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정부, 4대강조사 여론눈치만 보고 있나"
재계-경제부처 "가뜩이나 건설경기 나쁜데 조사해서야"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 등 시민단체들은 2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여전히 국민들은 불안하고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4대강사업 조사위원회를 구성함에 있어, 관 주도이거나 4대강사업을 찬동하고 추진했던 인사들을 참여시키겠다고 하고 있다. 감사원 감사결과가 나온 지 4개월이 다 돼가는 지금까지도 시민사회와 대화와 협의조차 없고, 원칙과 기준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어 "여론의 눈치만 보는 듯하다. 하루 하루가 답답할 따름"이라며 "소통의 의지와 진정성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촉구하며 ▲제대로 된 4대강 조사위원회 구성 ▲오는 6월 닥쳐올 녹조 대비책 ▲4대강사업 비리 척결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검찰의 조속한 수사 착수를 위해 코오롱워터텍 대표 등 임직원들이 지자체 담당공무원, 환경공단 담당자, 감리, 심의위원 등에게 휴가비, 준공성과금, 명절비 등 명목으로 총 10억여원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코오롱워터텍 임직원 10여명, 지자체 공무원 60여명 등 총 70여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기로 했다. 이같은 의혹은 한달 전 우원식 민주통합당 의원이 의혹을 제기했으나 아직까지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
4대강사업에 일관되게 반대해온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1일 밤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4대강사업에 대한 관심을 너무 일찍 접으시면 안 됩니다. 그건 MB와 그의 추종자들이 가장 간절하게 바라는 바일 것"이라며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정신을 바짝 차리고 앞으로의 사태 추이를 지켜 보아야 할 때"라며 여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미 우리 생태계가 거의 회복불능의 타격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지금 이대로 놓아두는 것은 마지막 남은 희망의 불씨마저 꺼트려 버리는 일입니다. 빈사상태에 빠져 허덕이고 있는 4대강의 생물들에게 하루 빨리 구원의 손길을 보내야만 합니다. 한시라도 지체하면 회생의 가능성이 그만큼 작아질 수밖에 없습니다"라며 정부에 조속한 조사 착수를 촉구하기도 했다.
시민단체와 지식인들이 이렇듯 박근혜 정부의 4대강사업 진상조사 의지에 의혹을 제기하고 나선 것은 박 대통령이 객관적이고 철저한 진상조사를 지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시민단체·야당과 진상조사단 구성 문제가 전혀 논의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경제부처나 재계 일각에서는 "가뜩이나 건설업체들이 어려운데 4대강 진상조사를 하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주장도 슬슬 흘러나오고 있어, 이러다가 4대강 진상조사가 용두사미 격으로 흐지부지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4대강사업은 범국민적 반대에도 MB정권이 강행한 대표적 의혹 사건인 데다가 다음달 장마철이 시작되면 녹조라떼 등 각종 환경재앙이 재연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새 정부가 흐지부지 넘어가려 할 경우 국민적 반발에 직면할 전망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다음은 시민단체 기자회견문 전문.
시민단체 회견문
4대강의 외침이 들리는가. 죽어가는 말 못하는 생명들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는가. 흐름이 멈춰 갇히고 썩어, 더 이상 뭇 생명들과 인간을 잉태할 수 없는 탁하고 더러운 말없이 흐르는 4대강의 강물이 보이는가. 4대강정비사업이 시작된 2010년부터 3년 동안 4대강은 인간의 이기심과 무지로 인해 임자 없는 땅이라는 이유로 공유지의 비극과 수난 그리고 재앙을 겪어야만 했다. 4대강황폐화사업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4대강의 희생과 4대강사업의 국가적 재앙에 무관심할 순 없다.
우리는 무소불위의 자본과 권력을 이용해 22조원의 막대한 예산을 낭비해가며 4대강을 파괴하고 훼손한 MB정권의 과오와 광기에 가득찬 자연에 대한 폭력을 평가하고 바로 잡고 책임을 물을 수 있는 힘이 새 정부에 있음을 잘 알고 있다. 한편 4대강사업을 반대하고 저항했던 70%가 넘는 국민들은 박근혜정부가 4대강사업의 진실을 밝히고 제대로 조사하고 평가하여 대책을 마련하고 해결방안을 그동안 4대강사업으로 불행했던 국민들에게 속 시원하게 내 놓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4대강사업에 대한 검증과 조사가 본격화 될 전망이다. 이번 달이면 국무총리실 주도로 조사지원단을 구성하고,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조사위원회를 구성한다고 한다. 검찰도 공정위와 공조하여 4대강전담팀을 구성해 4대강사업 관련 건설사, 기업, 공무원, 정치인, 전문가 등에 대해 뇌물, 담합, 불법, 비리에 대한 전면적인 수사에 착수한다고 한다. 엊그제 뒤늦긴 했지만 환경부가 4대강 보가 설치된 후 수생태계에 미친 영향 조사결과를 내놓음으로서 년초 감사원 감사결과에서의 총체적 부실을 입증하고 시인했으며, 앞으로의 정밀 조사와 대책마련이 시급하고 중요함을 암시한바 있다. 국회차원에서도 6월에 4대강사업에 대한 국정조사를 하기로, 이미 여, 야가 합의한바 있다.
그러나, 여전히 국민들은 불안하고 의구심을 갖을 수밖에 없다. 4대강사업 조사위원회를 구성함에 있어, 관 주도이거나 4대강사업을 찬동하고 추진했던 인사들을 참여시키겠다고 하고 있다. 감사원 감사결과가 나온 지 4개월이 다 돼가는 지금까지도 시민사회와 대화와 협의조차 없고, 원칙과 기준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여론의 눈치만 보는 듯하다. 하루 하루가 답답할 따름이다. 소통의 의지와 진정성을 보여주길 바란다. 검찰과 공정위의 조사와 수사 또한 환경단체에서 고발하고 국회의원들이 근거를 제공했는데도 요지부동이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갖다줬는데도 안 먹고 있는 검찰과 공정위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철저한 수사와 전면적인 조사에 나서야 한다.
올 여름이면 녹조라떼와 물고기떼죽음 재앙이 충분히 예고되고 있다. 불편한 진실을 외면할 수야 없질 않는가. 그래서 우리는 비상하고 긴급한 심정으로 오늘, 3년여간 4대강의 눈물을 보며 가슴 아프게 조사해온 4대강사업에 대한 조사결과를 가감 없이 내놓으며, 당장 수문개방을 비롯한 지하수위의 상승으로 농경지 침수피해가 극심한 지금, 보의 관리수위를 낮출 것을 촉구한다.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건설사와 기업들의 비리와 불법. 이 비리와 불법의 온상 자체인 4대강사업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와 수사를 당장 진행할 것을 촉구한다. 우리의 실천으로 먼저 코오롱워터텍 관련 비리,뇌물 혐의에 대해 고발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4대강조사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상식적이고 국민 눈높이에서의 전제조건과 제대로 된 원칙과 기준을 추가로 제시하고자 한다.
4대강의 눈물은 국민의 눈물이요, 자연의 눈물이다. 더 이상 자연을 다스리지 않고 섬기는 정부 그리고 국민이 많아지기를 바래본다. 대한민국이여, 4대강을 되살리고 4대강사업의 교훈을 통해 생명의강, 탈토건 행복생태사회로 나아가자. 생명이 소생하는, 계절의 시작인 '봄'이다. 4대강에 어서 봄이 오길 기대한다. 꽃들에게 희망을! 4대강에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안겨주는 5월이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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