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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차별금지법, 인권위가 발목 잡나”

점거농성 35일 맞는 장추련, 인권위 앞 규탄 기자회견

독립적인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장애인권단체와 사회전반을 아우르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진행 중인 국가인권위원회의 갈등이 커져가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조속 입법’과 ‘독립적인 차별시정 기구’를 요구하며 국가인권위원회 8층에서 35일간 농성을 벌여오고 있는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장추련)’가 차별금지법을 준비 중인 인권위에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대한 입장 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장추련은 2일 오후 인권위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지난해 9월 상정됐지만 인권위의 차별금지법으로 인해 법안소위에서 잠자고 있다”며 “인권위는 지난 4년간 장애인계의 노력의 결과인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라”고 요구했다.

장추련이 이날 인권위를 강도 높게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가진 이유는 장애인계에서 4년에 걸쳐 준비한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차별시정기구를 일원화하라’는 정부의 방침으로 인해 좌초위기에 처해있기 때문.

4년 준비한 장차법 좌초 위기

노회찬 의원이 대표발의한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지난 해 9월 국회 보건복지위에 상정됐지만 인권위의 차별금지법이 국회에 제출되지 않아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독립적인 차별금지법 제정과 차별을 시정할 독립기구를 요구하고 있는 장애인권단체의 법안이 국내 유일의 차별시정기구인 인권위와 겹쳐 국회도 쉽사리 논의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 두 법안의 병합심의에 들어갈 경우 장애인들이 요구하는 독립적인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은 고사하고 포괄적인 인권위의 차별금지법에 장애인권 조항을 반영하는 형태의 입법발의가 될 가능성이 높다.

2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장추련 소속 50여명의 회원들이 인권위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최병성


하지만 장추련은 인권위가 준비 중인 차별금지법이 장애유형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드러나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실효성있게 근절시킬 수 없을 것이라며 인권위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인권위가 최종 공청회를 거쳐 내놓은 법안은 고용부문에 역점을 두면서 고용.재화.용역.교육 등에서 차별금지와 시정명령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시정업무를 장애차별팀, 여성차별팀 등 4개의 팀으로 개편하고 이를 담당할 전문위원회를 도입했다.

하지만 차별시정기구를 상설기구가 아닌 전문위원회 형식으로 도입함에 따라 단일대상으로 가장 많은 진정이 들어오는 장애차별부문을 조사, 심의하는데 있어 한계를 드러낼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어왔다.

"인권위, 독립적 장차법 제정 필요성에 대한 공식 입장 밝혀라"

김도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은 “우리가 원하는 것은 차별금지법 상의 애매모호한 장애인 관련 조항삽입이 아니라 극심한 차별을 겪는 장애인들의 현실을 감안한 별도 법안의 마련”이라며 “인권위가 구체적인 입장표명을 하지 않을 경우 장차법 제정은 그만큼 멀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병태 장추련 집행위원은 “인권위는 매번 ‘독립적인 차별금지법안 제정에 반대하지 않지만 인권위의 차별금지법 제정도 힘든 현실’이라고 말한다”며 “명확한 인권위의 의견표명이 없으면 장애인과 거리가 먼 차별금지법 때문에 정작 장차법이 좌초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같은 장애인들의 우려는 지난 두 차례의 공청회와 간담회를 통해 인권위 관계자들에게 전해졌지만 인권위는 두 달 가까이 어떠한 공식표명도 않은 채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

인권위 관계자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인권위를 통한 차별시정기구 일원화가 정부의 방침인 이상 우리로서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기 힘들다”며 “장애인의 차별금지를 담아낼 방안들을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추련은 인권위가 공식입장 표명, 인권위원장 면담 등의 요구사항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내놓을 때까지 인권위 11층 배움터에서 2차 농성에 돌입할 예정이다.

앞서 장추련은 인권위 8층에서 35일동안 농성을 벌여왔다.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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