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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한반도 해빙' 정쟁거리로 삼지 말아야"

<인터뷰>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실장

여야 정치권이 정파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한반도 해빙에 초당적 협력을 해야 한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신안보연구실장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의 대북정책 수정을 둘러싼 극우진영의 반발과 관련, “미소(美蘇) 냉전시대에도 독일 사민당(사회당)과 기민당(보수당)의 대 소련외교정책에 있어서는 차이가 없었다”며 “국가운명이 달린 외교안보정책을 정쟁거리로 삼아 경쟁하는 태도는 이제는 버려야 한다”고 한나라당의 대북정책 전환 필요성을 지적했다. 그는 한나라당에 대해 “지지층이 반발을 하더라도 정치권이 앞장서서 자신의 지지층을 변화시키는 역할을 해야한다”는 충고를 덧붙였다.

그는 열린우리당에 대해서도 “범여권도 대북정책 차별화를 통해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며 한나라당의 전향적 변신 노력을 수용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또 “한반도 평화체제, 비핵화, 남북정상회담, 동북아다자안보협력체제 등 모든 사안을 오는 12월 실시되는 대통령 선거와 결부시키고, 모든 사안이 연관관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개별 사안으로 본다”며 정치권의 정파적 접근을 질타하기도 했다.

그는 2.13 합의후 동북아시아 정치지형을 북-미가 주도하는 것과 관련, “노무현 정부 4년 동안 미국이 원하는 대로 다 해줬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미국에게) 말려들어간 형국이 되어 북-미가 주도하는 한반도 정국을 쫓아가는 모양새가 되었다”며 “한미관계를 기본으로 하면서 남북관계를 통해 미국을 견제하고, 한반도 통일을 통해 외연을 넓혀 동북아시아에서의 제 세력과 어깨를 나란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를 위해 "개성공단과 같은 개발투자, 개발협력을 통해 북한을 하나의 경제공동체로 만들어 남북한이 국가역량을 강화시켜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대선후보들에 대해서도 “정파에 소속되어 있는 정치인에게 대승적 정치를 요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면서도 “통일외교안보 분야에 관한 한 정파적 이해관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큰 리더십을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고 초정파적 접근을 주문했다. 그는 “외교안보분야는 국제정세에 대한 정확한 시각과 혜안만 있으면 돈 안 쓰고 돈 벌 수 있는 분야”라며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음은 지난 15일 서울 도곡동 국가안보전략연구소에서 가진 인터뷰 전문.

조 실장은 작년 가을 제 2차 북핵위기가 발발했을 때 정부여당 내 전반적인 기류가 대북제제였음을 지적하며 미국이 주도한 변화에 편승하려 한다고 꼬집었다.ⓒ연합뉴스


뷰스앤뉴스(이하 뷰스) 2 &#8228; 13 합의를 비롯해 북핵문제 급진전을 놓고 부시 미국 대통령 대북정책의 전략적 변화다, 아니다 전술적 변모일 뿐이다. 의견이 분분하다. 어떻게 보는가.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신안보연구실장(이하 조성렬) ‘10 &#8228; 9 북 핵실험’, ‘11 &#8228; 7 미 중간선거 패배’ 등에 따른 전술적 변화라는 주장이 있는데 아니다. 미국 의 세계전략이 근본적으로 바뀐 전략적 변화다.

부시의 대북 유화정책은 장기간 준비해왔던 것이다. 북 핵실험, 중간선거 패배에 따른 작용이 아니다. 북 핵실험 전인 작년 5월,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 최측근 보좌관이었던 필립 젤리코 자문관은 ‘젤리코 보고서’를 통해 북한 핵문제가 완전 해결되기 전이라도 핵 회담과 병행해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별도의 협상을 개최해야 한다는, ‘새로운 포괄적 접근(News Broad Approach)' 방식을 제안했다.

이 제안에 바탕을 두고 라이스 장관을 중심으로 한 국무부는 북-미 간 대화의 물꼬를 트려했는데 네오콘이라 불리는 부시 1기 행정 관료들이 제동을 걸어 때로는 좌절되고 때로는 성과를 일궈내는 일이 반복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 국무부나 대북 정보파트에서는 ‘새로운 포괄적 접근’을 끊임없이 추구했고 그 결과 2005년 11월 17일 경주 한미정상회담에서 ‘공동의 포괄적 접근’이라는 공동선언문이 나온 것이다.

