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빌려 주식 사고, 아파트 투기까지"
<뷰스칼럼> 다시 꿈틀대는 '강남의 탐욕'과 재앙 경보
오바마 미정부와 월가는 연일 경제가 좋아질 조짐이 보인다고 말하고 있다. 이에 부응, 미국을 비롯한 한국 등 세계금융시장은 연일 활황세를 연출하고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반대쪽 경고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요즘 시쳇말로 가장 삐딱선을 타고 있는 게 국제통화기금(IMF)이다. 며칠 전 IMF는 월가가 예상밖 '어닝 서프라이즈'를 내고 있다고 연일 바람을 잡을 때 "미국 등 세계금융기관 부실이 4조달러로 급증할 것"이란 발표로 얼음물을 끼얹은 바 있다.
IMF는 16일(현지시각)에도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지금의 침체는 미국 모기지 시장발 금융 위기가 전세계적인 경제 하강과 맞물린 것으로, 그 타격이 더 심각하고 장기화될 것"이라며 이번 경제위기가 장기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신흥시장에 대해서도 언급해 "이 지역의 금융 스트레스가 지난 1997-1998년의 외환위기 때보다 이미 더 심각해졌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자금이 급속히 빠질 경우 엄청난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특히 동부-중부 유럽에 대해 큰 우려를 나타냈다.
스트로스-칸 IMF총재도 이날 워싱턴 내셔널 프레스센터 연설에서 "세계 경제의 자유 낙하가 끝나는 시점에 도달했는지 모른다. 올바른 부양책들이 당장 실행될 경우 내년에 회생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올해는 경기가 더 나빠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2분기에 바닥에 도달할 것이란 월가 낙관론을 일축한 셈.
한마디로, 세계경제가 점점 나락의 늪으로 깊숙이 빠져들고 있다는 얘기였다.
루비니 "GM 파산시 GDP 1%p 감소, 6~7월 실업률 10%"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교수는 더욱 맹렬하게 월가와 미정부를 공격하고 있다.
루비니 교수는 PBS TV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골드만삭스 등 월가 금융기관들이 연일 '어닝 서프라이즈' 실적을 발표하고 있는 것과 관련, "골드만삭스 등은 아직도 헤지펀드와 같은 행태를 멈추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그들은 정부로부터 0% 금리로 12조달러의 돈을 빌어다가 매우 위험한 투자를 하고 있다"며 "그들은 돈을 벌고 있으나 이는 국민돈으로 도박을 하는 형상"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미국경제가 바닥에 근접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GM 하나가 부도만 나도 당장 미국 GDP가 1%포인트 떨어지면서 향후 수년간 무수한 부도가 뒤따를 것"이라고 일축했고, 실업률에 대해서도 "지금 매달 60만명의 실업자가 발생하는 추세를 볼 때 오는 6,7월께에는 실업률이 10%에 달하고 내년에는 11~12%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김종인 "미국 이미 제조업 망가져 회생 힘들어"
최근 미국을 다녀온 김종인 전 경제수석은 " 지금 오바마는 금융을 통해 경제를 다시 일으키려고 온갖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으나, 미국은 이미 제조업이 경쟁력을 잃어버린 상태"라며 "제조업이 망가진 이상, 금융만 갖고선 실업문제 등을 해결할 수 없어 빠른 경기회복을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단언했다. 김 전 수석은 "특히 월가 출신들이 오바마 주변을 포위하고 있어, 시민운동가 출신인 오바마가 금융구조조정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통화당국 고위관계자도 앞에서 루비니 교수가 질타한 골드만삭스에 대해 "회계연도 마감일을 11월말에서 12월말로 바꿔 12월의 엄청난 손실을 은폐한 뒤 영업이익을 냈다고 발표했는데 전형적인 눈 가리고 아웅"이라며 "이런 식의 트릭이 얼마나 오래 먹혀들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은행 돈 빌려 주식투자...강남아줌마 아파트투기 조짐도"
대형시중은행의 강남권 본부장은 그러나 "요즘 강남 아줌마들이 주식에서 재미를 보더니 아파트에까지 다시 몰려들기 시작했다"며 "아직은 위험하다고 말려도 도통 들으려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더 걱정되는 건 상대적으로 돈을 빌리기 쉬운 직장인이나 회계사 등 상류층의 신용대출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대부분 빌린 돈을 갖고 증시에 뛰어들고 있다"며 "이러다가 사고가 나도 한번 크게 나지 않을까 싶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번 유동성 장세는 꽤 오래 갈듯 싶다"는 얘기가 금융시장 여기저기서 들린다. 지금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탐욕'의 힘이 워낙 강력하고, 부동자금이 800조원에 달할 정도로 워낙 많은 돈이 시중에 풀려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탐욕과 공포는 동전의 앞뒷면 관계다. 실물경제에 동떨어진 탐욕이 기승을 부린다는 것은 삽시간에 공포가 시장을 덮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더 큰 재앙이 확대재생산중이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