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동 재경부 차관보는 지난주말 오프더레코드(비보도)를 전제로 "분당급 신도시 2곳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연히 오프더레코드는 깨지고 일부 언론이 이 사실을 대서특필했다. 일부 언론은 예상 후보지 5~6곳까지 지도로 그려 언급하며 "경기도 남부에 한곳, 경기도 북부에 한곳이 확정될 것"이라는 추축보도를 하기까지 했다. 신도시가 한곳 더 발표될 것이라는 예기치 못한 호재에 당연히 해당 지역 땅값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21일 주택정책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가 발끈 했다. 서종대 건교부 주거복지본부장은 “신도시는 한 곳만 선정해 내달 발표할 것”이라고 재경부 발표를 박살냈다. 서 본부장은 “최적의 지역을 찾기 위해 여러 후보지를 검토한 것은 사실이지만 두 곳을 동시에 발표하는 방안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조원동 재경부 차관보에 대한 노골적 불만 토로였다.
서 본부장은 "내달 발표될 신도시는 5백70만평 규모인 분당보다 좀 클 것"이라고 말했다. "분당과 마찬가지로 3만채 정도를 지을 예정이나 분당보다 밀도를 낮춰 쾌적한 신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신도시 결정권은 재경부가 아닌 건교부가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발언이었다.
재경부 조 차관보의 '분당급 신도시 2곳'은 분명한 월권인 동시에, 정부가 부동산값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신도시 건설과 관련해 유관부처간에 '최소한의 소통'도 하지 못하고 있음을 극명히 드러낸 것이어서 심각성이 크다. 5백만평급 매머드 신도시를 하나 더 짓는 것도 일개 차관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발상을 하고 있다는 것은 한국 정부의 수준이 얼마나 일천한 수준에 있는가를 보여주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재경부가 아직도 무소불위의 재경원 시절인 줄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아파트값이 잡히고 있어 자칫하면 또다시 부동산값을 들썩거리게 만들 분당급 신도시 한곳을 과연 지금 추가로 건설할 필요가 있는가에 대한 회의론까지 일고 있는 마당에 주무부처와 상의도 없이 신도시 한곳을 더 짓겠다고 밝히는 배짱이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줄 모르겠다"고 힐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