이런 와중에 네오콘의 입지를 약화시킨 북 핵실험, 중간선거 패배가 겹쳐 부시 행정부 내 헤게모니가 대북 유화파에게 넘어가면서 가속도가 붙은 것이다. 2006년 11월 18일 미 백악관 대변인이 하노이 한미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미국이 한국전쟁 종료를 선언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이 그 좋은 예다.

정치권, 국제정세를 보는 눈 부족

뷰스 전략적 변화라면 현재 부시 행정부가 취하고 있는 대북 유화정책 의 기조는 향후에도 유지된다고 것 아닌가.

조성렬 큰 변화 없이 유지될 것이다. 작년 1월, 조지프 디트라니 미 국무부 대북교섭당담 대사가 대북정책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 북한담당관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그는 북핵 해법에 관한한 근원주의자다.

그는 북한 핵개발에 나름 이유가 있다고 보고 있다. 냉전구도가 해체되면서 남한은 냉전체제 속에서 대립각을 이루었던 북방 3각(북한, 중국, 러시아) 중 중국, 러시아 등과 수교를 했는데 북한은 여전히 남방 3각(남한, 일본, 미국)과 적대관계인 터라 자위적 수단으로써 핵보유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을 위협하는 이러한 적대관계가 풀리지 않는 한, 북한은 자위적 억제력 차원에서 핵을 개발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이런 환경적 요소를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뷰스 그렇다면 우리의 대 북한정책도 상황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 2 &#8228; 13 합의 후 정치권에서 한반도 정세변화와 관련한 문제제기가 조금씩 되고 있는데 어떻게 평가하는가.

조성렬 정치권은 한반도 평화체제, 비핵화, 남북정상회담, 동북아다자안보협렵체제 등의 사안을 오는 12월에 실시되는 대통령선서와 결부시키고 있다. 또 이것들이 다 연관관계가 있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개별 사안으로 보고 있다. 올해 안에 남북정상회담이 되느니 안 되느니 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전체를 보는 눈이 부족하다. 미국 전문가는 미국만 알고, 한반도 문제 전문가는 평화체제 시각에서만 주장하고, 따로 따로 이야기하고 있다.

뷰스 2 &#8228; 13 합의 이후 진행과정을 봐도 그렇고 현재의 한반도 해빙 분위기는 북한과 미국이 주도하는 형국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한반도 운명의 한 당사자인 우리가 국외자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성렬 우리의 발언권이 약화된 것은 사실이다. 노무현 정부 4년 동안 미국이 원하는 대로 다 해줬음에도 불구하고 말려들어 간 형국이다. 미국의 의도를 제대로 보지 못한 탓이다.

2001년 출범한 부시 행정부는 북핵문제를 우선 해결과제로 놓으면서도 북-미 간 직접대화보다는 중국을 통한 해결을 모색했다. 하지만 북핵문제는 오히려 악화되었고 결과적으로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발언권만 높여놓은 꼴이 되었다. 반면, 한미동맹 재조정문제가 뒤로 밀리면서 한미 간 갈등만 증폭되었다.

이런 갈등은 2기 부시 행정부가 한반도 정책을 총체적으로 재점검한 뒤 한국의 동참없이는 중국의 중재역할이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닫고 한국측 입장을 부분 수용해 제 4차 6자회담에서 전향적인 태도를 취하는 한편, 한미FTA를 통한 동맹의 물질적 토대 구축에 박차를 가했다.

2005년 ‘9 &#8228; 19 공동성명’ 채택으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기대되고 그해 11월 부산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APEC) 정상회의가 성공적으로 개최된 데 고무된 우리 정부는 그동안 미뤄왔던 한미동맹의 현안들을 대부분 타결지었다.

