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경기 둔화로 이번달 기업 체감경기가 2년 10개월만에 가장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향후 경제상황을 나타내는 제조업 업황 전망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9년 9개월만에 가장 부진했다.

반도체 경기가 조정국면에 들어서면서 착시 현상이 사라지며 한국 경제의 위기가 실체를 드러내는 양상이다.

30일 한국은행의 '2019년 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이달 전체 산업의 업황 BSI는 69로 전달보다 3포인트나 급락했다. 이I는 2016년 3월(68) 이후 2년 10개월만에 최저치다.

업황 BSI는 기업이 인식하는 경기 상황을 지수화한 것으로, 기준치인 100보다 낮으면 낮을수록 경기를 비관하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제조업 업황 BSI는 4포인트 하락한 67을 기록했다.

특히 반도체 수요 감소 및 단가 하락 영향으로 전자·영상·통신장비(70)에서 8포인트가 빠졌다. 이는 2016년 6월(66)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기타 기계·장비(63)도 5포인트 낮아졌다. 이 역시 반도체 관련 설비투자가 둔화한 영향이다.

고무·플라스틱(55)은 무려 13포인트 하락했다. 건설·자동차 등 전방 산업이 부진한 탓이다.

반면 제품 가격 상승에 힘입어 화학물질·제품(72)은 11포인트 상승했다.

제조업체를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 업황 BSI는 73으로 한 달 전과 같았으나 중소기업은 69에서 61로 8포인트나 급락했다.

형태별로는 수출기업(71), 내수기업(65)이 4포인트씩 떨어졌다.

비제조업 업황 BSI는 71로 2포인트 하락하며 2016년 7월(70) 이후 2년 6개월 만에 가장 최저치를 기록했다.

구체적으로 정보통신(73) 업황 BSI가 8포인트나 하락했고, 건설경기 부진에 따른 설계·감리 수요 감소로 전문·과학·기술(75)에서도 10포인트 급락했다.

향후 경기전망도 잿빛이었다.

다음 달 전체 산업 업황 전망지수는 68로 3포인트 떨어지며, 2016년 3월(67)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제조업 업황 전망 BSI(65)는 6포인트나 급락하며 2009년 4월(59) 이후 9년 9개월래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반도체 경기 둔화 우려로 전자·영상·통신(65) 전망이 14포인트나 악화된 결과였다. 자동차 등 전방 산업 부진이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고무·플라스틱(55)도 12포인트 급락했다.

비제조업 업황 전망 BSI(70)도 2포인트 떨어졌다.

스마트폰·PC 판매 부진 우려에 도·소매 전망(64)이 9포인트 빠졌고 비수기에 따라 숙박(45)도 13포인트 내렸다. 정보통신(70)은 8포인트 하락했다.

BSI에 소비자 동향지수(CSI)를 합쳐 산출한 경제 심리지수(ESI)는 2.7포인트 하락한 89.3을 기록했다. 계절적 요인, 불규칙 변동을 제거한 ESI 순환변동치는 0.8포인트 하락해 91.4를 나타냈다. 이는 2016년 3월(91.4) 이후 최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