 그 외 더 여러 가지 없고, 다만 지금 협상에 바로 들어가기는 조금 빠른 것 같고, 선언하고 그 다음 가는 것이 맞지 않겠냐, 그렇게 얘기를 했던 것 같다.
‘이게 어느 쪽에서 나온 문안이냐’ 했더니 북쪽에서 나온 문안이라고 했다. 나중에 직접 협상한 쪽에서 얘기를 듣기로는, 중국이 아직까지 분명하게 얘기를, 표현해 놓은 내용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아마 들은 거 아닌가, 이렇게 짐작만 하고 그냥 이렇게 들어갔다. 그래서 3자, 4자라는 것은 사실 나도 별 뚜렷한 의미를 모르고 있다. 현재 수준에서 중국이 아직까지 이 점에 관해서 공식적으로 견해를 밝힌 바가 없기 때문에, 현재가 아니고 그때까지. 그때까지, 그래서 아마 ‘중국은 의사에 따라 참여할 수 있다’ 이런 여유를 둔 거 아닌가 싶다, 그 뒤에 중국이 의사 표시를 했기 때문에 4자로 확정된 거 아닌가, 그렇게 생각한다.
시기로 봐서는 진행되던 것이기 때문에, 말하자면 내 임기 동안에 과연 그런 선언이 가능할지에 대해서 나도 ‘상당히 좀 버거운 일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럼 내 임기에 하지도 못할 것을 왜 굳이 이런 합의를 끌어냈느냐? 내 임기에 하지 못하더라도 그동안에 해놓은 것을 굳히고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으냐…. 연쇄 회담을 통해서, 연쇄 회담을 통해서 이것을 전략적으로 채택해 놓은 것인데, 이것을 굳히고 가자…. 그래서 국제적으로도 이것을 굳히고 가는 것이 중요하고 남북 간에도 굳히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동안에 북측은 이 문제에 대해서 우리(남측)는 당사자가 아니라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그 전날 김영남 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할 때도 ‘그것은 남쪽은 뭐 해당이 없다’ 이렇게 말했다. 해당이 없다, 이렇게 말한 것이기 때문에 김정일 위원장이 ‘관심 있다’고 할 때 문서로 굳혀놔야 다음 대통령이라도 하지 않겠는가?
희망은 임기 안에 하고 싶지만, 그건 내 희망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이 속도는, 이 시기는 6자 회담의 진전과 이행의 진전에 따라서 시기가 결정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이 나는 아주 늦어지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 합의가 6자회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고, 또 그래서 6자회담이 진전되면 이 선언이 빨라질 수도 있고, 또 이 선언이 6자회담의 이행과 북핵 폐기를 더 촉진하는 이런 상호작용에 있기 때문에 이것이 좀 더 빨리 갈 수도 있다는 생각을, 기대를 버리지는 않고 있지만, 누가 하면 어떻겠는가? 그건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하튼 저는 이 부분은 상당히 의미 있는 성과라고 그렇게 생각한다. 우리가 9.19공동성명 때도 아주 애를 써서 이 조항을 넣었습니다. 9.19공동성명 때도 이 조항과 동북아 다자간 안보협력체계라는 그 체계, 이 두 가지를 소위 평화 프로젝트, 평화 프로그램으로 애를 써서 넣었고, 이어서 이제 정상간 합의까지 이렇게 연쇄 접촉을 통해서 확정했기 때문에, 이것은 앞으로 평화 체제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는 합의라고 그렇게 생각한다."
-정상선언이 차기정부에서 이행될 것인지의 부분에 대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언급이 있었나.
"김 위원장이 이 문제에 대해 전혀 언급이 없었다. 합의에 관해서 누가 이행할 거냐에 대해서 전혀 언급이 없었다. 아마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저를 상대로 차기 정부 얘기하기가 좀 야박하다 싶어 그랬는지, 아니면 실제로 관심이 없었는지 일체 언급이 없었다."
-정상선언의 차기 정부 이행에 대한 생각은.
