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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현대차 ‘불법파견’ 판정 번복에 노동계 반발

노동계 “검찰이 불법파견 부추기나”

4년여를 끌어온 현대자동차 사내하청업체의 불법파견 고발사건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 결정을 내리면서 파견제도가 비정규직 보호법의 회피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라는 노동계의 우려와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검찰의 이날 결정은 부산지방노동청 울산지청이 지난 2004년과 2005년 세 차례에 걸쳐 불법파견으로 규정하고 시정 명령을 내린 것을 뒤집은 판결이어서 향후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다.

검찰, 노동부 판정-경찰 수사결과 뒤집어

울산지검 공안부(부장 추일환)는 3일 현대차와 협력업체들 소속 노동자들간의 노무관리상 사용 종속성을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며 ‘혐의 없음’ 결정을 내렸다.

검찰은 “현대차가 협력업체 근로자를 직접 관리한 게 아니라 사내 협력업체들이 독자적으로 인사.노무관리를 했다”며 “불법 파견이 아니라 적법한 도급이 이뤄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사측이 도급계약서를 통해 자동차 부품조림, 프레스 차체 품질관리 차량 수송 등 파견근로자들이 할 일을 구체적으로 명시했고, 협력업체 대표들이 소속 근로자들에 대해 직접 구체적으로 업무를 지시하며 감독권을 행사했다”며 “현대차와 협력업체 근로자 간의 노무 관리상 ‘종속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이 같은 검찰의 판단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파견근로자와 정규직이 동일한 생산라인에서 뒤섞여 작업하는 상황에서 현대자동차가 아닌 파견사업주의 지휘.감독을 받았다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또한 이미 노동부가 수차례 현장 방문조사를 통해 불법파견임을 확인했는데 단 한 차례의 현장실사도 없이 노동부의 판단을 뒤집은 것에 대해 분개하고 있다.

아울러 검찰의 이번 결정이 사실상 대기업에 만연해있는 위장 불법도급의 합법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2004년, 9천여명의 협력업체 근로자가 현대차에 불법파견돼 근무하고 있다며 현대차와 1백2개 협력업체 대표 등 1백26명을 고발했던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는 4일 반박성명을 내고 검찰의 판단을 맹성토했다 .

노조는 성명에서 “노동부에서 불법파견 판정을 내린 후 검찰로 이관된 후 검찰은 그동안 ‘현실과 법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수사를 지연해 왔다”며 “이는 애초부터 수사의 초점이 현대 자동차 살리기에 맞춰져 있다는 것을 고백한 셈”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노동계 “검찰의 기소독점권 남용”

노조는 “검찰의 이번 결정으로 노동자가 믿을 수 있는 것은 노동자 스스로임을, 비정규직노동자의 권리는 투쟁으로 되찾을 수밖에 없음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우리는 이번 검찰의 결정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통해 “국회를 통과한 비정규법안이 비정규노동자들을 보호하고 차별을 해소 하지 못하고 오히려 불법을 합법화 하는 방향으로 악용될 수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이는 검찰의 기소독점권 남용”이라고 검찰을 맹비난했다.

민주노총은 “현대자동차의 작업장은 원청노동자와 하청업체의 비정규노동자가 함께 일하고 있는 구조로 직접적인 업무지시는 작업표준서(지시서)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며 검찰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민주노총은 또 “일상적인 작업은 원청기업이 결정한 작업표준에 따라 수행하는 것으로 결국, 하청업체의 대표의 직접적인 업무지시가 가능하려면 하청업체가 혼재되어 있는 정규직까지 지시.감독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면 불가능한 것”이라고 반박을 이어갔다.

민주노총 “검찰 졸속 판결 묶어 집단항고”

민주노총은 향후 불법파견 법률대응팀을 꾸리고 이번 현대자동차 건 외에도 기존에 유사판결을 받은 기륭전자, 하이닉스, 매그나칩, 르네상스호텔 등에 대한 집단항고에 나설 것이라고 밝혀 법정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주노총은 또 검찰의 편파적인 처분에 대한 항의방문과 1인 시위 및 규탄집회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노동당이 4일 성명을 내고 검찰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민노당은 “이번 울산지검의 무혐의 결정은 노동부가 현장조사까지 벌여 증거를 확보해 불법파견으로 판정한 것과 경찰이 수사를 통해 기소의견을 송치한 것마저 뒤엎은 비정규직노동자, 파견노동자에 대한 폭거”라고 비판했다.

민노당은 특히 “일방적으로 사용자 편을 들어준 검찰의 결정은 7월부터 발효되는 비정규직법의 회피수단으로 위장하도급을 통한 불법파견 활용의 길을 열어줬다”며 “앞으로 이와 유시한 편법적인 비정규직 채용을 통해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지난 해 12월 창원지검은 현대차와 동일한 내용인 GM대우차의 비정규직 불법파견 고발건에 대해서는 사용자를 기소한 바 있어 법 적용의 일관성 문제도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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