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발언에 대해 “개헌을 하려면 좀 더 일찍했어야지”라며 차기 정권에서 개헌 논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개헌하려면 좀 더 일찍 했어야"

이 전 시장은 9일 저녁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재경대구경북인사 신년교례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개헌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뭐 더 (할 말이) 있겠나”며 이렇게 답했다.

그는 ‘노 대통령의 의도’를 묻는 본지의 질문을 놓고서도 “뭐라고 생각하냐”고 오히려 반문하는 등 노 대통령의 개헌 제안에 대한 진정성에 의문을 표시했다. 그는 또 “헌법은 차분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차기 정권으로 개헌 논의를 미뤄야 한다는 자신의 종래의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네티즌 조사에서 개헌 찬성 여론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질문에 대해 “이제 시작했으니 알겠나? 사학법도 (시간이 지난 후) 달라지지 않았냐?”며 “(개헌에) 원칙적 동의는 있을지 모르나...”하고 현재 여론이 초기 반응에 불과한 것으로 일축했다.

이명박, 盧측근들 참석한 가운데 노무현 정권 질타

한편 이 전 시장은 노무현 대통령 핵심측근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 날 신년교례회 인사말을 통해 노무현 정권을 질타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신년교례회에는 여권 핵심인사로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과 김병준 대통령 정책특별보좌관 등이 동향 출신으로 참석했다. 이 전 시장은 이강철 전 수석과 만나 악수를 나누며 “아이고 고생이 많죠? 장사 잘 됩니까?”라고 청와대 근처에 차린 횟집 영업상황을 물었고, 이에 이 전 수석은 “덕분에...”라며 웃어넘겼다.

그는 이어 강연에서 납북어부 최욱일 씨 사건을 거론하며 “경제도 이렇게 힘든데 국가 안보조차 이쪽 저쪽 눈치를 보며 자국민조차 보호하지 못하는 그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어떻게 신뢰할 수 있을것인가? 무엇을 믿고 따라 갈 것인가?”라고 질타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도 높은 세금을 내야하고 국민이 따라가야 하는 것이 경상도 말로 분하다”며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나는 하고 있다. 뭔가 바뀌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결국 이 나라는 국민의 염원이 같지 않나 생각한다. 아마 희망이 있다면 세월이 흘러서 1년이 빨리 지나야겠다는 소리가 거짓말이 아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날 신년교례회에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강재섭 대표, 이만섭 전 국회의장, 정상명 검찰총장,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 김범일 대구시장, 코미디언 배일집 씨, 조한길 <매일신문> 사장, 이재용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노동일 경북대 총장 등 대구.경북 출신 정.재계인사 6백여명이 행사장을 가득메웠다. '재경 대구.경북인사 신년교례회'는 매년 열리는 행사로, 올해는 <매일신문> 주최로 삼성그룹과 대성그룹이 공동 후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