"차기 정부의 선택도 국민의 의지를 거역하지는 못할 것이다. 다만 속도, 폭, 깊이는 좀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그것은 역사 발전과 역사의 순리에 대한 인식과 태도에 따라서 조금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상선언 이행을 위한 재원 마련에 대한 대안이 있느냐.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비용 문제가 발생할 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이번 합의의 결과로써 예측할 수 있는 감당 능력 문제를 갖고 걱정할 수준은 전혀 아니다. 감당할 수만 있다면 비용이 들더라도 할 일은 해야 한다.
수십조 원을 얘기하는 것은 과장됐거나 문제를 호도하는 것이다.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면 민간 차원의 기업 투자까지 다 보태서 혹시 수십조 원이 투자될지는 모르겠지만 걱정할 일은 아니다.
기업 투자 부분과 정부 지원 성격의 부담 부분을 분리하지 않고 그냥 `수십조 원'이라고 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잘못 전달하는 것이다. 기업적 투자는 많을수록 좋고 정부 지원도 많을수록 좋다. 그러나 감당, 부담을 생각해야 한다.
정부 지원과 기업적 투자가 병행될 것이지만, 다음 정부에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다. 국민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은 결코 없을 것이다.
정부 지원적 방식은 보건의료, 농업 협력 부분이 될 것이다. 철도와 도로는 기업적 투자의 방식이 될 수도 있고, 차관 등 정부 지원 방식이 될 수도 있고, 병행될 수도 있다.
내년도 예산에 편성돼 있는 남북협력기금이 1조3천억원 정도인데, 우리 세수가 1백99조원 정도 된다. 1%가 안 된다. 남북관계 발전이 본격화하면 세입의 1% 정도는 무리한 부담이 아니다.
투자는 투자를 갖출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야 하는 것이다. 속도가 지원하거나 투자할 우리 쪽의 준비상태가 앞서가고 북쪽의 준비상태가 오히려 시간상으로 늦을 것이다. 말로만 '왜 안 주느냐' 할 수도 있지만, 준비 안 하고 달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개성까지의 철도는 당장 우리에게 시급하게 필요한 사업이다. 개성공단이 2단계 들어가면 물류문제가 발생하는데 철도 없이 해결 못한다. 평양까지 생각해도 도로든 철도든 지금의 해운물류비와 비교하면 우리에게도 뒤로 늦출 수 없는 사업이다.
통일 비용이라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데, 베트남에 투자하는 것은 투자이고, 북한에 투자하는 것은 통일비용인가. 통일해야 되기 때문에 할 필요 없는 투자를 하는 것이냐. 한국경제가 위기를 극복하고 '샌드위치 위기'를 부드럽게 극복하고 또 한 번의 도약의 기회를 만들자는 의미를 함께 가지고 있는 것 아니냐. `임'만 보자는 것이 아니고 분명히 `뽕'도 따는 것이다.
우리에게 독일 통일 방식의 급작스러운 통일 비용은 없다. 지금부터 꾸준히 투자하고 그 투자에서 우리가 이익이 생길 때 통일에 성큼 다가선 시기이고 그때는 통일비용이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국가연합이나 또는 연방 방식을 전제로 했을 때는 통일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우리가 원하지 않는데 갑작스러운 붕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느냐. 이미 `고난의 행군 시대'는 지나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가서 느낀 것은 `만만치 않은 나라다. 여간해서 쓰러지지도, 굴복하지도 않겠구나' 라는 느낌을 받았다.
-정상회담 중 가장 어려웠던 순간이 언제였느냐.
"우리는 실용적 사고를 가지고 있는데 북쪽은 근본적 사고를 가지고 있다. 이 사고방식의 차이가 제일 어려운 점이다. 첫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게 몇 가지 포인트만 얘기하고 `좀 실용적으로 나갑시다. 말하자면 근본적인 문제를 자꾸 제기하는데, 어려운 것은 뒤로 미루고 쉬운 것부터 먼저 풀어 나갑시다. 그리고 눈에 안 보이는 것보다는, 관념적인 것보다는 실제의 것을 먼저 좀 해 나갑시다'라고 했더니 대답은 없고, 말씀자료 딱 끄집어내더니 대부분이 근본 문제였다.
