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들 줄줄이 한국 떠나. 朴정부, 외신과도 불통
외신 냉소, "한국경제가 어려워지면 대우 달라질 것"
22일 <한국일보>에 따르면, 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이명박 정부시절 아시아총국을 일본 도쿄(東京)에서 서울로 옮겨 '뜨는 한국, 지는 일본'을 상징한 사건으로 미 워싱턴에서도 화제가 됐다. 그러던 WP가 지난 7월 슬그머니 도쿄로 아시아총국을 다시 이전했다.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유력지 르피가로는 서울 특파원을 중국의 상하이(上海)로 이동시켰고, 미국에서 4번째로 많이 읽히는 LA타임스는 그보다 먼저 서울특파원을 본사로 철수시켰다. 도쿄 또는 상하이, LA에서 한국뉴스를 다뤄도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굵직한 외신들의 탈(脫)한국은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 경제뉴스 전문방송 CNBC, 프랑스 공영 RFI(라디오프랑스인터내셔널), 독일 대외무역 정보지 GTAI 등도 올해 서울지국을 철수하거나 특파원을 뺐다.
서울을 떠나는 것 말고도 외신들이 달라진 점은 논조가 이전보다 까칠해졌다는 사실이다. 이달 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초이노믹스' 비판사설처럼 엄격한 잣대나 편향된 보도로 한국정부와 마찰을 빗는 경우가 잦아졌다.
외신기자 사이에서 서울은 좋은 '출입처'로 통했다. 김대중 정부 때는 국제통화기금(IMF)사태를 극복하는 한국인 모습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외신에 무진 공을 들였다. 6개 부처 외에 국정원까지 외신대변인을 두고 특별 대우하며 국정을 홍보했다. 이명박 정부 때는 외신 전성기를 맞아 WP뿐 아니라 통신원만 상주했던 CNN, 이코노미스트, 알자지라까지 서울지사를 열었다.
그런 외신들이 WP처럼 서울에서 후퇴하거나 논조가 거칠어진 것은 경제적 여건, 한국의 달라진 상황, 중일(中日)의 높아진 뉴스비중 같은 다양한 이유가 제시된다. 그러나 외신기자들은 무엇보다 한국뉴스를 쓰기 힘들어진 상황, 한국에서 외신을 밀어내는 현실을 지적했다. 서울외신기자클럽의 한 중진기자는 "정부 관계자를 만나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청와대를 통하거나 외신 대변인을 경유해도 도무지 확인되는 게 없다"며 정부의 외신홀대를 꺼냈다.
실제로 현 정부 청와대 인사나 주요부처 장관 가운데 올해 외신 간담회를 가진 이는 기획재정부 장관(두 차례)밖에 없고, 2월 취임한 청와대 외신대변인은 단 한 차례도 브리핑을 열지 않았다. "솔직히 대변인 이름도 알지 못한다"는 외신기자들이 상당수일 만큼 정부와 외신의 거리감이 커졌다. 한국경제가 어려워지면 이런 대우가 달라질 것이란 말도 나온다. 그런 섭섭함이 외신 논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해외홍보문화원 관계자는 <한국일보>에 "최근 주요 언론사 철수가 눈에 띄지만 따로 신고를 하지 않아 파악이 어렵다"며 서울을 떠나는 외신이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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