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美시카고 "프랑스 푸아그라 야만적. 판매금지"

미국 최초로 푸아그라 판매금지 법안 통과

앞으로 시카고에서 푸아그라 요리를 먹을 수 없게 됐다. 푸아그라(foie gras)란 거위 주둥이에 깔때기를 꽂고 콩을 강제로 먹여 실제 간보다 10배 이상 커진 간을 재료로 만든 프랑스 요리를 말한다.

프랑스의 일부 동물애호가들은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우리나라의 개고기를 야만적이라며 문제 삼은 적이 있지만 미국인들이 보기에 푸아그라도 야만적이긴 마찬가지인 듯하다.

시카고의 앨더맨시(市)는 26일(현지시간) 투표를 통해 푸아그라 판매를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푸아그라는 실제로 시카고에서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다만 십여 개의 음식점과 일부 식료품점에서만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동물 애호가들은 요리에 사용되는 푸아그라를 만드는 방법이 너무 야만적이라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이 법안은 상정되자마자 푸아그라를 좋아하는 미식가들과 거위 애호가 사이에 격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스스로 푸아그라 애호가라고 밝힌 리차드 달리 시장은 "우리에겐 푸아그라보다 살해당하는 아이들 문제와 같은 더 중요한 일이 있다"며 푸아그라 판매 금지 법안에 반대했다. 푸아그라 생산업자들도 거위가 인간적인 대접을 받고 있다고 밝혀 생산에 아무런 윤리적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동물 권익옹호주의자인 로리타 스윗은 "거위에게 강제로 콩을 먹여 간을 크게 만드는 것은 이라크의 아브 그라이부 수용소에서 포로들을 고문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며 푸아그라 판매를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푸아그라 판매 금지에 적극 찬성하는 조 무어도 "이 법안이 통과됨으로써 세계에 우리가 문명화된 세상의 가치를 중요시한다는 강한 메시지를 보낼 수 있을 거"이라며 법안 통과를 요구했다.

푸아그라 판매금지 법안에 대한 찬반양론이 팽팽했지만 결과는 찬성 48표, 반대 1표의 압도적인 차로 통과됐다. 시카고는 지난 해 12월 공공장소에서 흡연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화시킨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개인 생활 스타일에 영향을 주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는 처음이다.

한편 법안이 통과되자 더 이상 푸아그라 요리를 판매할 수 없게 된 릭 트라몬토 주방장은 인근 지역인 윌링시에 새로 가게를 열고 푸아그라를 팔겠다고 밝혔다.
임지욱 기자

댓글이 0 개 있습니다.

↑ 맨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