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무상급식'은 NO, 朴 '무상보육'은 YES?
"이제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무상급식도, 보육도 엉망될 판
불은 홍준표 경남지사가 지폈다. 경남교육청에 대한 무상급식 전면 지원 중단을 선언한 것. 이에 대해 유정복 인천시장, 남경필 경기지사 등 새누리당 광역단체장들이 동조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보수신문들도 홍 지사에 대해 전폭적 지원사격에 나섰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와 관련, 6일 "경남지사 말씀으로 파장이 커졌는데, 그 의미와 파장에 대해서 잘 지켜보고 있다"며 홍 지사의 무상급식 백지화 파동을 호의적으로 예의주시중임을 드러냈다.
새누리당은 더 노골적으로 무상급식 전면 재검토를 주장하고 나섰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급식의 질은 떨어지고 학생의 안전을 위한 시설보수 등 교육의 질은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라면서 무상급식 전면 재검토를 주장했다.
이장우 원내부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최근 경상남도가 무상급식 보조금 지원 중단을 선언하면서 무상복지에 대한 논의가 재점화 됐지만 현실은 단순히 경남의 문제만은 아니다"라면서 "중앙정부 역시 다양한 국민복지와 경제살리기 등 시급한 문제를 앞에 두고 무상급식에만 많은 재원을 소요할 수는 없다. 새누리당은 이미 전국의 무상급식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고, 이를 계기로 사회적 재합의를 위한 논의가 진행되어야 할 시점임을 강조 드린다"며 전면 재검토를 예고했다.
정부는 이미 구체적 대안까지 마련한 분위기다. 황우여 교육부장관은 최근 무상급식 예산 5천억을 무상보육예산으로 전환할 것을 주장했다. 기존의 무상급식 예산 가운데 절반을 떼내어 무상보육에 쓰자는 것이다.
요컨대 야당이 관철시킨 무상급식을 줄이면서, 그 돈으로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무상보육에 쓰자는 얘기인 셈이다. 새누리당은 지방선거 등에서 무상급식에 찬성했다. 그러나 울며 겨자먹기 식이었다. 무상급식은 야당이 싸움끝에 관철한 복지이슈였기 때문이다. 반면에 무상보육은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다. 가뜩이나 각종 공약이 파기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한 정부여당으로서는 무상보육 공약만은 최대한 지키고 싶어하는 모양새다.
당연히 야당이나 야당 출신 교육감 등은 이에 강력 반발하며, 무상보육 예산은 편성하지 않는 맞대응을 하고 나섰다. 이런 식으로 계속 대립하다간 내년초부터는 무상급식도, 무상보육도 엉망이 될 판이다.
급기야 교육시민단체, 급식단체, 보육단체들은 6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제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무상보육과 무상급식 파탄 위기를 더 이상 강 건너 불 보듯 하는 것은 대통령이 할 일이 아니다"라면서 "아이들의 보육과 학생들의 밥그릇을 가지고 중앙정부, 지방정부, 시도교육청이 벌이고 있는 대립과 갈등을 대통령이 직접 해결해야 한다"며 박 대통령이 전면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때 후보 토론에서 자신이 내세운 각종 복지공약에 대한 재원 조달을 자신한 바 있다. 물론 그 때와 지금은 경제상황이 달라졌을 수 있다. 그렇지만 지금 정부여당이 하듯, 자신의 대선공약만 지키고 야당 공약은 백지화시키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려 하다가는 갈등만 증폭될 뿐이다.
차제에 복지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내야 한다. 극심한 불황인만큼 법인세나 소득세는 절대로 손댈 수 없다면서, 생필품에게까지 부가가치세를 부과하고 담뱃값, 지방세 등을 올리는 꼼수로만 대응하다가는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게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내년은 '취임 3년차'다. 통상적으로는 취임 2년까지는 경제정책에 대해 "지켜보자"는 쪽의 여론이 많다. 그러나 3년차가 되면 상황은 급변한다. 지지층도 더이상 참지 못하고 확 돌아설 것이란 의미다. 가뜩이나 지금 우리나라는 글로벌 여론조사업체 <닐슨> 조사결과, 소비자심리가 전세계에서 가장 꽁꽁 얼어붙어 있는 것으로 나타날 정도로 내년 경제에 대한 불안과 불만이 크게 확산돼 있는 상황이다.
김종인 전 경제수석은 사석에서 "청와대 일의 90%는 경제다"라고 단언한다. 경제가 가장 중요한 국정으로, 경제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면 정권의 운명도 결정된다는 의미다. 박 대통령이 지금 복지 논란을 더이상 외면하지 말고 전면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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