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푸른 초원 위에 예쁜 집을 짓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가장 평범하게 살고 싶다. 이제는 피 냄새가 싫다...내일이 두렵다"
뇌수술후 나흘째 사경을 헤매고 있는 프로복서 최요삼(34.숭민체육관)의 일기가 28일 공개돼 보는이들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최요삼이 작년 여름부터 지난 25일 경기 직전까지 틈틈이 써둔 다이어리 한 권 분량의 일기엔 링에 오르기 전 그가 느껴야 했던 두려움, 외로움에 대한 공포감, IMF사태로 겪어야 했던 고통과 인간에 대한 배신감 등이 담겨 있다.
그가 일기를 쓰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7∼8월 어느날. 2005년 6월 링을 떠났던 그는 일기에 2006년 12월 복귀전을 앞두고 느낀 불안을 숨김없이 적고 있다.
"얼마 남지 않았다. 또 패장이 될 것인가", "집중이 되질 않는다. 다 끝내고 싶다. 내가 세상을 살면서 너무나 많은 잘못을 했나 보다", "한계를 느끼고 있다. 너무나 오래 쉬었다...자신이 없어진다. 내일이 두렵다", "오늘은 잠이 오질 않는다. 감각으로 세상을 살고 있다", "외로움이 너무나 무섭다. 너무나. 더 외로워야 할까"
2002년 4차 방어전에서 세계타이틀을 잃은 뒤 2003, 2004년 2년간 세 차례나 정상 복귀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뒤 링 복귀를 앞두고 그가 느꼈던 공포와 불안이 그대로 기록돼 있다.
그는 IMF사태후 경기일정을 잡지 못하는 과정에 느꼈던 인간에 대한 배신감도 기록하고 있다.
"나를 버리고 간 사람들이 너무나 생각난다. 권투도 나를 버릴까" "내 가슴 속에 상처가 너무나 많이 있다.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최요삼은 지난 9월 WBO 인터콘티넨탈 챔피언 자리에 오르고 나서도 챔피언을 고수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냉정하지 못했다. 한번 더 생각하는 현명한 사람이 되자", "(경기가) 40일 정도 남았다. 벼랑 끝 승부라고 생각하겠다. 나는 밀리면 죽는다", "반드시 할 것이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나를 도울 것이다. 가자, 가자, 가자. 저 외로운 길 내 꿈이 있는 곳에 가자, 요삼아"
그의 일기장에는 이런 구절도 있다.
"그녀 생각을 하면 오늘은 즐겁다. 내일은 두렵다" "죽을지 살지 아무도 모른다. 최선을 다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