미국, 2005년 11월 경주 한미정상회담 통해 한반도 내 주도권 잡아

한미동맹의 공동비전이 마련된 것은 APEC 기간 중인 11월 17일 경주에서 있었던 한미공동선언이었다. 이 선언을 통해 21세기 한미동맹의 성격이 ‘포괄적이고 역동적이며 호혜적인 동맹’으로 재조정되었고, 향후 재편방향까지를 확정했다.

미국이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여기에 함정이 숨어 있었다. 우리 정부는 ‘9 &#8228; 19공동성명’으로 남북관계의 틀이 잡혔다고 판단해 한미동맹이 현안해결에 치중했는데 미국은 이와 달리 대북 금융제제를 제기하며 ‘9 &#8228; 19 공동성명’의 로드맵 작성을 지연시키면서 다른 한편으로 한미동맹의 재편을 가속화 한 것이다.

2006년 들어 6자회담과 남북관계가 진전이 없는 가운데 북한이 핵실험을 하자 남북관계의 통로가 막힌 우리 정부로서는 미국 주도의 대북제제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는 형국이 되었고, 이후 북-미가 주도하는 한반도 정국을 쫓아가는 모양새가 되었다.

뷰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가 나름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조성렬 한미관계를 기본으로 놓고 남북관계를 통해 미국을 견제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남북관계를 잘 풀어나가야 한다. 이를 잘 풀면 우리의 필요에 따라 남북한이 한 목소리를 낼 수도 있고, 한미관계가 어려울 때 북한을 움직여 반대의사를 피력하게 하는 등의 전술을 구사할 수도 있다.

따라서 민간차원의 교류협력은 물론이거니와 정부 차원의 대규모 개발투자, 북한 진출기업에 대한 투자보증 조치 등 가능한 방법을 강화시켜야 한다. 더불어 미국 내 강경파가 재등장하지 않도록 북한이 군사문제를 푸는데도 적절히 협력해야 한다.

한나라당 민족역량 강화 차원에서 북 설득해야

조 실장은 한나라당의 대북정책 전면수정이 설령 집권을 위한 전술적 변화라고 해도 국민의사와 국제정세 흐름에 순응하는 태도는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연합뉴스


뷰스 요즘 한나라당 고민 중 하나는 한반도 해빙무드에 맞춰 대북정책에 있어서 전향적 자세를 취하려 해도 북한이 과연 한나라당을 상대해 줄 것인가, 하는 점이다. 북한은 공공연히 한나라당의 재집권을 막겠다고 할 정도 한나라당에 대해 배타적이다.

조성렬 북한의 그런 태도는 분명 문제인데 관계는 상호적이다. 지금 한반도에 불고 있는 해빙 바람을 대북정책 수정 차원에서만 바라보면 안된다. 미국이 주도하는 동북아시아 세력재편 과정 속에서 봐야 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가 나름의 발언권 갖고 지렛대 역할 하려면 북한을 움직여야 한다는 시각을 속에서 북한과 대화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민족역량 강화다. 한미동맹을 기본으로 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한반도 통일을 통해 우리의 외연 넓혀 동북아시아에서의 제 세력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길밖에 없다.

그런데 지금 당장 북한이 말을 잘 안 들으니까 살살 달래는 것이다. 한반도 내에서 여러 목소리가 나면 주변에서 이간질해서 분열시킬 수 있으니까 북한을 조심스럽게, 조용조용 끌어 앉자는 것이 바로 대북 포용정책이다.

개성공단과 같은 개발투자, 개발협력을 통해 북한을 하나의 경제공동체로 만들어 남한의 국가적 역량을 강화시키고, 북한을 통해 민족적 역량을 강화하는 길만이 동북아질서 재편 과정에서 우리의 살 길이다. 이런 문제는 정파를 떠나 고민해야 한다.

뷰스 한나라당의 대북정책 변화를 놓고 범여권은 술수라고 비난하고, 한나라당 지지층은 지조 없음을 질타하고 있다. 범여권의 지적처럼 한나라당이 차기 대선 승리를 위해 전술적 변화를 꾀했다면 지지층 또한 전술적 지지를 해야 전략적으로 성공할 텐데 사분오열되는 양상이다.

