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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항공모함, 방향 틀 때는 서서히"

"총장이라 정치 못한다는 건 말 안돼.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어"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이 대선 출마 의지를 한층 분명히 드러냈다.

<충북일보>는 15일 "충북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충북일보가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14일 오후 교수 연구실인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636호실에서 단독인터뷰했다"며 인터뷰 내용을 보도했다.

정 전총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전날인 13일 같은 대학의 송호근 사회학과 교수가 <중앙일보> 칼럼에서 '정 전총장이 선의의 학교정치(school politics)에서 악마적 현실정치(real politics)로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을까'라고 걱정하며 우회적으로 대선 출마 반대 입장을 밝힌 데 대한 소견을 묻는 질문에 "대학총장이라서 정치를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정 전총장은 "피터 드러커는 '대학경영을 무난히 한 사람은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 했다"며 교수를 하다가 세계최대기업 GM의 컨설팅까지 맡았던 경제석학 고(故) 피터 드러커 교수의 말을 근거로 든 뒤, "대학은 개성이 강한 교수집단, 젊은 혈기가 넘치는 학생들, 그리고 직원들로 구성돼 경영하기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너무 뜸을 들이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충청도 사람이 말은 느리고 행동은 빠르다는 말이 있듯이 생각은 신중하게 하고 행동은 빠르고 과감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예의 '충청도 사람론'을 편 뒤, "항공모함은 목표는 멀리 잡고 방향을 틀 때는 서서히 해야 한다"는 미국 일리노이드대학 총장의 말을 빌음으로써 지금 정치참여로 선회중임을 시사했다. 이는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기회를 놓치면 역사 뒤로 사라질 것"이라며 정 전총장에게 조기결단을 촉구한 김종인 민주당 의원에 대한 우회적 대답으로도 해석가능한 대목이다.

정 전총장은 그러면서도 "정치에 참여할 지 안할 지는 아직 모른다. 고민중"이라며 "최근에는 고민하느라 잠도 덜 자는 편"이라고 말해, 대선 출마시 선택해야 할 여러 현안을 놓고 고심중임을 시사했다. 주변 전언에 따르면, 정 전총장은 특히 현재의 낮은 인지도와 지지율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근황과 관련해선 "가급적 많은 사람들을 만나 문의하고 조언을 받는다. 정치인들과의 만남은 오해 살 수 있어 자제하고 있다. 다만 20년 동안 특별한 인연을 맺어오고 있는 김종인 의원에게서는 정치 진출에 관해서 조언을 많이 듣는다"며 "또한 강의에 지장 없는 범위에서 충청, 전라, 경상, 강원도까지 특강을 나간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 전총장은 이달 말부터 내달 초까지 충남대, 서울여대, 전남대, 대전대, 경원대 등 빡빡한 특강 일정이 잡혀있고, 내달 중순에는 일본 도쿄 국제회의, 5월 중순에는 영국 런던 출장 등의 외유 일정도 잡혀 있다.

대선 출마 의지를 한단계 분명히 밝힌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 ⓒ연합뉴스


다음은 <충북일보>와의 일문일답.

문) 정치를 할 것인지, 아닌지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답) 정치에 참여할 지, 안할 지 아직 모른다. 고민 중이다. 지금은 강의에 충실하려 하고 있다.

문) 그럼 경제학자 입장에서 대운하 구상에 대한 견해는.
답) 그것도 지금은 정치이야기가 돼서 말하기 곤란하다.

문) 요즘 근황은.
답) 학교 강의와 특강을 다니고 있다. 강의에 지장 없는 범위에서 충청, 전라, 경상, 강원도까지 특강을 나간다.

문) 요즘 만나는 사람은.
답) 가급적 많은 사람들을 만나 문의하고 조언을 받는다. 정치인들과의 만남은 오해 살 수 있어 자제하고 있다. 다만 20년 동안 특별한 인연을 맺어오고 있는 김종인 의원에게서는 정치 진출에 관해서 조언을 많이 듣는다.

문) 충청 출신이라는 점에도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데.
답) 초등학교 다니다 서울로 왔지만 충청도 출신이라서 덕본 것도 많아 갚으려고 한다. 강의로 갚을 수도 있고, 다른 일로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문) 온화한 사람이라 ‘선의의 학교정치’는 잘 했지만 ‘악마적 현실정치’는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가 있는데.
답) 대학총장이라서 정치를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피터 드러커가 “대학경영을 무난히 한 사람은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 했다. 대학은 개성이 강한 교수집단, 젊은 혈기가 넘치는 학생들, 그리고 직원들로 구성돼 경영하기 싶지 않기 때문이다.

문) 엘리트 코스만 밟는 등 귀족적이미지라는 지적도 있는데.
답) 겉으로 드러난 학력(경기 중·고, 서울대, 프린스턴대 박사)만 보고서 그러는데 엘리트주의자는 결코 아니다. 또 서울로 와서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평일에 밥을 먹은 적이 없다. 죽, 수제비, 미군부대에서 주는 옥수수가루 등으로 끼니를 해결했다. 또 상류계층 입장만 대변하는 것도 아니지만, 상류계층에도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문) 너무 뜸 들인다 말도 많다
답) 충청도 사람이 말은 느리고 행동은 빠르다는 말이 있듯이 생각은 신중하게 하고 행동은 빠르고 과감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 일리노이드 대학 총장의 글에서 2가지를 배웠다. 그중 하나는 종합대학은 항공모함과 같기 때문에 목표는 멀리 잡고 방향을 틀 때는 서서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조직이 창의적이기 위해서는 구성원이 다양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고민하느라 잠도 덜 자는 편이다.

문) 다른 하고 싶은 얘기는.
답) 한국은 경제에서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인지, 정치에서는 성숙된 민주화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인지 등 모든 면이 불안하고, 사회는 여러 부문에서 양극화돼 있다. 이런 불안과 양극화를 단기적으로는 경제를 통해서, 중장기적으로는 교육을 통해서 해소해야 한다.
정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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