'우리 민족끼리'해야 되는데 안 했던 데 대한 유감, 성지, 법적 장애 등이 쭉 나오는데, 그 점을 어렵게 느꼈다. '과연 대화를 할 수 있을까' 했는데, 만찬장에서 기술이 어떻게 이전되는가, 경제가 어떻게 확산해 나가는가, 그런 메커니즘이나 우리가 어려움 겪고 있는 소상한 얘기들을 많이 했는데, 별 거부감 없이 듣더라. 그런데 '개혁' '개방' 이 두 가지만 나오면 딱 걸더라.
'개혁.개방 얘기 계속하면 남북 간에 대화의 통로가 곤란해지고 막히겠구나' 싶어 (나중에) '개혁' '개방'에 관한 얘기를 했던 거다.
핵 문제는 기정사실로 생각하고 갔다. 핵 문제의 표현을 갖고 옥신각신 많이 다투면 가지고 간 의제를 도저히 시간 안에 소화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제가 이번 대화에서 철저하게 기피했던 것은 근본 문제이다. 근본 문제는 다 뒤로 미루고 다른 대안을 갖고 얘기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도 마찬가지다.
특구 부분도 하나씩 얘기하려 했는데 (김 위원장이) '그 부분은 총리회담에서 하자'고 해 결과적으로 총리회담은 그쪽에서 먼저 제안한 셈이 됐다. 우리가 준비해 간 것은 경제부총리급의 경제협력위원회인데 이렇게 해서 총리회담이 합의문에 들어갔다. 그런데 총리회담으로는 경제 부분을 집중적으로 들어가기가 어려워 경제협력공동위를 다시 그 밑에다가 박았다. 안보 문제 총괄해서 총리가 하면 될 것 같다.
핵 문제 관련, `왜 우리 민족끼리 좀 더 잘 안 하느냐'는 질문에 '우리 민족끼리는 아주 좋은 생각이지만 국제적인 관계가 정상화되지 않으면 결코 할 수 없는 일이 많다는 설명을 많이 했다.
북한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깊이 해 볼 필요가 있다. 타도할 수 있느냐. 승리할 대상이냐. 밉거나 곱거나 같이 갈 수밖에 없는 동반자이다. 옳을 때는 같이 가고 그를 때는 같이 안 가고, 말이 통할 때는 같이 가고 말이 안 통할 때는 같이 안 가고, 그런 처지도 아니다. 옳지 않을 때도 대화를 통해서 옳은 방향으로 밀어가고, 말이 안 통할 때도 통하게 만들어야 되는 처지에 있는 상대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끊임없이 설득해 나갈 수밖에 없다. 신뢰 없이 설득할 수가 없다. 신뢰라는 것은 결국 참는 것이다. 할 말도 좀 참고, 하기 싫은 일도 좀 하고, 상대방을 존중하고 싸움 날 만한 주제를 가지고 대화하는 것은 되도록 뒤로 미루고 가능한 것, 쉬운 것부터 먼저 풀어 나가는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내일(12일)은 정부 차원의 (남북정상선언 이행) 추진 체계를 아침 회의를 거쳐 마무리해서 발표하는 데 이어 되는 것 안 되는 것 토론을 통해서 정리해 추진 전략을 내주 중으로 정리하고, 필요한 협상들 진행해 가면서 빠른 속도로 전개하려고 한다.
임기 동안에 하려는 것은 정상회담에서 얘기해 놓은 내용을 명료하게 하는 것이다. 정상회담의 내용과 이행 방법을 명료하게 해서 분명한 과제로 채택해 놓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녹지원에서 '2007 남북정상선언' 관련 출입기자 간담회를 갖고 비용문제, 차기정부에서의 이행문제, 개인적 소회를 비롯한 회담 뒷얘기들을 소상히 밝히면서 차기 정부에서의 이행 여부에 대해 "차기정부의 몫이다. 그런데 차기 정부의 선택도 결국은 국민의 의지를 거역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다만 속도, 폭, 깊이는 좀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그것은 역사 발전과 역사의 순리에 대한 인식과 태도에 따라서 조금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김 위원장이 이 문제에 대해 전혀 언급이 없었다. 합의에 관해서 누가 이행할 거냐에 대해서 전혀 언급이 없었다"고 밝혔다.
다음은 노 대통령의 모두발언과 일문일답 전문.