조성렬 쉽지 않을 테지만 극우가 진정으로 한나라당의 집권을 원한다면 중산층을 끌어안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이명박-박근혜 두 후보의 지지율은 오르는데 당 지지율은 정체상태 아닌가. 한나라당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이들 중에는 수구꼴통이란 이미지 때문에 싫다는 이들이 있는데, 대북정책에서 있어서 전향적 자세를 취하면 수구꼴통이란 이미지는 어느 정도 퇴색될 것이다.

보수적인 한나라당 지지층이 그런 방법이 전술적으로 옳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용납 못하는 것은 그렇게 해서 집권한 다음 때문일 것이다. 집권 후 논공행상에서 ‘외연확대 세력’이 그들보다 더 큰 보상을 받고, 그들에게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계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다.

어찌되었든 한나라당의 변화는 국민적 의사와 변화하는 국제정세의 흐름에 나름 순응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기 때문에, 전술적이라 해도 바람직한 것이다.

뷰스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이 ‘한반도 평화협정 연석회의’를 제안하고, 한나라당이 예상대로 거부하고, 범여권 한편에서는 대북강경책 펴온 것에 대해 ‘석고대죄 하라’, ‘전술적 변화일 뿐 아니냐’며 압박과 냉소를 동시에 보내고 있다. 문제 본질을 놔두고 곁가지 놓고 싸우는 구태를 정치권이 또다시 보이고 있다.

조성렬 돌아온 탕아를 받아주듯 ‘그래 너희들이 이제야 정신 차렸구나’ 해도 국민들이 다 알 텐데 그렇게 못하는 것은 자신들의 지지층이 무너진다는 생각 때문이다. ‘수구꼴통’이란 이미지 때문에 한나라당 지지를 거부한 유권자들이 한나라당에게 눈길을 주는 것이 두렵기 때문에 그 전선을 유지, 강조하는 것이다.

정치를 살릴 것인가, 정파를 살릴 것인가가 정치인의 딜레마 중 하나인데 정파에 소속되어 있는 정치인이 대승적 정치를 선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국민의 눈에는 그런 것이 소아적 발상으로 보여도 정파적 이익을 앞세울 수밖에 없는 것이 정치현실이다.

국가적 운명 달린 민족문제 놓고 하는 정쟁(政爭) 바람직하지 않아

뷰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 참모라면 어떤 조언을 하겠는가.

조성렬 기존의 한나라당은 ‘북한이 변하지 않는 한, 대북지원은 없다’였다. 이 순서를 바꿔야 한다. 대북지원을 통해 북한을 우리와 같은 시장경제체제 속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의료분야, 산림분야 등 다양한 분야의 접촉을 통해 북한의 시스템을 바꾸는데 동참하고, 변화를 통해 남북한 경제체제 시스템을 유사하게 만드는 노력을 해야 한다.

뷰스 그렇게 하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차이는 무엇이냐. 왜 열린당의 정책을 쫓아가느냐는 비난에 직면하지 않겠는가.

조성렬 미소 냉전시대에 독일 사민당과 기민당의 안보 정책에는 차이가 없었다. 사회당인 사민당조차 대 소련 외교정책에 있어서는 미국이란 큰 틀 속에서의 정책에 순응했다. 동독에 대한 정책에서만 차이를 보였을 뿐이다.

민족문제를 놓고 정책적 차이를 만드는 것은 옳지 않다. 그 부분은 공동의 영역으로 둬야 한다. 그동안 우리 정치권은 민족문제까지도 정치 쟁점화 해서 끊임없이 편 가르기 하고, 일부 언론 또한 여기에 편승해왔는데 이제 이런 태도는 버려야 한다. 지지층이 반발을 하더라도 정치권이 앞장서서 자신의 지지층을 변화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대북한 정책에 있어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정책이 유사하면 대북한 정책은 선거국면에서 쟁점이 되지 않는다. 범여권도 대북정책 차별화를 통해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태도를 이제AMS 버려야 한다. 차별화는 국내정치로 해야 한다. 국가 운명이 달린 외교안보정책을 정쟁거리로 삼아 경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범여권, 미국이 주도한 한반도 해빙에 편승

뷰스 2 &#8228; 13 합의 후 열린우리당을 비롯한 범여권 진영에서는 한나라당 주도의 대선 분위기를 반전시킬 호기가 찾아왔다고 반색하고 있다. 그렇게 된다고 보는가.

