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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2002년 야스쿠니신사 참배 추진

고이즈미가 말한 "한국 우습다"고 한 외국정상은 부시?

조지 W. 부시 미대통령이 지난 2002년 방일때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를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져, 부시 미대통령의 역사의식 부재와 일본 편향이 얼마나 심한가를 또 한차례 보여주고 있다.

부시, 2002년 방일때 야스쿠니 신사 참배 추진

25일 일본의 <요미우리(讀賣)> 신문에 따르면, 부시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계획은 이날 중일(中日)협회 회장인 노다 다케시(野田穀) 전 자치상(自治相)이 도쿄도에서 중-일 관계 등에 관해 강연하던 중 밝혀졌다.

노다는 이날 강연에서 부시 대통령이 2002년 2월 방일때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공개했다. 당시 자민당 당수였던 그는 여당 수뇌의 입장에서 "복수의 미국 정부 관계자들로부터 직접 이같은 계획을 들였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그러나 실제 일본을 방문해서는 메이지(明治)신궁을 참배하는 데 그쳤다.

노다는 이와 관련, "A급 전범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게 되면 (미국의) 대통령이 도쿄 재판을 부정하는 게 된다"며 "따라서 대신 메이지 신궁을 참배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2003년 10월 일본을 방한해 파안대소하고 있는 부시 미대통령과 고이즈미 일본총리. ⓒ AP=연합뉴스


부시-고이즈미 밀월시대, 고이즈미가 말한 '외국정상'은 부시?

노다의 이같은 증언은 고이즈미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강행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한 것이었다. 노다는 평소 한국-중국과의 선린 관계를 고려해 고이즈미 총리가 야스쿠니 참배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인물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부시 대통령조차 참배하려다가 국제법적 문제점 때문에 그만 둔 신사참배를 고이즈미가 계속해선 안된다는 주장이다.

노다의 증언은 그러나 부시 대통령의 역사의식 부재와 친일 편향이 얼마나 극심한가를 극명히 보여주는 의미있는 증언이기도 하다.

부시 대통령은 2002년 2월 취임후 첫 동아시아 순방에 나서, 첫번째 방문국으로 일본을 택했다. 전해에 9.11테러를 당한 부시 대통령은 당시 일본의 협력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었다.

정상회담에 앞서 2월17일 부시 대통령은 일본의 근대화를 이끈 메이지천황을 모신 메이지신궁을 참배했으며 참배 후에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와 함께 일본의 기마 활쏘기 경기인 야부사메(流鏑馬)를 관람하는 등 남다른 친분을 과시했다. 부시대통령은 이에 앞서 2001년 6월에는 고이즈미 총리의 자신의 크로포트 목장에 초대해 최고의 국빈 대우를 하기도 했다.

부시의 지극한 예우에 대한 답례로 18일 정상회담에서는 고이즈미 총리의 전폭적인 '대테러전쟁' 지지 입장 표명이 있었고, 실제로 그후 고이즈미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 등에 있어 선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부시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계획은 이같은 고이즈미와의 밀월 과정에 당시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한국-중국 등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던 고이즈미 지원 차원에서 검토된 것으로 추정된다. 고이즈미는 취임직후인 2001년 자신의 선거공약대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 큰 물의를 일으켰었다.

고이즈미 일본총리는 25일 취임 5주년 기자회견에서 한국과 중국이 자신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이유로 정상회담을 거부하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며 "외국의 정상과 대화해보면 '고이즈미 총리가 말하는 것이 옳다. 중국과 한국이 이상하다'고 한다"고 말했다.

고이즈미가 말한 '외국의 정상'이 부시 대통령을 가리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는 것도 이런 전후 맥락에서다.
박태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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