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이 정윤회씨 부부가 승마협회를 좌지우지한다고 보도하자 청와대가 문화체육관광부에 승마협회 조사를 지시했으나 문체부 조사가 정씨 부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자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문체부 담당 국장과 과장을 좌천시켰다고 <한겨레>가 보도, 파장이 일고 있다.
'정윤회 문건' 파동이후 정윤회 부부와 박 대통령간 '커넥션' 의혹을 직접 제기하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한겨레>는 3일 "현 정부의 ‘숨은 실세’로 알려진 정윤회씨 부부가 정부 부처의 감사 활동과 인사에 개입한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났다"면서 "이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해당 부처의 세부 인사 내용을 직접 챙겼다는 증언도 나왔다"고 보도했다.
<시사저널>은 지난 4월 8일 <정윤회가 승마협회 좌지우지한다>는 기사를 통해 정씨 부부가 승마선수인 딸의 전국대회 및 국가대표 선발전 등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특혜 의혹이 일자 문체부는 지난해 5월부터 청와대의 지시로 지금껏 전례가 없던 승마협회 조사·감사에 직접 나섰다.
정씨 부부는 문체부 조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자 그해 9월 조사의 주무를 맡았던 문체부 담당 국장과 과장에 대한 좌천성 인사가 이뤄지는 데 개입했고, 이 좌천 인사를 박 대통령이 직접 챙겼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문체부 관계자는 “승마협회가 문제가 많으니 조사하라는 (청와대) 지시가 내려왔다. 문체부에서는 ‘청와대에서 이런 것까지 시키나’라고 생각하면서도 (조사를) 해봤더니, 정윤회 쪽이나 반대쪽이나 다 문제가 많아서 정화가 필요하다고 (청와대에) 보고를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고를 받은 청와대는 무슨 일인지 승마협회를 조사한 노모 체육국장과 진모 체육정책과장의 좌천성 인사를 요구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당시 인사 과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한겨레>와 만나 “박 대통령이 직접 담당 국장과 과장의 인사권자인 유진룡 당시 문체부 장관에게 두 사람의 이름을 거론하며 인사 조처를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문체부에서 그렇게 체육국장과 체육과장이 한꺼번에 경질된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어서 문체부 내부나 체육계에서도 말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인사는 “정윤회씨가 직접 박 대통령에게 이야기를 했는지, 아니면 정윤회씨가 이른바 3인방을 통해 이야기를 했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당시 승마협회 관련 감사 지시와 인사야말로 (정윤회씨가 국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는 확실한 증거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승마협회의 한 고위 임원도 “정윤회씨 부인의 치맛바람이 워낙 셌는데, 지금은 (정씨 부부가) 과거 비리로 감옥에 갔다 온 한 인사를 통해 승마협회 행정을 지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윤회씨는 2일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문체부 국장·과장의 좌천성 인사와 관련해) 그것도 수사 중에 있는데, 저는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개입 의혹을 부인했다. ‘딸의 일이니 당시 부인이 했을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정씨는 “그거는 모르겠다. 다만 나는 직접 그렇게 한 적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