조성렬 그 시각도 웃기는 것이다. 그동안 자기 역할을 방기한 것은 잊고, 미국이 주도한 변화에 편승하려는 안이한 자세다. 북한 핵실험 후 정부, 여당의 태도 어땠는가. 상황 속에 숨었다.

대표적인 것이 대량살상무기방지확산금지구상(PSI) 참가 반대다. 참가했어야 한다. PSI 참가한다고 해서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고조되는 것도 아니고, 대북 포용정책과 배치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군사적 충돌이 우려된다고, 대북 포용정책과 배치된다고 반대하지 않았는가. 포용정책이 뭔지를 정확히 몰랐기 때문에 우왕좌왕 한 거다.

포용정책(Engagementpolicy) 안에는 밀고당기는 교전(交戰)이란 뜻도 내포되어 있다. 현 정부 인사 중에 ‘원칙 있는 대북 포용정책’을 주장한 인사가 있는데 어불성설이다. 포용정책 속에는 이미 당근과 채찍이란 원칙이 있는데 또 무슨 원칙인가. 포용정책을 말 그대로 무조건 감싸 앉는 정책으로 이해하고, 실행하다보니 보수진영으로부터 비난을 받는 것이다.

99년 서해교전 당시 금강산 관광 사업의 지속이 분쟁 확대 및 신뢰회복에 도움이 되었듯이
군사 부문과 비군사부문을 연계시키지 말았어야 한다. 미사일 발사 실험을 했다고 인도적 차원의 쌀과 비료 지원을 중단한 촉구, 결의한 것이 정부와 여당 아닌가. 핵실험 후에는 개성공단을 포기하려고까지 하지 않았는가.

뷰스 디제이 정부시절 마련한 대북 포용정책이 참여정부 들어와 제 모습을 잃었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조성렬 북미 간 변화 속에서 남북관계를 안정화 시키고, 남북한 상호 대화 채널을 유지하면서 변화에 공동 대처해야 한다. 북한의 이익과 남한 이익이 차이날 수밖에 없지만 남북한이 남북한 공동의 이익에 배치되는 움직임 있을 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

남북정상회담, 다자 간 정상회담 속에서는 가능하나...

조 실장은 남북정상회담, 북미수교, 평화협정 등과 관련, "남북정상회담은 다자회담 틀 안에서는 올해 안에 가능하지만 북미수교나 평화협정은 사전에 논의할 사안이 많은 터라 시간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전망했다.ⓒ국가안보전략연구소제공


뷰스 그렇다면 남북정상회담을 가능한 빨리 추진하는 게 나은 것 아닌가.

조성렬 그런 측면이 있는데 서두르다 보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회담을 하려면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그렇고, 우리도 회담을 통해 서로 기대하는 것이 충족되어야 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북핵문제에 대한 전향적 의지 표명인데 북한이 그런 선물을 우리에게 줄까.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낮다. 북한의 관심은 북-미 수교이지 남북정상회담이 아니다. 참여정부가 대북송금특검법을 수용, DJ 측근을 구속시켰다는 것도 북한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사실이다.

또 우리가 북한에게 줄 수 있는 것이 경제지원 말고 뭐가 있겠는가. 이런 상황 속에서 남북정상회담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보면 남북정상회담을 대선 정국에 이용했다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 형식이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이 아니면 ‘김정일이 올 차례인데 왜 또 찾아갔느냐’에서부터 ‘결과가 뭐냐’에 이르기까지 온갖 공격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나 북핵 6자 회담 틀 속에서의 다자간 정상회담은 가능성 있다. 북한은 핵실험유예선언을 하고, 미국은 북한에 대해 불가침 약속하는 다자간 정상회담 자리에 한국이 껴 있으면 상관없다. 회담 결과는 모두가 함께 얻은 것이니까.