아리랑 공연을 보기로 했는데, 처음에 우리가 갈 땐 처음부터 사전 교섭할 때부터 저는 내용에 대해서 관심도 별로 없이 ‘내용이 무엇이든 그냥 보자’ 이런 생각이었습니다만 그러나 막상 실무협의를 하는 사람들은 제 생각과 관계없이 ‘내용을 좀 수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방향으로 이렇게 죽 갔습니다. 근데 그걸 내용 수정 하지 말라고 또 제가 손목을 잡는 것도 그것도 좀 이상해서 ‘뭐 굳이 그럴 필요 없는데….’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뭐 실무팀이 하는 대로 그냥 따라갔습니다.
막상 가 보니까 민감한 내용이 많이 줄었거나 달라졌다는 평가였습니다. 근데 마지막에 역시 하나가 민감한 것이 있다고, 인제 공연 보러 출발하기 조금 직전에 ‘이거 인제 어떡하냐’ 문제가 있었습니다. 마지막에 모두가 일어서서 기립해서 박수치는 순간인데, 우리만 달랑 앉아 가지고 있을 거냐, 그런 아마 고민이었던 모양입니다. 의논을 해 가지고 저한테 보고하기를, 서기는 서고 박수는 안 친다 그렇게 건의가 올라왔습니다.
그래서 ‘무슨 소리요? 그거 가서 전부 박수치는 걸로 해!’ 인제 물론 그때 부속실 직원이기 때문에 말을 낮췄습니다. ‘박수 다 치는 걸로 해. 뭐 그걸 가지고.’ 이렇게 인제 했는데, 그래도 수행했던 각료들이 가만 보기에는 아무래도 안 되겠던지 ‘서기는 서되 박수 안 치는 걸로 합시다’ 하고 다시 왔어요. 그러면 그러면서 ‘내 혼자만 치지’ 이렇게 인제 하고 ( 웃음 ) 다시 고치고 하는 것 없이 ‘나 혼자만 치면 되는 거지’ 그렇게 하고 나갔습니다. 나갔는데, 끝까지 다 잘 됐어요.
잘됐는데 나중에 마치고 돌아오면서 가면서 인제 이 사람(권 여사 지칭)이 ‘나는 어떻게 하냐?’ 그러는데, 그때 ‘부부는 일심동체니까 같이 칩시다’ 이래 하면 되는데, ‘나는 뭐 치지’ 했는데 난지 우린지 구분이 안 돼요. 그래서 나와 우리는 좀 다르다고 이렇게 생각해서 ‘당신은 치지 마시오’ 이렇게 했더니 (권 여사는) 안 쳤어요. 근데 현장에서 그 수만 개의 눈동자가 우리를 집중적으로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데 박수 안 치는 사람이 얼마나 민망했던지 아주 안절부절 못했던 모양입니다. 근데 특히 이 사람이 마음이 약하잖아요. 그래 갖고 들어오면서 아주 저한테 불평을 엄청 했습니다. ‘나는 인제 이 사람들(북녘 동포들)한테 인심 다 잃었다’고, 아주 민망해서 곤란했다는 그런 얘기를 했습니다. 근데 인제 둘이서 이 사람이 하는 얘기가 ‘나는 북쪽에 오면 매 맞게 생겼고, 당신은 남쪽에 내려가면 매 맞게 생겼으니까, 인제 우리는 북에 가도 욕먹고 남에 가도 욕먹게 됐다’고. 인제 그렇게 얘기를 했어요.
제 대답은, 나도 고민을 많이 했는데, 북쪽의 인심을 얻어야 되냐 남쪽의 인심을 얻어야 되냐, 우리 여론의 인심을 얻어야 되냐 북쪽의 호감을 사야 되냐, 내가 여기 온 걸음이 얼마나 어려운 걸음인데, 와서 마지막까지 그래도 하나라도 더 본전 찾고 가자면 북쪽의 호감을 선택하는 것이 맞다, 그래서 제가 박수를 쳤습니다. 그거 뭐 뒷얘기라면 뒷얘기였고, 그것만 소개해 드리고 질문말씀, 질문 주시는 데에 대한 답변을 제가 하도록, 그렇게 하겠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을 어떻게 보았는지, 김정일 위원장이 회담 과정에서 비핵화 의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는데 어떤 내용인가
"상당히 놀라웠던 것이 김정일 위원장이 자기 국정 상황을 소상하게 꿰뚫고 있었다. 나도 어지간히 국정 상황 파악에 대해서는 구석구석 알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는데, 내가 생각해도 저 정도이면 아주 기억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일일 것 같은데 아주 소상한, 국정 구석구석에 대해서 소상하게 꿰뚫고 있었다.
