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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유 사상 최고가 근접, 정부도 긴장

BP 유전폐쇄로 급등, 이란 제재 시작되면 '1백달러' 될 수도

유럽 최대 정유회사인 ‘브리티시 피트롤리엄’(BP)의 송유관 누수 사태로 국제 유가가 장중 77달러를 돌파하는 급등세를 나타내면서 중동사태 등 지정학적 불안으로 계속돼온 고유가 현상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 수입 원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두바이유 현물 가격 역시 71달러54센트로 급등하면서 사상 최고치에 근접, 그동안 고유가 현상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어온 국내산업계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으로 전망됐다.

국제유가 사상최고가 경신 초읽기

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AX) 시장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9월물 가격은 전일대비 2.22달러(3%) 치솟은 76.98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 한때 77.30달러까지 올라 지난 7월17일의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종가 기준으로 이날 유가는 지난 1984년 NYMEX에서 원유 선물거래가 시작된 이후 사상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현재 유가는 1년 전에 비해서는 24% 높은 수준이다.

영국 런던 원유시장의 9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도 장중 한때 배럴당 78.64달러로 사상 최고치까지 치솟다가 지난 주말에 비해 2.13달러 오른 배럴당 78.30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유가폭등의 근원은 BP의 알래스카 유전 폐지 소식이었다. BP는 이날 "알래스카의 프루도 만에 위치한 유전에서 송유관 누수가 발생, 이 유전을 당분간 단계적으로 폐쇄해나갈 것"이라며 "이로 인해 하루 40만배럴의 원유 생산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현재 미국 전체 원유 생산량의 8%, 수입 원유를 포함한 미국 시장 공급량의 2.6%에 달하는 규모다.

BP가 교체하는 송유관 길이는 전체 22마일(35km) 중 73%인 16마일(26km). 다라서 송유관 교체작업을 위해 송유관을 수 주 혹은 수개월 동안 차단하게 되고, 환경적 위협이 없다는 판단이 내려질 때만 원유생산을 재개할 것이라고 BP는 밝혔다.

많은 전문가들은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 고조, 미국의 허리케인 시즌의 도래, 연일 계속되는 사상최악의 폭염 등이 맞물린 상황에서 BP의 유전 폐쇄까지 발생함에 따라 세계 원유시장의 공급차질 우려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유가가 조만간 80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으며, 내달초 이란에 대한 유엔제재가 작동될 경우 배럴당 1백달러까지 폭등할 위험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마이클 피츠패트릭 피맷 USA 부사장은 "이미 수급 차질이 발생한 원유시장에 BP 악재까지 겹쳤다"며 "이런 식의 연쇄적인 공급 충격은 유가를 80달러 위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위기감이 급증하자 미국 에너지부의 크레이그 스티븐스 대변인은 이날 "우리는 정유회사들의 요청이 있을 경우 비축유를 공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며 진화에 나섰다.

두바이유 현물가격도 급등하며 사상 최고가 급접

국내 수입 원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동산 두바이유 현물가격도 추가 상승세를 나타내며 사상 최고가에 바짝 다가섰다.

8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7일(현지시간) 국제시장에서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전날보다 54센트 상승한 배럴당 71달러51센트에 거래를 마감, 지난달 14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인 배럴당 71달러96달러를 곧 추월할 전망이다.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지난 5월 평균 배럴당 65.20달러,지난달 65.24달러였지만 지난달 13일 70.39달러로 배럴당 70달러 선을 돌파하는 등 최근 급등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업계 초비상

당연히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유가에 가장 민감한 화학섬유업계는 원자재 구매처를 다양화하고, 에너지 절감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고, 석유화학업계는 원가 부담이 높아지면서 일부 기업에서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고유가 타격에 휘청거리고 있다.

항공업계도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대한항공은 연간 3백억원, 아시아나는 1백50억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할 정도로 연료비가 매출원가의 20%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초비상경영을 시행하고 있지만 갈수록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현대차는 세계적인 판매량 감소가 예상돼 사업부문별 투자·지출 자제,유동성 관리 강화 등 내핍경영을 펼치고 있으나, 일본업체들의 대거 약진 등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고전을 면치못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고유가 지속현상이 우리 경제 전반에 미치는 악영향이 예상을 크게 넘는 수준이라는 점이다. 우리 경제 규모나 기업들이 감내할 수 있는 유가 수준을 넘어서면서 민간 소비 위축,기업 설비투자 침체 등이 가속화될 경우 하반기 경제운용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권오규 경제부총리도 7일 주재한 간부회의에서 "정부가 낙관 일변도로 가는 것은 아니며 정책의 미세조정으로 경기 진폭을 줄이겠다"고 밝혀, 그동안 ‘경기둔화는 일시적이며, 거시정책 기조에는 변화가 없다’는 데서 물러서서 경기 하강 위험을 인정하는 한편 일부 부양의지까지 표명하면서 위기감을 드러냈다.
김홍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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