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 미국의 상습 도청, 尹 '대응 수위' 놓고 고심

숱한 파문에도 동맹국들 계속 도청. 바이든 과연 사과할까

2023-04-10 15: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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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구시장은 10일 미국 CIA의 용산 대통령실 도청 파문과 관련, "감청은 적법한 절차로 하는 것이 감청이고 도청이겠죠. 도감청이란 말을 같이 사용하는 거는 적절치가 않죠"라며 '도청'임을 분명히 했다.

홍 시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같이 정의내린 뒤, "그런데 CIA가 그런 짓 한 게 어디 어제 오늘 이야기냐? 항상 그런 짓을 하고 있는데"라며 "옛날에 박정희 대통령 때부터 청와대 감청 문제, 도청 문제는 심각했잖나. 그게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게 들키면 문제가 되고 안 들키면 문제가 안 되는 거다. 늘상 그래 왔잖나"라고 반문한 뒤, "그런 게 들키면 우리 측에서 공개적으로 요구를 하든지 비공개로 요구를 하고 이런 일 재발하는 일이 없도록 해라, 미국 측에서는 그런 일 재발 안 되도록 하겠다. 그런 식으로 하고 무마가 되는 거죠. 통상으로 그렇게 다 해결을 해 왔잖나. 그거는 외교 비사(祕史)에 속하는 거지, 외교 정사(正史)의 문제는 아니겠죠"라고 덧붙였다.

홍 시장이 지적했듯 미국의 도청은 역대정권의 최대 골칫거리였다. 박정희 정권 시절 박 대통령은 기밀 이야기의 경우 실내에서 말하지 않고, 청와대 경내를 거닐면서 얘기를 했다고 전해진다. 실내에서 얘기하면 미국이 쏜 전파가 유리창에서 말할 때 생기는 창문의 미세한 떨림을 소리로 바꿀 수준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미 1970년대에 그런 수준이었다는 것.

북한 정권도 미국 도청에 골머리를 앓기란 마찬가지였다 한다. 주석궁은 미국의 무선통화 도청을 심각하자 이를 피하기 위해 주요 지시는 유선망을 통해 했다고 한다. 그러자 미국은 휴전선에 심어놓은 도청 기둥을 통해 평양 지하에 설치된 유선망 주변의 미세한 자장(磁場) 분석을 통해 통화내용을 도청하는 것으로 알려져, 김일성, 김정은 등은 수시로 숙소를 옮겨 다녀야 했다는 것. 한국내 배치된 미군 도청팀에는 도청을 위해 평양도, 함경도 등 북한 사투리 전문가들까지 배치될 정도였다 전해진다.

미국과 러시아간 도청전쟁도 유명하다. 모스크바내 미국대사관은 항상 마당 청소를 세밀하게 해야 했다. 러시아측이 비둘기를 통해 나뭇가지 모양의 도청기를 대사관 영내에 뿌린 뒤 도청하는 등 예측불허의 도청 공세를 펴왔기 때문이다.

미국은 흔히 전세계 대다수를 지배하는 '제국'으로 불린다. 이 지위를 놓치지 않기 위해 적성국은 물론, 동맹국까지 예외없이 도청하고 있다.

지난 2013년에는 미국 국가안보국(NSA)직원이었던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당시 미국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휴대전화를 2002년부터 10년 넘게 도청한 사실이 밝혀져 파문이 일기도 했다. 당시 미국은 한국, 일본, 프랑스 등의 수뇌부들도 도청한 사실이 드러나, 버럭 오바마 미국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동맹국 정상들에 대한 도청 중단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는 '허언'임이 곧 드러났다. NSA가 2012~2014년 독일을 비롯해 프랑스·스웨덴·노르웨이의 지도자급 정치인들과 정부 고위 당국자들을 도청해온 사실이 2021년 덴마크 공영방송 보도로 밝혀졌다. 이에 메르켈 독일총리와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에 강력 항의하기도 했다.

이번에 미국의 용산 외교안보 콘트롤파워 도청 사실이 드러나면서 대통령실은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도청 당하는 걸 즐길 사람은 없다. 속으론 부글부글 끓는다. 문제는 상대가 북핵대응의 핵심인 미국이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2주일 앞둔 시점에 일이 발생, 용산을 더욱 고심케 하고 있다.

야당은 미국에 대한 공개 항의 요구, 관련 국회 상임위 소집 등 맹공을 펴기 시작했다. 과연 대통령실이 어떤 수위로 대응할지는 미지수다. 분명한 것은 미국 국빈방문을 통해 지지율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려던 용산의 계획에 큰 차질이 생겼다는 점이다.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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