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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을 '정치인'으로 맞은 대전시민들

<현장> 강연장서 정 전총장에게 정치질문만 쇄도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이 특강을 한 20일 저녁의 대전 유성구 궁동에 위치한 충남대 산학연교육연구관 대회의실. 5백명 정도를 수용하는 강의실에는 학부생에서부터 일반시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정 전 총장은 강의 시작 10분 전, 양헌수 충남대 총장을 비롯한 학교관계자들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으나 그는 바로 강의실로 향하지 못했다. 언제나 그렇듯 '뉴스메이커'인 그를 기자들이 가로막았고, 그는 그런 기자들을 위해 '립 서비스'를 해야 했다. 그는 자신의 강연이 정치행보와 무관함을 강조했다.

그러나 정 전 총장의 주장은 5분도 채 안돼 특강 진행자가 정 전 총장을 "국가경영의 큰 뜻을 품은 분"이라고 소개하는 바람에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설득력을 잃었다. 뒤이어 정 전 총장 강연에 앞서 축사를 한 대학관계자는 "연말 대선을 앞두고 (우리는) 충청권 대표로서 지역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는 지도자를 오랜 시간 동안 기대해왔다"며 "새 지도자로서 각광받고 있는 총장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고 더욱 노골적인 추켜세우기를 했다.

이날 사람들의 관심사가 '경제학자' 정운찬이 아닌 '정치인' 정운찬임은 '한국경제와 교육의 현재와 미래'란 주제 강연 뒤 이어진 질문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6명의 질문자 중 2명만이 학교 학생이었고 나머지 4명은 대전시민, 대전 거주자, 대전에서 장사를 하는 자영업자, 충남대 교수였다. 이들 4명은 정 전 총장에게, "손학규 전 지사와 연대하느냐", "정치입문 계기는 무엇이냐", "입문하면 대선 도전까지 할 것이냐", "이명박 전 시장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했는데 근거가 뭐냐", "소득재분배와 관련한 제안이 모호한데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한미FTA에 대한 견해는 무엇이냐"고 정치적 질문을 거침없이 해댔다. 정 전총장은 이에 대해 기자들에게 했던 특유의 은유적 답을 했다.

정 전 총장은 특강이 끝난 뒤 예상치 못한 사인 공세를 받아야 했다. "아들이 지역균형선발제로 서울대학교에 갔다"는 50대 여성이 정 전 총장에게 감사를 표시하며 사인을 부탁하자, 주변에 있던 학생들이 앞다퉈 합류해 무리를 이룬 것.

20여 분간 사인을 해주고 학교를 떠나는 정 전 총장에게 사인 소감을 묻자 그는 “기분 좋죠”라며 환하게 웃었다.

특강이 끝난 후 예기치 않았던 사인 요청을 받고, 20여분동안 일일이 사인을 해준 그는 소감을 묻자 "기분좋죠"라며 환하게 웃었다.ⓒ정경희기자
정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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