그 다음에 자기들의 체제에 대한 분명한 소신을 가지고 있었다. 분명한 소신을 가지고 있었고, 거기에 대해서 확고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된다 안 된다, 좋다 나쁘다 이런 것의 의사표현이 아주 분명했다. 그것이 아주 인상적이고, 과연 진짜 권력자답다 이런 생각이 좀 들기도 했다.
북한 전체의 인상을 묻으신 것 같은데, 전체적으로 여러분들도 보셨겠지마는, 직접 보시기도 하고 사진을 통해 보시기도 하셨겠지만, 우리가 소위 제3세계 여러 나라들 이렇게 가서 국민소득 수준, 예를 들면 5백불 내지 1천불 사이에 있는 국가들에서 보는 모습하고 소위 평양의 모습은 많이 다르다. 특히 지식이라든지 기술, 또는 국민적인 어떤 열정, 하고자 하는 자세 이런 것이라든지, 그런 것이 부지런한 자세, 의욕 등을 총체적으로 포함한 국민적 역량의 수준은 상당한 수준이 아닌가, 저는 그렇게 보이고, 소위 발전전략만 잘 채택하면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아주 빠른 속도의 발전이 가능한 나라 아닌가, 저는 그런 생각을 느꼈다.
다만 그러면서도 한편 김정일 위원장 이외의 다른 여러 지도층들의 경직성이 너무 좀 답답하게 느껴지는 그런 점이 있었다. 아주 경직성이 답답하게 그렇게 느껴졌다.
김정일 위원장과의 대화중에 6자회담 얘기가, 우선 6자회담 진전에 대해서 서로 긍정적인 덕담이 오고 갔다. ‘10월 3일의 6자회담이 잘 진전돼서 아주 기쁘다’ 이런 덕담에서 시작해서 핵 얘기가 나왔는데, ‘우리는 핵무기를 가질 의사가 없다. 유훈이다. 우리는 뭐 이 의지는 확고하다.’ 이렇게 얘기를 시작하고, ‘우리는 6자회담에 아주 성실히 임할 것이다. 미국의 태도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번에는 미국도 성의가 보이는 것 같다. 우리는 6자회담을 꼭 성공시킬 것이다.’ 그러면서 바로 김계관 부상을 불러 가지고 그렇게 보고를 하게 했다. 미리 김계관 부상이 아마 대기하고 있었던 것 같다. 김계관 부상이 생색을 하나 좀 냈다. ‘두 분 정상회담 잘 하시라고 우리가 많은 양보를 했다.’ 이렇게 생색을 한번 내고 그렇게 됐기 때문에 뭐 이건 명확하다.
근데 이제 실무자들이 문구를 다듬는 과정에서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재확인한다는 표현을 넣을 거냐 말거냐, 이렇게 조금 논란이 있었던 모양인데, 9.19 선언에 다 있는 거 아니냐…, 그러니까 이제 북쪽은 전체적으로 북핵 문제에 우리 한국이 끼는 데 대해서 전체적으로 심정적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내가 느낀 것은 그렇다. 그러니까 김정일 위원장은 그렇게 시원하게 말했지마는 실무하는 사람들은 남북 간 한반도 비핵화 선언이라든지, 지난번 남북 관계에 관한 기본합의라든지, 이런 것을 자꾸 꺼내는 데 대해서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문장에 9.19 공동성명이 있는 것을 그냥 이렇게 인용해서 ‘그거 있는 거 아니냐’ 이렇게 해서 9.19, 2.13, 이렇게 나간 것이다. 문장이 짧다고, 문장이 짧다고 내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점에 대해서 ‘비핵화에 관한 합의가 없었다’ 이렇게 얘기하는 것은 문장에 담긴 내용을 좀 충분히 안 본 견해이거나, 또 뭐 너무 탈 잡을 것이 너무 적어서 ( 웃음 ) 그거라도 한번 얘기해 본 거 아니냐,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
-3자 또는 4자 정상회담에 대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직접 만난 자리에서 이 부분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어떤 논의가 있었는가.
