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보수는 태극기부대, 현정권은 '조국기부대'에 발목잡혀"
"86세대 역할 끝났다", "공지영 왜 그렇게 스스로 파멸하는지"
21일자 <한국일보>에 따르면, 진 교수는 지난 18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논리 대 논리의 다툼으로 가지 못하고, ‘100만이냐, 200만이냐’ 하는 원시적인 숫자싸움으로 빠져 들었다. 말이 안 통하니 남는 건 머릿수 밖에 없었다”고 힐난했다.
그는 그러면서 “오늘날 한국 사회는 ‘포스트-트루스(Post-Truth)’ 시대 속에 살고 있다. 과거에 사람들은 사실이 있으면 바꿀 수 없다고 믿었다. 그러나 이제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모든 사람들이 믿어버리면 그게 진실이 되는 세상이다. 대중은 점점 불편한 진실 대신 자기들이 듣고 싶어하는 환상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유시민 이사장의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나 라디오 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그 요구를 들어주는 매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정당도, 시민단체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본다. 당장 민주당만 해도 이른바 ‘문파’(문재인 대통령 열성 지지자들)와 틀어지면 공천을 받지 못하니까 의원들이 눈치를 보느라 다른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나아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에서 들고 나온 논리가 ‘유죄 나오기 전에는 탄핵해선 안 된다’였다. 민주당도 똑같았다. 청문회는 후보자의 윤리적 덕성이 장관직을 수행하는 데 부합하는지 따져보는 자리다. 그런데 ‘유죄 나오기 전에는 무죄’라는 얘기만 했다"며 "조국 사태에서 불거진 공정성은 진보 보수를 떠나 누구나 지켜야 할 룰이자 윤리다. 이를 지키지 못했기에 진보 진영이 이끌어온 서사는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고 탄식했다.
그는 연일 자신을 비판하는 소설가 공지영씨에 대해선 “가슴이 아프다. 그분의 발언은 나를 향하고 있지만, 내가 아니라 공지영에 대해 더 많이 알리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왜 그런 식으로 스스로를 파멸하는지 모르겠다. 자신은 자신이 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보수가 새로운 서사를 못 찾는 건 태극기부대에 발목이 잡혀 있기 때문이다. 현 정권도 무조건 옹호만 하는 ‘조국기부대’(조국 전 법무부 장관 열성 지지자들을 태극기부대에 빗댄 조어)에 발목 잡혀 있다"며 "이들과 관계를 청산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중간층은 돌아설 수밖에 없고, 촛불정권의 정당성도 불신 받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86세대 교체론'에 대해선 “전적으로 동감한다. 세대론을 믿지 않았다. 386만 썩었나. 그 위 세대도 아래 세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조국 사태를 겪으며 (386세대의) 심각성이 더하다고 느꼈다"며 "1970년대에 이미 40대 기수론이 나왔고, 한나라당도 젊은 피가 주축이 된 소장파가 있었다. 그런데 요새 청년 정치인들은 마스코트로 쓰고 버려진다. 86세대 우리 역할은 끝났다고 봐야 한다. 젊은 세대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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