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정수장, 고도처리시설 없어 녹조로 50만 식수원 위협"
녹조, 대구 거쳐 칠곡-구미까지 급확산
30일 대구 <매일신문>에 따르면, 29일 오후 2시쯤 대구 달성군(하빈면 하신리)과 경북 칠곡군(왜관읍 금남리)의 경계지점 인근 낙동강을 찾은 결과, 말라죽은 버드나무 수천 그루가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 가운데 낙동강변에 밀려온 녹색 알갱이는 물감이 뒤엉긴 듯 비릿한 악취를 풍겼다.
손목까지 물에 담그자 손끝이 희미할 정도로 물빛이 탁하고 농도가 끈적끈적한 녹조가 강에 퍼져 있었고, 손을 물 밖으로 꺼내자 손등과 손바닥에 좁쌀 크기의 초록 알갱이들이 덕지덕지 묻어나왔다.
낙동강 하류에서 발생한 녹조는 대구를 거쳐 칠곡, 구미까지 번졌다. 6월 초 달성보 상류 박석진교 부근에서 확인된 녹조현상이 이달 중순 강정고령보 상류 죽곡`매곡`문산 취수장까지 퍼진 데 이어 최근 구미보 인근까지 확산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녹조에는 독성을 지닌 남조류가 대량 증식하고 있어서 고도정수처리시설이 없는 구미광역정수장의 먹는 물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같은 날 오후 구미 해평면 구미광역취수장 인근 강물 색깔이 확연하게 녹색을 띠고 있었다. 녹조가 확산되면서 구미정수장이 구미시와 칠곡군, 김천시 등 50여만 명에게 공급하는 하루 30만여t의 수돗물 관리도 위태롭게 됐다. 특히 구미정수장에는 남조류가 대사과정에서 분비하는 악취 원인물질인 ‘지오스민’을 완벽하게 제거할 고도정수처리시설(오존투입+입상활성탄여과지)이 없어 녹조가 더욱 심해질 경우 안전한 수돗물 공급이 위협받을 수 있다.
구미정수장에 독성 남조류를 분해할 수 있는 고도정수처리시설은 2015년에야 준공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수자원공사는 당초 485억원을 들여 2013년까지 구미광역정수장에 고도정수처리시설을 갖추기로 했다가 그 계획을 미뤄왔다. 수자원공사는 2008년 3월 낙동강 페놀 유입사고를 계기로 구미정수장에 고도정수처리시설을 갖춘다고 그해 12월 밝힌 바 있다.
현재 낙동강 중상류 7곳의 정수장 중 대구 문산`매곡정수장과 경북 고령 광역정수장 등 3곳만 고도처리시설을 갖추고 있을뿐이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녹조에는 간질환을 일으키는 독성을 가진 남조류 ‘마이크로시스티스’가 포함되어 있어 낙동강 식수원의 안전은 물론 낚시나 요트 등을 포함한 강변의 레저 활동에도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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