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정기상여금, 통상임금에 해당한다"
그러나 '소급 적용은 불허'. 노동계 환영, 재계는 당혹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양승태 대법원장)는 이날 자동차 부품업체인 갑을오토텍 노동자 및 퇴직자 296명이 회사를 상대로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통상임금에 포함해 달라"고 낸 2건의 퇴직금·임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소 승소 또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 등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통상임금은 근로의 대가로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금품"이라며 "이를 기준으로 판단해야지 명칭이나 지급주기 등 형식적인 기준에 의해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구체적으로 최대쟁점인 정기 상여금 포함 여부에 대해 "근로의 대가로 1개월을 초과하는 일정기간마다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여름 휴가비와 김장보너스, 선물비 등 각종 복리후생비에 대해서는 "근로의 대가인지와는 상관없이 지급일 등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기로 한 임금은 통상임금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퇴직자에게도 근무일수에 비례해 지급하는 경우에는 통상임금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또 노사가 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했더라도 이는 근로기준법에 위반돼 무효라는 판시했다. 그러나 합의가 무효라도 근로자들이 차액을 추가임금으로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사용자 측의 예기치 못한 과도한 재정적 지출을 부담토록 해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 관념에 비춰 용인할 수 없다"면서 "소급해서 초과근무수당 차액을 청구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로써 1988년 노동부의 통상임금 산정지침을 통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지 않아온 정부 방침은 무력화되며 임금체계에 일대 변화가 뒤따를 전망이다.
민주노총은 즉각 논평을 통해 “당연한 판결이고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환영 입장을 밝히며 “오늘의 판결을 계기로 노동부는 모든 혼란의 진원지였던 잘못된 행정지침을 즉각 폐기해야 한다”고 정부를 압박했다.
민주노총은 그러면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비용 탓만 하며 시간을 끌어온 사용자들이 포괄역산제나 변칙적인 연봉제 등 또 다른 왜곡된 임금체계를 도입해 법망을 피해가려는 시도”라며 “노동부는 이같은 탈법·편법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단속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에 재계는 대법원이 '소급 적용 불허' 방침을 밝힌 데 대해선 안도하면서도 향후 추가 인건비 부담을 감당하기 힘들다며 후속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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