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디폴트' 위기, 한국에도 불똥?
러시아, 외국자금 이탈로 패닉. 한국 등 신흥국도 위태
3일(현지시간) 국제유가는 급락세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보다 1.76달러(2.21%) 급락한 배럴당 78.78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2012년 6월28일 이후 최저가다. 서부텍사스산 원유가는 지난달 12%나 떨어졌고, 올해 들어서는 무려 20%나 폭락했다. 세계경제가 극심한 디플레의 늪에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원유 수출이 주수입원인 러시아는 유가 급락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달 31일 정책금리(우리나라의 기준금리)를 9.5%로 150bp(1.5%)나 대폭 인상했다. 금리인상은 예상된 것이었으나 인상폭이 시장 예상치(50bp)을 크게 웃도는 것이었다. 러시아가 심각한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정책금리를 대폭 인상한 것은 외국자금 대거 이탈에 따른 루블화 가치 폭락과 물가 폭등을 막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발표에도 불구하고 당일 루블화는 3.6% 추가 하락하며 3년래 일일 최대낙폭을 기록했다. 루블화 가치는 연초대비 -30.9%, 최근 3개월간 -20.2%, 10월중 -8.4% 폭락한 상태다.
루블화 가치 폭락은 외국자본의 무더기 이탈 때문이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는 러시아의 자본유출액이 올해 1천2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러시아 당국도 최소한 1천억달러가 빠져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수입물가가 폭등, 러시아 국민들은 극심한 물가고에 시달리고 있다.
식료품 가격 상승율이 8월 10.3%에서 9월 11.4%로 수직상승했으며,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역시 8.0%로 3년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루블화 가치 폭락을 막기 위한 외환시장 개입으로 러시아의 외환보유고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환시장 개입(10월 280억달러, 연중 710억달러)으로 외환보유고는 4년래 최저수준으로 급감하면서 연초대비 14% 줄어든 4천391억달러(10월24일)를 기록했다.
러시아가 이처럼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자, 국제신용기관들은 앞다퉈 러시아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하며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세계최대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내년에 2008년 미국발 세계금융위기후 최초로 마이너스 성장(△1.0%)을 하면서 두번째 침체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러시아 신용등급을 'Baa1'에서 'Baa2'로 강등하고 신용전망도 '부정적'으로 매겨 추가강등을 경고했다. 이는 '투기등급(정크등급)'보다 불과 2단계 위다.
피치도 무디스와 같은 등급을 매겼으며, S&P 역시 신용 전망을 '부정적'으로 매겨, 유사시 투기등급으로의 강등을 경고하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경제가 급속 악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푸틴 대통령의 시대착오적 영토 확장주의에 따른 우크라이나 사태의 악화로 경제상황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CEO 리스크'마저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양상이다.
국제금융센터는 3일 "러시아의 금리인상 등 금융긴축 조치 강화로 향후 경기하방 압력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 국제유가 하락 등 불리한 대외적 여건 속에 돌발악재가 발생할 경우 러시아의 자본유출과 통화절하 압력이 재차 확대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금융센터는 이어 "서방의 경제제재 리스크가 러시아 신용등급에 최대 부정적 요인으로, 정크등급으로 강등 시 주요 채권인덱스 제외, 주요 기업들의 추가 등급 하락, 조달비용 급등 등으로 러시아의 금융ㆍ경제 불안이 급격히 고조될 수 있으며, 이는 교역 상대국 이외에도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 이후 불확실성이 고조된 신흥국 전반의 위험회피 성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리나라도 후폭풍에 휘말려 들 수 있음을 우려했다.
러시아가 디폴트 위기에 빠져들 경우 러시아의 최대 교역국인 독일 등 유럽경제가 직격탄을 맞아 더욱 심각한 침체국면에 빠져들면서 세계경제에 악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 등 신흥국에 대한 기피현상으로 외국자금이 대거이탈하면서 한국에서도 러시아와 동일한 위기가 발발할 수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 일본의 추가 경기부양에 이어 러시아 디폴트 위기까지 출현하면서 '수출-내수 복합불황'에 빠져든 한국 경제의 앞날은 더욱 험난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1997년에는 태국에서 발발한 외환위기가 한국을 거쳐 러시아로 북상했으나, 이번에는 역으로 러시아 위기가 남하할 수도 있는 위태로운 상황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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