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승격시켜 2인 대표체제를 복원하는 동시에, 전 부회장이 메모리사업부를 직할하도록 하는 등 '반도체 경쟁력 회복'에 올인했다. 수조원대 적자를 낸 파운드리 사업부장은 교체했다.

삼성전자는 27일 사장 승진 2명, 위촉 업무 변경 7명 등 총 9명 규모의 2025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작년보다 1주일 가량 앞당겨진 인사다.

우선 한종희-전영현 2인 대표체제 복원이 주목된다.

한종희 부회장은 대표이사, DX(디지털 전환)부문장, DA(생활가전)사업부장과 함께 신설되는 품질혁신위원회의 위원장 등 4개 보직을 겸임한다. 품질혁신위는 전사 차원의 품질 혁신을 주도한다.

전영현 부회장은 대표이사, DS부문장과 함께 메모리사업부장,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 원장을 새롭게 겸임한다. 반도체 경쟁력 회복의 전권을 쥐어준 셈이다.

이번에 사장으로 승진한 한진만 삼성전자 DS부문 파운드리 사업부장은 수조원의 적자를 내던 파운드리 사업부를 맡는다. 그는 2022년말 DSA총괄로 부임하여 현재까지 미국에서 반도체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파운드리 사업부에는 사장급 최고기술책임자(CTO) 보직을 신설, 남석우 DS부문 글로벌제조&인프라총괄 제조&기술담당 사장을 배치했다.

또다른 사장 승진자인 김용관 삼성전자 DS부문 경영전략담당 사장은 미래전략실 전략팀, 경영진단팀 등을 거친 '미전실 출신'으로 사업지원T/F 부사장으로 반도체 지원 업무를 맡아왔다.

한편 경계현 사장이 맡았던 미래사업기획단장은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이사 사장이 새롭게 맡아 그룹 신수종 사업을 일궈낸 경험과 그간 축적된 경영노하우를 바탕으로 삼성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 발굴을 주도할 예정이다. 경 사장은 반도체 경쟁력 약화 책임을 지고 물러난 모양새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5일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2심 공판 최후진술에서 "최근 들어 삼성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저희가 맞이하고 있는 현실은 그 어느 때보다 녹록치 않지만,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하고 앞으로 한발 더 나아가겠다"며 비장한 심경을 토로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인사와 조직 개편을 마무리하고 12월 중순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어 향후 사업방향을 논의한다는 방침이어서, 엔비디아에의 납품 발표 여부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