"종전 선언에 관한 문제는, 부시 대통령과 얘기를 했고 또 후 주석과도 만나서 여기에 대해서 서로 합의를 했다, 이렇게 설명을 했다. 했더니, ‘그 종전 선언, 나도 관심 있소.’ 이렇게, ‘관심이 있습니다.’ 이렇게 얘기를 했고, ‘그거 한번 추진해 봅시다.’ 해서, 얘기는 간단하게 그렇게 끝나버렸다. 그 외 더 여러 가지 없고, 다만 지금 협상에 바로 들어가기는 조금 빠른 것 같고, 선언하고 그 다음 가는 것이 맞지 않겠냐, 그렇게 얘기를 했던 것 같다.
‘이게 어느 쪽에서 나온 문안이냐’ 했더니 북쪽에서 나온 문안이라고 했다. 나중에 직접 협상한 쪽에서 얘기를 듣기로는, 중국이 아직까지 분명하게 얘기를, 표현해 놓은 내용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아마 들은 거 아닌가, 이렇게 짐작만 하고 그냥 이렇게 들어갔다. 그래서 3자, 4자라는 것은 사실 나도 별 뚜렷한 의미를 모르고 있다. 현재 수준에서 중국이 아직까지 이 점에 관해서 공식적으로 견해를 밝힌 바가 없기 때문에, 현재가 아니고 그때까지. 그때까지, 그래서 아마 ‘중국은 의사에 따라 참여할 수 있다’ 이런 여유를 둔 거 아닌가 싶다, 그 뒤에 중국이 의사 표시를 했기 때문에 4자로 확정된 거 아닌가, 그렇게 생각한다.
시기로 봐서는 진행되던 것이기 때문에, 말하자면 내 임기 동안에 과연 그런 선언이 가능할지에 대해서 나도 ‘상당히 좀 버거운 일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럼 내 임기에 하지도 못할 것을 왜 굳이 이런 합의를 끌어냈느냐? 내 임기에 하지 못하더라도 그동안에 해놓은 것을 굳히고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으냐…. 연쇄 회담을 통해서, 연쇄 회담을 통해서 이것을 전략적으로 채택해 놓은 것인데, 이것을 굳히고 가자…. 그래서 국제적으로도 이것을 굳히고 가는 것이 중요하고 남북 간에도 굳히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동안에 북측은 이 문제에 대해서 우리(남측)는 당사자가 아니라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그 전날 김영남 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할 때도 ‘그것은 남쪽은 뭐 해당이 없다’ 이렇게 말했다. 해당이 없다, 이렇게 말한 것이기 때문에 김정일 위원장이 ‘관심 있다’고 할 때 문서로 굳혀놔야 다음 대통령이라도 하지 않겠는가?
희망은 임기 안에 하고 싶지만, 그건 내 희망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이 속도는, 이 시기는 6자 회담의 진전과 이행의 진전에 따라서 시기가 결정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이 나는 아주 늦어지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 합의가 6자회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고, 또 그래서 6자회담이 진전되면 이 선언이 빨라질 수도 있고, 또 이 선언이 6자회담의 이행과 북핵 폐기를 더 촉진하는 이런 상호작용에 있기 때문에 이것이 좀 더 빨리 갈 수도 있다는 생각을, 기대를 버리지는 않고 있지만, 누가 하면 어떻겠는가? 그건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하튼 저는 이 부분은 상당히 의미 있는 성과라고 그렇게 생각한다. 우리가 9.19공동성명 때도 아주 애를 써서 이 조항을 넣었습니다. 9.19공동성명 때도 이 조항과 동북아 다자간 안보협력체계라는 그 체계, 이 두 가지를 소위 평화 프로젝트, 평화 프로그램으로 애를 써서 넣었고, 이어서 이제 정상간 합의까지 이렇게 연쇄 접촉을 통해서 확정했기 때문에, 이것은 앞으로 평화 체제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는 합의라고 그렇게 생각한다."
