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재정도 위태, '퍼팩트 스톰' 강타
유럽3위 경제국 이탈리아 흔들, 무능한 베를루스코니가 주범
1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넷판에 따르면, 유로권 관계자는 이날 열리는 유로 재무장관 회의에서 그리스에 대한 2차 지원계획의 일환으로 3천500억 유로에 달하는 그리스 국가부채 일부에 대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용인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한 그리스에 대한 융자의 금리를 인하하고 일부 채권을 되사주는 조치도 논의된다. 그 대신 프랑스가 제안한 그리스 채무 롤오버(만기연장) 방안은 폐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럴 경우 그리스 대출의 일부가 부실화되면서 그리스에 많은 돈을 꿔준 유럽 민간은행들이 직접적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그러나 <FT> 보도보다 세계경제계를 더욱 긴장케 한 보도는 <로이터> 보도다.
이날 <로이터>에 따르면, 헤르만 반롬푀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11일(현지시간) 오전 브뤼셀에서 EU 수뇌부 긴급 회동을 소집했다. 수뇌부 회동에는 유로그룹(역내 재무장관 모임) 의장인 장-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겸 재무장관과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및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 그리고 EU의 올리 렌 경제통화담당 집행위원이 참석한다. 그러나 유럽최대 경제국인 독일은 불참한다.
문제는 이 긴급회동에서 유럽 3위 경제국인 이탈리아의 재정위기가 논의될 예정이라는 점. 익명의 EU 관계자들은 지난 8일 투자자들이 이탈리아 채권을 앞다퉈 투매했음을 상기시키면서 브뤼셀 회동에서 '위기가 이탈리아로 전이되는 것을 막는 문제'가 중점 거론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FT>도 미국 헤지펀드들이 이탈리아 위기의 심각성을 예상해 지난달 이미 이탈리아 국채에 대해 대거 쇼트 포지션(공매도)을 취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이탈리아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면서, 채권시장에서 이탈리아 국채 가격은 갈수록 떨어져 10년물의 유통수익률은 지난 8일 5.28%까지 치솟았다.독일 국채(분트)와의 이탈리아 채권 수익률 차이(스프레드)도 유로권 기록인 245베이시스포인트(1bp=0.01%)까지 벌어졌다.
<로이터>는 10년 만기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이 5.5~5.7%까지 상승하면 이 나라 재정을 유지하는 데 큰 부담이 가해질 것으로 투자자들이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ECB 고위 관계자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이탈리아 채권이 투매된) 지난 금요일(8일) 같은 사태가 더 반복되면 (이탈리아가) 버티기 힘들 것"이라면서 "우리는 이탈리아 상황을 매우 우려한다"고 말했다.
<FT>도 "그리스 다음은 스페인이라는 인식이 금융시장에 많았으나 상황이 변했다"며 "스페인을 구제하는데 소요될 비용이 3천억유로 가량으로 추산되는 데 반해 이탈리아의 경우 3년간 구제하는데 6천억유로가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며 심각성을 전했다. 신문은 이탈리아의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 적자율이 역내의 다른 재정 위기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기는 하지만 문제는 차환이라면서 향후 5년간 만기가 돌아오는 채무가 9천억유로임을 상기시켰다.
그러나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이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은 4천400억유로에 불과해 이탈리아 위기가 현실화할 경우 EFSF로 이탈리아를 구제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로이터>는 강조했다.
이처럼 상황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스캔들로 궁지에 몰린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더이상의 지지율 하락을 겁내 재정긴축에 미온적 태도로 일관, 위기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는 상황이다. 영국이 40세의 재무장관 조지 오즈번을 앞세워 정부예산을 20% 삭감하는 강도높은 재정긴축을 단행하고 있는 것과는 극도로 대조되는 풍광이다. 베를루스코니라는 '무능부패 지도자'가 이탈리아는 물론, 세계경제를 파국적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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