뷰스 올해 안에 한국전 종전선언, 나아가 북-미수교까지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조성렬 북-미수교 및 한반도 평화협정은 올해 안에 불가능하다. 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평화협정은 정전체제를 해체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해체하려면 평화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평화관리기구는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운영하고, 어디에 둘 것인가 등 세세한 매뉴얼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것은 단박에 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평화협정을 체결하려면 먼저 잠정평화협정을 맺어야 하고, 잠정평화협정이 의제로 되려면 선결되어야 할 사안이 너무 많다.

다만 한국전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이기 때문에 당사자들의 ‘의지’만 있으면 언제라도 가능하다. 때문에 올해 안에 가능할 수도 있다.

뷰스 한국전 종전선언이 유권자 표심(票心)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가.

조성렬 그럴 것이다. 그동안 야당은 정부의 대북정책을 ‘퍼주기’, ‘저자세 ’라며 실패를 줄기차게 부각시켰다. 그에 영향을 받아 다수의 사람들은 ‘퍼준 것’을 밑천으로 북한이 핵을 보유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의제가, 표를 얻고 있던 요인이 사라진 것이니까 영향이 없을 수 없다. 북한이 핵실험을 했을 때, 야당은 ‘드디어 포용정책은 죽었다’며 대북 포용정책에 대해 사망선고를 하지 않았는가.

차기 지도자 제 1덕목은 외교안보통일분야에 대한 식견

뷰스 일각에서는 독일 통독 과정을 보면 진보가 길을 닦고, 보수가 완성했다며 한반도 해빙 무드가 보수에게 꼭 나쁜 국면은 아니란 주장을 한다.

조성렬 사례 하나를 일반화 시키는 것은 아주 비논리적인 주장이다. 평면에 있는 점 하나를 ‘이것은 직선’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그 점은 직선도 될 수 있고, 곡선도 될 수 있고, 원의 중심일 수도 있다. 하나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상상이 가능하다. 테이터가 많으면 많을수록 변곡점까지 정확하게 나올 수 있지만 하나를 가지고 무엇을 규정한다는 것은 비과학적 발상이다.

뷰스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면서 대북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DJ만큼의 식견과 혜안을 가진 인물이 없다는 우려도 있다.

조성렬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시각은 문제의 본질을 모르는 기우다. DJ 정부 당시 남북문제는 대북전문가 차원에서 접근해도 무방했다. 남북문제는 말 그대로 남북한 지역문제였다. 그런데 2002년 10월 이후 북핵위기 터지면서 남북문제는 지역적 문제를 넘어 동북아시아 전체의 문제가 되었다.

지금의 문제는 급변하는 동북아시아 정세 속에서 남북문제까지를 아우를 수 있는 전문가, 외교안보전문가가 부족한 것에서 기인한 것이다. 남북문제 전문가가 외교안보전문가로 진화하고, 외교안보전문가들이 대북정책D 적극 중용되어야 하는데 이런 역할 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불거진 것이다.

뷰스 대북전문가들은 앞으로 향후 5년 동안 동북아시아 세력균형에 엄청난 변화가 예고된다며 차기 지도자와의 제 1덕목으로 외교안보적 식견을 꼽고 있다.

조성렬 1백프로 동의한다. 침체에 빠진 경제를 회복시키고, 보다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도 시급한 문제지만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해서 국가의 운명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외교안보 분야는, 특히 동북아시아의 정치지형과 세력균형이 재편되는 향후 5년은 우리나라의 향후 운명과 직결될 만큼 외교안보적으로 아주 중차대한 국면이다. 더불어 외교안보분야는 탁월한 외교술만 갖고 있으면 돈 안 쓰고도 돈 벌 수 있는 분야다.

국제정세에 대한 정확한 시각과 한미동맹관계를 어떻게 끌고 나갈 것인가에 대한 비전, 한중관계, 한일관계에 대한 식견과 혜안만 있으면 된다.

따라서 차기 지도자는 국제정세에 대한 정확한 시각과 한미동맹관계를 어떻게 끌고 나갈 것인가에 대한 비전과 한중관계, 한일관계에 대한 식견과 혜안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더불어 통일외교안보 분야에 관한한 정파적 이해관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큰 리더십을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
정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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