-정상선언이 차기정부에서 이행될 것인지의 부분에 대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언급이 있었나.
"김 위원장이 이 문제에 대해 전혀 언급이 없었다. 합의에 관해서 누가 이행할 거냐에 대해서 전혀 언급이 없었다. 아마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저를 상대로 차기 정부 얘기하기가 좀 야박하다 싶어 그랬는지, 아니면 실제로 관심이 없었는지 일체 언급이 없었다."
-정상선언의 차기 정부 이행에 대한 생각은.
"차기 정부의 선택도 국민의 의지를 거역하지는 못할 것이다. 다만 속도, 폭, 깊이는 좀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그것은 역사 발전과 역사의 순리에 대한 인식과 태도에 따라서 조금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상선언 이행을 위한 재원 마련에 대한 대안이 있느냐.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비용 문제가 발생할 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이번 합의의 결과로써 예측할 수 있는 감당 능력 문제를 갖고 걱정할 수준은 전혀 아니다. 감당할 수만 있다면 비용이 들더라도 할 일은 해야 한다.
수십조 원을 얘기하는 것은 과장됐거나 문제를 호도하는 것이다.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면 민간 차원의 기업 투자까지 다 보태서 혹시 수십조 원이 투자될지는 모르겠지만 걱정할 일은 아니다.
기업 투자 부분과 정부 지원 성격의 부담 부분을 분리하지 않고 그냥 `수십조 원'이라고 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잘못 전달하는 것이다. 기업적 투자는 많을수록 좋고 정부 지원도 많을수록 좋다. 그러나 감당, 부담을 생각해야 한다.
정부 지원과 기업적 투자가 병행될 것이지만, 다음 정부에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다. 국민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은 결코 없을 것이다.
정부 지원적 방식은 보건의료, 농업 협력 부분이 될 것이다. 철도와 도로는 기업적 투자의 방식이 될 수도 있고, 차관 등 정부 지원 방식이 될 수도 있고, 병행될 수도 있다.
내년도 예산에 편성돼 있는 남북협력기금이 1조3천억원 정도인데, 우리 세수가 1백99조원 정도 된다. 1%가 안 된다. 남북관계 발전이 본격화하면 세입의 1% 정도는 무리한 부담이 아니다.
투자는 투자를 갖출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야 하는 것이다. 속도가 지원하거나 투자할 우리 쪽의 준비상태가 앞서가고 북쪽의 준비상태가 오히려 시간상으로 늦을 것이다. 말로만 '왜 안 주느냐' 할 수도 있지만, 준비 안 하고 달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개성까지의 철도는 당장 우리에게 시급하게 필요한 사업이다. 개성공단이 2단계 들어가면 물류문제가 발생하는데 철도 없이 해결 못한다. 평양까지 생각해도 도로든 철도든 지금의 해운물류비와 비교하면 우리에게도 뒤로 늦출 수 없는 사업이다.
통일 비용이라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데, 베트남에 투자하는 것은 투자이고, 북한에 투자하는 것은 통일비용인가. 통일해야 되기 때문에 할 필요 없는 투자를 하는 것이냐. 한국경제가 위기를 극복하고 '샌드위치 위기'를 부드럽게 극복하고 또 한 번의 도약의 기회를 만들자는 의미를 함께 가지고 있는 것 아니냐. `임'만 보자는 것이 아니고 분명히 `뽕'도 따는 것이다.
우리에게 독일 통일 방식의 급작스러운 통일 비용은 없다. 지금부터 꾸준히 투자하고 그 투자에서 우리가 이익이 생길 때 통일에 성큼 다가선 시기이고 그때는 통일비용이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국가연합이나 또는 연방 방식을 전제로 했을 때는 통일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우리가 원하지 않는데 갑작스러운 붕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느냐. 이미 `고난의 행군 시대'는 지나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가서 느낀 것은 `만만치 않은 나라다. 여간해서 쓰러지지도, 굴복하지도 않겠구나' 라는 느낌을 받았다.
-정상회담 중 가장 어려웠던 순간이 언제였느냐.
