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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투기세력, 우리당 후원 파문 확산

김현재 우리당 의원 6명에 후원금. 우리당 재정위원 맡기도

10일 검찰에 구속된 기획부동산업체인 삼흥그룹의 김현재 회장(47)으로부터 열린우리당 의원 6명이 후원금을 받아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한나라당이 부동산투기세력과 열린우리당간 유착 의혹을 제기하고 나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김현재 회장, 부동산투기의 주범 중 하나

89억원의 조세포탈, 회사자금 2백45억원 횡령, 2백여억원 편취 혐의로 10일 구속된 김현재 회장(47)이 운영해온 삼흥그룹에 대해 검찰은 "서울시내 기획부동산 업계의 사관학교로 일컬어질 만큼 대표적인 악덕 기획부동산 업체"라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전국을 휩쓴 부동산투기의 주역 중 하나라는 지적이다.

검찰은 특히 김씨가 횡령한 2백45억원 중 용처가 규명되지 않은 양도성예금증서(CD) 구입비 30억원의 행방을 쫓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고 있으나 이 돈이 정치권으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김현재 삼흥 회장은 평소 자선사업가로 유명한 인물이기도 했다. 지난 2003년 8월 김회장이 고향인 전남 영암의 군청 회의실에서 가정 환경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고향 사랑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속된 김재록씨와 동향인 전남 영암 출신인 김현재 회장은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 민주당 경기도지부 국정자문위원을 맡은 데 이어 지난해에는 열린우리당 민생경제특위 위원으로 활동하는 동시에 열린우리당 재정위원도 맡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호남향우회 부회장 민주평통 전남지부 부회장, 지역 언론사 회장 등을 지냈거나 겸임하고 있다.

김회장은 기존의 부동산 개발업체를 인수한 뒤 사명을 바꾸는 방식으로 부동산 관련업체 5개를 설립했다. 이들 업체는 전국의 땅을 매입해 최고 15배까지 차익을 남겨 일반민들에게 되파는 수법으로 지난 5년동안에만 5천3백18억원을 벌어들였다.

열린우리당이 민주당에서 떨어진 나간 뒤인 지난 2004년 국회 법사위에서는 김경재 당시 민주당 의원은 “김현재씨가 대표로 있는 삼흥그룹이 노(무현) 캠프에 영수증 없이 (정치자금을) 전달했다는 자료가 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김씨는 30여차례 고소·고발을 당했으나 대부분 무혐의 처리됐고 사기죄로 7번이나 기소됐지만 수십~수백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

김한길, 건교위원장때 김회장에게서 3백만원 후원금 받아

문제는 이처럼 부동산투기 주도세력인 김현재 회장이 집권당 의원들에게 공식후원금을 지원하고, 중앙당의 재정위원 등을 맡는 등 여권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는 데 있다.

본지가 입수한 '2006년도 중앙선관위의 고액기부자 명단'에 따르면, 김회장은 지난해 6월 7일 김한길 원내대표에게 3백만원의 후원금을 합법적으로 기부했다. 당시 김 원내대표는 국회 건설교통위원장으로 재직 중이었으며, 두달 뒤 그는 이른바 '8.31대책'을 만드는 데도 관여했다.

김 원내대표는 또한 임시국회에서 부동산 3법 등 6개 법안을 통과시킨 직후인 지난 3일 기자 간담회에서 "민생과 국가에 필요한 일들을 포기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정치인이 있다면 그 사람은 정치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 제 결론"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김한길 원내대표 측은 건교위원장 당시 후원금을 받은 데 대해 "김씨가 민주당 시절부터 출입한 사람이기 때문에 특별한 의미 없이 온라인으로 후원금을 낸 것 같다"며 "공식 후원금을 받았을 뿐"이라고 문제될 것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김 원내대표는 지난 2000년 3월 민주당 16대 총선기획단장으로 재직 당시 평소 알고 지내던 조동만 전 한솔 부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았으나 2004년 말 결국 공소시효 3년이 지나 불구속 처리되는 과정에서 도덕성 시비가 인 바 있다.

다른 우리당 다섯 의원도 1~2차례 후원금 받아

김한길 원내대표 이외에도 김현재씨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여당 정치인은 문학진(경기 하남).박영선(비례대표).염동연(광주 서갑).유선호(전남 장흥-영암).이계안(서울 동작을).의원 등이다. 이 가운데 문학진.유선호 의원에게는 2004년과 2005년 2년간 후원금을 받았고, 박영선.염동연.이계안 의원은 2004년에만, 김한길 의원은 2005년에만 후원금을 각각 받았다.

지난해의 경우 유선호 의원은 3월 3일 3백만원을, 문학진 의원은 지난해 3월 8일과 6월 27일에 각각 2백만원과 90만원을 후원받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국회의원 개인후원금 납부자료에 따르면 김씨는 정치자금법이 개정된 2004년 3월부터 지난해까지 자신의 명의로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 6명에게 1회에 평균 3백만원씩, 도합 3천9백90만원의 후원금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김현재 의혹이 확대되자, 한나라당 허태열 사무총장은 10일 “김현재 리스트가 있다는 얘기가 허황된 것은 아닐 것으로 생각한다”며 “당에 제보가 들어오면 진상조사단을 만들어 전모를 밝히겠다”고 공세를 예고했다.

참여 정부와 여권은 "집값을 잡겠다"던 대선때 공약과는 달리 집권후 사상최대의 부동산투기를 방치함으로써 대선때 노무현 후보를 밀었던 서민-중산층-청년층의 대거이탈로 위기를 자초한 바 있다. 이같은 부동산정책 실패는 김현재 회장 같은 부동산투기세력이 돈을 앞세워 당과 끈끈한 인맥을 구축해왔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이 이는 것도 지나친 억측만은 아닐 것이다.
심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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