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말 '삼척간첩단' 35년만에 무죄, 억울한 19년 옥살이
재판부 "사법부 일원으로 심심한 위로의 말"
35년간 '고정간첩단'이라는 멍에를 안고 살았던 일가족 8명에게 12일 무죄가 선고된 가운데 국가 권력에 의해 희생된 이들에게 재판부가 이례적으로 고개 숙여 사과했다.
국가보안법 위반(간첩) 혐의로 기소된 이 사건의 재심 선고공판은 이날 춘천지법 제2형사부(강성수 부장판사) 심리로 101호 법정에서 진행됐다.
재판부는 이 사건으로 무기징역 등 실형을 선고받았던 김모(66)씨 등 피고인과 사망한 피고인의 대리인 등 일가족 8명이 법정 내 피고인석에 서자 선고 요지를 낭독했다.
재판부는 "수사 과정에서 자백하지 않으면 가족관계에 있는 다른 피고인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취지의 협박이 있었다"며 "당시 법원의 재판에서도 조사한 경찰관이 법정 방청석에 배석해 공포심을 조장했던 점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들의 자백은 장기간 불법 구금 상태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진 고문·가혹행위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의 자백과 법정 진술 역시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없어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무죄가 선고되자 무거운 분위기였던 법정은 유가족들의 흐느낌으로 울음바다가 됐다.
강성수 부장판사는 판결문 낭독과 별도로 "피고인들에게 육체적 정신적 피해를 준 점에 대해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례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 숙여 사과했다.
강 부장판사는 "인권보장의 최후의 보루가 되어야 할 사법부의 잘못으로 형언하기 어려운 일을 당한 점에 대해 사법부의 구성원인 우리 재판부가 사과를 드린다"고 덧붙였다.
재판부가 법정에서 진심으로 사과하자 유가족들도 재판부를 향해 연방 '고맙다'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당시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김씨는 "재심 재판부의 진심 어린 사과에 마음속으로 감동을 받았다"며 "간첩이라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선친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소감을 밝혔다.
간첩 사건에 연루돼 1979년 6월에 체포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김씨는 19년간 복역 후 1998년 8월 특별사면으로 석방됐다.
이어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만기 출소한 진모 씨는 "교도소에 수감 중 선친의 사형이 집행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땅을 치고 통곡한 기억이 떠오른다"며 "하늘에서나마 억울한 누명을 벗은 것에 대해 기뻐하실 것 같다"며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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