"우리는 실용적 사고를 가지고 있는데 북쪽은 근본적 사고를 가지고 있다. 이 사고방식의 차이가 제일 어려운 점이다. 첫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게 몇 가지 포인트만 얘기하고 `좀 실용적으로 나갑시다. 말하자면 근본적인 문제를 자꾸 제기하는데, 어려운 것은 뒤로 미루고 쉬운 것부터 먼저 풀어 나갑시다. 그리고 눈에 안 보이는 것보다는, 관념적인 것보다는 실제의 것을 먼저 좀 해 나갑시다'라고 했더니 대답은 없고, 말씀자료 딱 끄집어내더니 대부분이 근본 문제였다.
'우리 민족끼리'해야 되는데 안 했던 데 대한 유감, 성지, 법적 장애 등이 쭉 나오는데, 그 점을 어렵게 느꼈다. '과연 대화를 할 수 있을까' 했는데, 만찬장에서 기술이 어떻게 이전되는가, 경제가 어떻게 확산해 나가는가, 그런 메커니즘이나 우리가 어려움 겪고 있는 소상한 얘기들을 많이 했는데, 별 거부감 없이 듣더라. 그런데 '개혁' '개방' 이 두 가지만 나오면 딱 걸더라.
'개혁.개방 얘기 계속하면 남북 간에 대화의 통로가 곤란해지고 막히겠구나' 싶어 (나중에) '개혁' '개방'에 관한 얘기를 했던 거다.
핵 문제는 기정사실로 생각하고 갔다. 핵 문제의 표현을 갖고 옥신각신 많이 다투면 가지고 간 의제를 도저히 시간 안에 소화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제가 이번 대화에서 철저하게 기피했던 것은 근본 문제이다. 근본 문제는 다 뒤로 미루고 다른 대안을 갖고 얘기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도 마찬가지다.
특구 부분도 하나씩 얘기하려 했는데 (김 위원장이) '그 부분은 총리회담에서 하자'고 해 결과적으로 총리회담은 그쪽에서 먼저 제안한 셈이 됐다. 우리가 준비해 간 것은 경제부총리급의 경제협력위원회인데 이렇게 해서 총리회담이 합의문에 들어갔다. 그런데 총리회담으로는 경제 부분을 집중적으로 들어가기가 어려워 경제협력공동위를 다시 그 밑에다가 박았다. 안보 문제 총괄해서 총리가 하면 될 것 같다.
핵 문제 관련, `왜 우리 민족끼리 좀 더 잘 안 하느냐'는 질문에 '우리 민족끼리는 아주 좋은 생각이지만 국제적인 관계가 정상화되지 않으면 결코 할 수 없는 일이 많다는 설명을 많이 했다.
북한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깊이 해 볼 필요가 있다. 타도할 수 있느냐. 승리할 대상이냐. 밉거나 곱거나 같이 갈 수밖에 없는 동반자이다. 옳을 때는 같이 가고 그를 때는 같이 안 가고, 말이 통할 때는 같이 가고 말이 안 통할 때는 같이 안 가고, 그런 처지도 아니다. 옳지 않을 때도 대화를 통해서 옳은 방향으로 밀어가고, 말이 안 통할 때도 통하게 만들어야 되는 처지에 있는 상대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끊임없이 설득해 나갈 수밖에 없다. 신뢰 없이 설득할 수가 없다. 신뢰라는 것은 결국 참는 것이다. 할 말도 좀 참고, 하기 싫은 일도 좀 하고, 상대방을 존중하고 싸움 날 만한 주제를 가지고 대화하는 것은 되도록 뒤로 미루고 가능한 것, 쉬운 것부터 먼저 풀어 나가는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내일(12일)은 정부 차원의 (남북정상선언 이행) 추진 체계를 아침 회의를 거쳐 마무리해서 발표하는 데 이어 되는 것 안 되는 것 토론을 통해서 정리해 추진 전략을 내주 중으로 정리하고, 필요한 협상들 진행해 가면서 빠른 속도로 전개하려고 한다.
임기 동안에 하려는 것은 정상회담에서 얘기해 놓은 내용을 명료하게 하는 것이다. 정상회담의 내용과 이행 방법을 명료하게 해서 분명한 과제로 채택해 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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